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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말코비치 되기 - 할인행사
스파이크 존즈 감독, 카메론 디아즈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감독의 상상력이 신선하다. 인형극 연출가인 그레이그는 7층 반의 공간에 위치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거기서 말코비치의 뇌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발견한다. 인형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실력은 말코비치가 되는 과정에서도 잘 발휘되어 말코비치로 인해 사랑을 얻고, 말코비치로 인해 성공도 한다. 그럼 진짜 말코비치는 뇌 한 쪽에 위치한 잠재의식으로 밀려나고, 어느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다.
사실, 그레이그는 인형극 연출가로서는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들다. 아내 라티와도 사이가 썩 좋은 것도 아니어서, 삶의 활력을 얻지 못하는 지루한 나날들을 보낸다. 이렇다면 누구라도 일탈을 꿈꿀 수 있다. 그것이 맥신 아니었을까? 하지만 맥신은 그레이그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관심을 보인 것은, 말코비치가 되어 있을 때의 그레이그.. 또한 아내 라티가 말코비치가 되었을 때이다. 참 희한한 삼각관계, 아니 사각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맥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그레이그나 라티가 아니라 말코비치의 육체를 빌린 그들이라는 것..
아내 라티에 대한 질투심은 그레이그로 인해 더욱더 말코비치에 집착하게 된다. 그레이그는 더이상 자기 자신을 원하지 않게 되고, 말코비치 안에 사는 그레이그로서 만족한 삶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영원한 삶을 원하는 사장에게 말코비치의 몸을 빼앗기면서 그레이그는 삶의 성공도 사랑도 모두 잃어 버린다. 자기 자신을 버리고 이룩한 모든 것이 사상누각처럼 스르르 모래바람이 되어 흩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레이그는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 되어야만 했던 것인데, 그레이그는 두 번째 역시 쉬운 길을 찾는다. 맥신의 딸에게 통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다. 결국 자신을 버린 채, 맥신에게 다가 가고자 한다. 그러한 그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순정하고 위대한 남자?, 아니면 무모한 열정으로 자신을 망친 바보 같은 남자?
내가 못나 보이는 날에는 더욱더 잘나가는 누군가가 되고 싶다. 하지만 그럴수록 거울을 들여다 볼 일이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일뿐이므로, 나는 나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