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콘서트 - 희망전도사 이상헌 교수의 에세이
이상헌 지음 / 문화발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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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희망콘서트>는 방송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이상헌씨가 아마도 신문이나 사보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각 짧은 칼럼들 속에는 실제 힘을 주는 일화들과 함께 긍정적인 메세지들이 가득하더군요.

그래서 구지 첫장부터 쭈욱 볼 필요가 없이 편하게 읽고 싶은 것부터 펼쳐서 봐도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6악장 부부싸움편이 가장 즐거웠고, 성실하게 일하고일하고 또 일을 사랑하라는

1악장이 가장 갑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일하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아래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과 씨름하며 천하장사 메다꽂듯 자신의 일을 마쳤을 때의 행복감,점심마다 구내식당에서

새로운 메뉴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점심후에 동료들과 차한잔에 담소를 나누는 기쁨, 때때로 퇴근 길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혀끝에 굴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p. 77

 

그러나 요즘 청년들이 일이 하기싫어서 그런다기 보다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서 더 힘들어하는게

아닌가 하는데... 너무 단순한 논리가 아닐까요? 무조건 희망,긍정적으로 일의 즐거움을 주입하는

게 아닌지요. 무엇보다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지말라는 부분도 좀 암울하게 느껴졌고요^^

 

암전문의가 오히려 암에 잘 걸린다고 하면서 긍정적인 사람로 주위를 채우고 스스로

세뇌하라는 말은 긍정적인 에너지의 힘을 책 전체적으로 반복해 강조하다보니 아주 의미있는

메시지지만 책의 뒷장에 갈수록 식상하게 느껴지는 아쉬움도 남더군요.

 

하지방 상대방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글쎄요. 제 생각이 틀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들어보시겠어요"하며 겸손하게 말하는게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는 공감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루막 하루처럼 시간을 낭비하지말라는 부분에서 쓰신 표현중에 '쇠털처럼; 많은 시간을

서두를 게 없다는 사람에 대해 지적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도 항상 '새털처럼' 많은 시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 사전을 찾아보니 이상헌님의 표현이 정답이더군요. 하나 배웠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나날을 비유할때에는 새털이 아니라 쇠털이 맞더군요. 감사합니당!

 

그리고 이색적인 것은 권말부록으로 나의 행복지수 테스트가 있었는데 (아주 신선한 발상이지요)

사실 문항들을 보니 이것은 테스트라고 보기에는 좀 어색한 질문들이더군요.그냥 앞장들에 나오는

긍정적인 사람과 아닌사람들을 분리해서 정의해놓은 써머리에 지나지 않았던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곳곳에 박중하씨의 사진이 있는데 너무 텍스트와 연관되어있지 않은 생뚱맞은 사진들이

삽입되어있고 무엇보다 안어울리는 말풍선을 넣어서 좀 많이 어색했다는 게 아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46페이지에 오타가 있습니다. ABC 앵커 주주 장씨의 한국이름은 '징현주' 가

아니고 '장현주'가 아마도 맞을 것 같으니 확인해서 정정해주심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예시들과 긍정적인 힘을 강조하는 에너지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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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
김만 글.그림 / 가나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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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가인 김만씨가 낸 에세이집으로 직접 그린 다양한 그림과 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시작은 인간이 왜 만물의 영장인가에 대한 화두에서부터 시작을 하더군요.

정신문화의 세계,즉 예술을 통해 인간의 이야기를 하면서 '에스프리'의 영역을

부단히 넓혀야한다고요.

 

그래서 저는 곧바로 '에스프리'의 뜻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찾아보았습니다.

네이버 백가사전에 의하면..

 

Esprit

기지(), 재치라는 뜻의 프랑스어.  

 

육체에 대한 정신을 의미하며, 근대적인 새로운 정신활동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동시에 프랑스인 특유의 발랄한 지성적인 정신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프랑스인들은 세련되고 생기 있는 대화를 존중하는데, 그들의 재치 있고 빈틈 없는 발상을 에스프리라고 하며 영국 사람들의 ‘유머’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에스프리의  영역을 넓히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고 말하고 경박한 지성에 지적하고 있는데

인간은 두 번의 기회가 없으니 노력하는 인생이어야 한다는 설교로 마무리를 하고 있더군요.

다 맞는 말씀이고 알고 있는 것들인데 자꾸 까먹게 되고 안이해지는 게 인간아닌던가요.

