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이 철이 들기 시작하는 때는 언제부터인가? 내 아홉살을 떠올리면, 겨우 숙제를 안해서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던가, 엄마를 속이고 돈을 훔쳐서 과자를 사먹었다던가,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가는 걸 잊고, 공기돌 놀이를 한다던가 정도인데 백여민이는 그렇지를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홉살은 상황 판단에 대한 눈치가 생기는 나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다. 여민이 엄마는 눈이 애꾸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독한 약품이 눈에 튀어 애꾸가 되었지만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사회적 보완 시스템이나 보상 시스템이 부실한 세상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조그만 아이가 세상을 보는 눈은 이상하지만 정확하다. 산동네 사람들 삶의 팍팍함, 엄마 없는 아이의 불안함, 버림 받은 노인네의 외로움, 인정받지 못하는 젊은이의 사랑과 절망,보람 없이 일하는 선생님의 무료함, 허영심 많은 부잣집 아이의 철없음 등등..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답답함과 부조리함을 가볍게 그렇지만 아프게 다루고 있어 이 글을 읽고 난 다음에는 머리가 다소 복잡해졌다. 70년 말에서 80년대 초반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듯 한데, 세월이 흘러 살기에 편해졌다고는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지금...

백여민, 신기종 등의 산동네 출신들이 그 어느 곳에서든지 세상의 중심 또는 자신의 주인이 되어 건강하게 살아 가길 바라지만 빈부 차이가 극화되어 계층 상승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들의 미래가 무지개빛일지는 모르겠다. 소설은 여민이를 통해 순진하면서도 가볍게 날카롭게 세상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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