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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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을 강의하신다기에 내용이 궁금해서 1장을 건너뛰고 읽다가 다시 돌아와 서론을 읽었다. 제1 장 서론에 동양고전을 바라보는 선생의 관점과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기에 서론 부분만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동양고전을 통해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서양 중심의 사고를 돌아보고 현재를 재인식하며 미래를 모색하고자 한다는 선생은 시대의 스승으로서 우리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다. 더욱더 심화되고 팽배해지는 자본의 경쟁은 암울하다. 자연과 인간이 소외되는 곳에서는 희망이 없다. 자연과 인간을 중심에두고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는 동양고전을 통해  선생이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 무엇인지 점점 또렷해진다. 선생의 강의를 통해 고리타분한 고전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읽을수록 따뜻해지는 기운으로 내가 깨어난다.   

 - 벚꽃 좋아하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 김지하씨의 '새봄'이라는 시의 일부다. 봄날에 분홍빛으로 날리는 벗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만, 그와 다른 색깔로 푸르른 봄날을 장식하는 소나무가 없다면 봄이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이다. 차이를 차별이 아니라 특성으로 받아들여 조화된 봄을 우리 모두는 기다린다.

<시경>의 해석은 삶의 진정성을 통해 우리의 허위의식을 깨뜨릴 것을 말한다. 이것은 사회역사적 의식이 바탕해야만 이룰 수 있다. 예를 든 시문과 그 해석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새삼 문학의 힘이 느껴진다.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당위보다 세세한 사연들을 구구절절 펼쳐 놓은 한 편의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이 사람들을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겠다. <시경>이 조선사대부에 의해 자신의 뜻을 펴는 인용구에 머무르거나, 즐기는 문학이 된 것은 당시의 지배계층에 의해 선별되어 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계층들에게서 오히려 더 멀어지는 문화가 이뿐이겠나마는 살아가는 일에는 모순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은 <논어> <맹자>를 진보적인 안목으로 해석한다. 수신(修身)을 강조하여 나의 마음과 몸을 옥죄던 과거의 그 말씀이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라는 희망의 메세지로 읽힌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겨 완성할 수 있는 용기와 지속적인 인간관계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데서 시작하다는 말씀, 시민불복종을 떠올리는 맹자의 마직막 해석은 자본권력이 중심이 되어 인간이 소외되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친다. 읽을수록 빛이 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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