워낙에 지당한 말씀들이라 좀 지루해지면서 애국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이 떠오르더군요,

 

이 책 <그리고 사랑은 울지않는다>는 21개의 다양한 화제로 수필을 썼는데 저는 특히 '로트렉' 의 사랑에 대해서 언급한 '사랑은 울지않는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로트렉의 일생에 대해 따로 책을 찾아 읽었을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로트렉의 그림에 대해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김만씨는 로트렉의 사랑에 대해 촛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김만씨는 사랑이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말하면서 사랑은 괴로운 것,슬픈 것등 모든 것을 포함해야 행복한 것이라는 높고 순수한 지향점을 강하지 어필하고 있었습니다.순수해야한다는 거죠. 그리고 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순수한 사랑을 권장하고 있습니다.네, 다 맞는 말씀이지요^^ 

 

그리고 98페이지의 "순수에 세계란 의문부호가 없다"는 문장이 있는데 아마도 "순수의 세계란 의문부호가 없다' 가 맞은 어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37페이지에서도 오타가 있는데 맨위 두줄을 보면 "또다시 위개한 탄생을  생각해 이 총은 우리가 보관 하여야 갰소."라고 나오는데 이 또한 "또 다시 위대한 탄생을 생각해 이 총은 우리가 보관해야겠소"가 맞을 것 같더군요.

 

그외에도 911테러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단절이라 칭하며 전쟁중계를 하는 미디어를 비판했는데 윤봉길,안중근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실존주의,네오 휴머니즘을 떠올리며 역사적이고 상대적인 휴머니즘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더군요. 일본 대지진사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두운 과거 역사에 얽매여 일본인들을  미워하고 적대시하지말고 냉정하게 앞뒤를 되돌아 살펴보는 눈과 생각을 가져  그들을 똑바로 알고 그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자고 말씀하고 있었습니다.

뭐, 이 부분까지 읽었을때에는 그냥 빨리 책장을 덮고 싶어지더군요.

 

좀 더 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을 기대했는데 많이 진지하고 옳으신 말씀들을 평범한 어투로

반복해 주입시키는 느낌이랄까요. 하여간 무엇보다도 김만씨의 그림에는 항상 바밀리옹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이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된 챕터도 있었으면 더 좋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책장을 덮었습니다.에세이보다는 그림이 훨씬 에스프리에 가깝구나 느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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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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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지인들과 저녁약속이 있어서 테헤란로의 한 참치집에 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은 약속장소를 검색해보니 참치집은 고급스럽고 가격은 착하더군요.

그렇지만 이 장소를 고른 분은 억울하게 욕을 먹어야했지요. 그분이 하시는 말이 구글링을

통해 바로 등장한 근처의 맛집을 "골라" 예약했다는 것인데 결국 무척 미안해하시더군요.

사실 가격은 2배로 올라있고 사진속의 음식점은 넓직해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무슨

일본 라면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조용하지도 않고 참치맛도 그다지...

 

만약 그 장소를 고르신 분이 이 책<생각 조종자들>을 읽으셨더라면 스스로 그 장소를

'선택'한 게 아니란 걸 눈치 챘을 것이고 우리들에게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시민단체인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엘리 프레이저의

<생각 조종자들>은 이렇게 인터넷이 없이는 장소선택도 맘대로 할수 없이 붙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칭을 통한 내 의사결정은 내가 하는게 아니라 그 판단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이

있다니!! 인터넷이 수많은 정보의 산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본논리상 이윤과 매출을 내야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화'란 명목으로 정보 유통의 길목을 장악하고서 필터링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이러한 현상을 저자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정의합니다.

 

2009년 12월부터 구글은 내가 어디를 통해 로그인하는지,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는지, 전에 무엇을 검색했는지에 이르기까지 57개의 시그널을 이용해 나의 프로파일을 구성하고 내가 누구며 어떤 성향과 기호를 가진 사람인지 예측하고 있으며 이런 개인화를 통하여 내가 무엇을 검색할 때마다 내 관심사에 있는 것을 골라내, 나만을 위한 검색 결과를 마치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알고리즘을 그동안 놀라운 기술로만 해석을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 gmail을 살펴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매번 정기적으로 들어오지만 제가 전혀 클릭을 하지않는 뉴스레터들은 하단으로 밀어내보내고 처음 본 주소이지만 제가 관심있는 어떤 개인에게 온 사적인 메일을 눈에 띄도록 위에서 보여줍니다. 페이스북은 또 어떤가요? 나랑 같은 학교, 회사를 다닌 사람은 물론 나와 비슷한 성향과 관심을 가진 사람을 추천해줍니다.이렇게 친절한 서비스를 어찌 이뻐해주지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스마트한 세계가 담백하게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뒤집어 생각해보면, 숨어있는 지능형 에이전트인 검색창이 내 애인보다도 더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니까요.


