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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얽힌 실타래를 정리하듯, 이야기가 꼼꼼하고 세밀하다. 고슴도치가 가시털을 곧추세우듯 정신을 바짝 차려야 이야기의 흐름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소설의 인물들은 가로와 세로로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다. 그 연결 고리 속에서 인물 개개인의 삶은 이어진다. 작가의 감성과 인식이 한 편의 소설로 잘 녹아 나왔다. 쉽게 읽히지도 않고,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한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재밌다. 시대의 흐름에 부유하는 듯 보이지만, 제 삶을 꽉 움켜 쥐고 죽을 만큼 애를 쓰며 사는 인물들이 아프고 사랑스럽다. 소설의 제목처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이제 너의 이야기를 해 보렴.
도우넛 같은 운명을 타고 났기에 가슴 한 가운데가 뻥 뚫린 삶을 산다는 작가는 그 빈 속을 이야기로 메우려 하나 보다. 사람은 두 번 사는데, 한 번은 실제로 다른 한 번은 기억에 의해서란다. 이 기억이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소설의 이야기 역시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한다. 그 사진만이 그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니까.
나와 정민은 이야기를 통해 만난다.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을 원한다는 것이고, 공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행복은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지고 완성되어 가는 지도 모른다. 그것이 비록 실제가 아니라도 말이다. 때로 기억은 시간을 거스르고 상황을 비껴선다. 그럼에도 모든 기억은 나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