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 마이클 갬본 외 출연 / 폰즈트리 / 2009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세 가지 색으로 기억될 만한 특이한 영화다. 초록색 부엌, 빨강색 식당, 흰색 화장실이 무대 장치처럼 펼쳐지고 이 세 공간 안에서 배우들은 연극을 하듯 연기한다.  폭력적이고 무지한 남편 알버트는 이 세 공간의 소유주로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책 한 권 읽지 않는 그는, 자신의 부를 발판으로 아내를 소유하며 피고용인 중에서 요리사만 제외하고 모두에게 제멋대로이다. 아내 조지아는 속으로는 남편을 무시하지만, 겉으로는 순종하며 인내한다.  식당 안팎은 먹을 것으로 넘쳐나는데 그것을 지켜 보는 관객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이 두 인물 사이에 마이클이 등장함으로써 부부의 균형이 깨진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책을 읽는 마이클을 바라보는 조지아의 눈빛에 생기가 돌면서 둘은 애인관계로 발전하다. 그들의 사랑은 화장실, 식당을 오가며 이뤄지는데, 특히 요리사 리차드의 보호 아래 더욱더 과감해진다. 후에 둘의 애정행각은 알버트에게 발각되고 마이클은 죽게 되는데, 아내 조지아는 마이클을 요리하여 알버트에게 먹게함으로써 그들의 관계는 끝을 향해 치닫는다. 

음식을 요리하는 청결하고 신성한 장소 부엌은 초록색이다. 이 요리를 음미하고 먹어야 하는 식당은 강렬한 삶의 욕망을 의미하는 붉은 색, 그리고 배설을 하는 장소는 역설적이게도 흰색이다. 마직만 장면이 엽기적인데, 이런 충격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남편에게 복수하고자하는 아내 조지아의 분노가 읽힌다. 많은 상징이 녹아 있는 영화인데, 감독을 이해하고 내용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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