이  책 <생각 조종자들>에서 제가 느낀 첫번째 쇼크는 2010년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조사하는 저자의 에피소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저자인 엘리 프레이저는 두 명에게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정보 검색을 의뢰하지요. 두 사람은 모두 미국 동북부 출신에 고등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이며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공통점이 이렇게 많은데도 이들의 구글 검색결과는 많이도 달랐습니다. 한 사람은 사고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온 반면 다른 사람은 석유 회사 투자정보가 떴거든요. 정보 결과리스트도 1억8000만 개와 1억3900만 개로 꽤 차이가 났습니다.

 

전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나경원 목욕봉사'를 검색했을 때에도 나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나오는 결과가 "나경원 목욕봉사는 장애인 누드 정치쇼"라는 장애인단체 보도자료일수도 있고, 나경원 측의 “목욕봉사 논란? 폄하하고 트집 잡는 것"이라는 항변 보도자료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나경원 후원사이트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이렇게 검색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것은 이용자에게 적합한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원칙에 의거한 것인데 왜 저는 놀라야할까요? 무의식중에 검색엔진이 공정하고 타당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여겼을까요? 아마도 그동안에 정말로 공짜로 내게 많은 선물을 주었던 검색엔진이 나의 비위를 슬슬 맞춰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책속에 이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공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는 바로 당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며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를 바로 현금화한다  - 전자 프런티어 재단의 크리스탈 팔머

 

 

필터 버블 세상에서 우리는 정보를 편식한다. 문제는 이 필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분석하는 기준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성은 의심된다. 혹시 광고주나 특정한 정치세력이 필터버블에 깊이 개입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그들 입맛대로 조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책은 필터 버블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첫째는 '외톨이현상'!인대요. 내가 그동안 내 입맛과 관심에 맞는 정보만 낼름낼름 클릭하니까 무한한 가능성의 상실하게 되는 거죠. 필터 버블은 이렇게 우연히 찾은 정보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거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목소리를 들으며 심정 변화를 일으킬 기회를 주지않습니다. 정말 옛날에는 인터넷세상은 지도가 없는 대륙과 같았지만 지금은 의도된 검색안에서만 선책할 수 있으니까요.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저자 또한 보수적인 이들의 의견이 듣고 싶어 페이스북에서 그들을 친구로 등록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링크가 자신의 뉴스 피드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왜냐면 그가 여전히 진보적인 친구들을 더 자주 클릭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지고 페이스북은 그를 정의내렸으니까요.

 

둘쨰는 '떠밀리기현상'입니다. 내 자세한 신상 정보는 광고주에게 팔리는 셈인데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내가 애견까페를 검색했다면 나중에 친구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면 애견용 간식 배너광고가 떡하니 눈에 띄는 식이죠. 그래서 애견간식을 구매하면 그 정보는 다시 애견팬션 홍보업체에 제공되는 식인거죠.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인 정치적인 악용인데 민주 정치의 새로운 토대로 각광받았던 인터넷이 오히려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필터 버블은 이렇게 정보 내용과 배열을 조작하고 뉴스 흐름과 대중의 관심을 왜곡하는 지능적인 검열이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네이버 뉴스로 인해 온라인이 난리가 났던 사건을 떠올리면 다들 이해하실 꺼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구글을 끄거나 페이스북을 탈퇴하거나 더이상 네이버를 쓰지말아야 할까요? 이 서비스들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라서 안쓰면 아마 친구들도 다 끊기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도 없겠죠. 실제로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사용을 원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니까요. 정말 동전의 양면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장에 엘리 프레이저는 개인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기업과 정부는 각각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면서 필터 버블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내가 페이스북에서 'like' 클릭 한번이 그냥 '좋아요~ 헤헤'가 아니라 무척 중요한 행위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 클릭 후에 '나'란 존재는 없어지고 기술이 남아서 나란 사람의 프로파일만 날라다니는 거겠죠.

