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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ㅣ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6
김만중 지음, 설성경 옮김 / 책세상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고전들은 만화나 동화, 교과서 등을 통해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따로 시간을 내어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시간을 내어 읽지 않기 때문에 작품의 진정성에 닿기보다 그저 아는 이야기로 넘어 가게 된다. 나 역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구운몽>을 '일장춘몽' '어머니에 대한 효심 발휘'등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해 버려 더이상 책을 구해 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책 또한 사람의 인연이랑 다르지 않는 법. 어찌어찌 책세상 <구운몽>이 나와 인연을 새롭게 맺었다.
어머님의 즐거움을 위해 지었다는데, 정말 재밌고 쉬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밌고 쉽다'라는 의미속에는 인생이 참 재밌고도 쉽게 살아진다라는 뜻도 부여된다. 평범한 아버지는 알고 보니 신선이라 , 아이가 좀 크고 나서는 하늘위로 홀연히 사라진다. 현세의 성진은 신선의 아들로 출발한다.신선의 아들은 달라도 참 다르다. 옥골선풍의 외모에 탁월한 글 재주, 명석한 두뇌와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한 몸에 가득히 받으니!!
오오!! 무엇보다도 여덟 여인과의 희롱과 사랑이야기는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잘난 남자들은 여자들도 쉽게 알아보는 법, 그가 가는 곳곳마다 기다리는 인연들은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바짝 부여 잡는다. 소유는 그저 바라보고 받아 들일 뿐, 사랑이란 이름에 뒤따르는 속앓이가 많지 않다. 하늘이 자신의 편인데 무엇이 어려울까. 소유의 삶은 우리들이 원하는 로또 당첨보다 강한 욕망을 표현한다.
세속의 모든 현상이 꿈 같고, 환상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더라도 이런 인생이라면 한 번 살아 보고 싶다. 이런 모든 것을 겪고 눈을 감는다면 세상에 미련이 무에 있을까. 우리의 주인공 성진이는 소유의 삶에서 허무를 보고 진정한 불생불멸의 도를 얻었다지만 나는 소유를 통해 현세적 욕망을 확인했다. 한바탕 꿈,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시각이 다소 남성 중심적이라, 여성 영웅 박씨 부인이 생각난다. 어머니를 염두에 두었다면 여성의 영화를 그려내는 것도 좋았으리라 싶다. 아니면 지극한 사랑으로 눈물 적시는 춘향이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 어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