 

아, 이제 이 서평도 개인화를 외치는 대형사이트에 올라갔으니

내 프로파일이 또 얼만큼 더 업데이트 되었을 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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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 차(茶) 명상과 치유
정광주 지음, 임재율 사진 / 학지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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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쉼표가 없이 정신없이 앞만보고 달리던 타이밍에 마시는 차는 항상 자판기 커피나

티백 녹차 정도이고 '차'란 그저 목마를때 마시는 생수보다 쪼오금 더 맛있고 몸에 좋은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내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는

강박관념이 꼬리표처럼 뒤에서 저를 다그치고 있지요. 고작 생각한다는 게 명상을 배울

순 없을까? 아, 그럴 시간이라도 있었음 좋겠다. 커피 한잔 마실 시간에 좀 더 몸에 좋은

걸 마실 수 없을까? 이런 정도였지요.

 

근데 이 책 <내 안의 고요를 만나다>는 '차 명상'이라는, 저에게는 한번에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보여주었으니 이야말로 올레!

 



차명상이 무엇인지, 다기 예열부터 차우리는 법, 퇴수기에 내리는 방법까지 나옵니다.

곡우차,꽃차,보이차,우바홍차등 다양한 차의 성품에 대한 소개도 하고 무엇보다는

'티샤워'와 '와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와선은 정말 잠자기전에 자주 연습해보고 익숙해져야겠어요.

너무 좋은 명상법인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사진들은 임재율님의 작품인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는

포인트가 됩니다. 책을 읽다가 사진을 한참 바라보게 되더군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때 이 책은 차명상을 배우는 가이드의 역할보다는 명상을 할때

흐르는 산사명상음악을 듣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명상에 대한 기본 태도를 바꾸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준비를 하면서도 명상이 가능하고 물론 차를 마시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고 퇴수기를 보면서 다기를 씻으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는데 그때의 느낌을 시처럼

잠언처럼 표현하고 있어서 마치 시집을 읽는 듯했습니다.아주 사소한 시간에도 오감을 이용해

차를 마시고 그 향기를 느끼는 방식은 차로 목마름을 해소한다는 기존 개념을 아예 격파했다고나

할까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롯이 차향을 맞을 준비가 되었나요?

눈을 감고 호흡 한번,한번...매 순간 호흡에 향기가 달라집니다.

향기에 집중하며 느껴봅니다.

 

찻잔에 머뭇거리며 일어나는 향

서서히 농익어 피어나는 향

어느새 흩어지고 부서지는 향

다 마시고, 빈 찻잔에 배어있는 향

목 뒤에서 천천히 뒤돌아오는 향

그리고 다시 입안 가득한 향

 

눈을 감고 혀를 입천장에 대고 가만히 바라보세요.

지금 무엇이 느껴지나요.  

 p 94 

표지디자인은 무슨 불교의 교과서같지만 속지의 두꼐감은 고급스러웠고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정녕 차를 통해 명상을 해보고싶은 완전 초짜들을 위해

다기는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어떤 걸 고르는게 좋은지, 처음에 마실때에는 어떤

차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도 좀 부록으로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리고 이건 궁금해서 그러는데 책 제목이

<내안에 고요를 만나다>인데 문법상 <내안의 고요를 만나다>가 맞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무엇이 맞을까요?

 

하여간 앞으로 차를 마실때 그냥 멍하니 릴렉스하는 게 아니라

고요하게 차를 마시는 행위속에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고 향기를 느끼는

명상을 시도해보렵니다.

 

정말 힘들고 지친 오후, 햇살비치는 창가에 혼자 앉아서

나를 마주하고 마음을 치유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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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문인기행 - 글로써 벗을 모으다
이문구 지음 / 에르디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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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문구의 문인기행>의 첫장을 펼칠 즈음 제가 기대했던 것은 아주 소박했습니다.

그저 당대에 내노라 하는 문인들과 입담좋으신 마당발 이문구님의 인터뷰나 좌담정도로

생각했었으니까요. 근데 그럴수 밖에요. 이책에는 어디에도 서문이나 배경, 재편집되어 다시

발행하게 된 사연이 친절하게 나와있지 않거든요. 그러니 이 책에서 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어디에서는 인물평, 어디에서는 발문, 그리고 실명소설, 마지막에는 조문등의

형식으로 다채롭게 펼쳐질때 독자들은 저처럼 약간은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문구님이 사용하신 그 다양한 사투리와 표현, 한학적인 소양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어구들에 대한 각주 또한 어디에서도 꼼꼼하게 보이지않으니 정말로 인터넷검색창이나

옥편을 펼쳐놓고 읽는 게 속 편할만큼 까칠합니다. 정말 불친절한 책이죠?

 

하지만 저는 근래에 아주 오랜만에 이 책 <이문구의 문인기행>에 별 다섯개를 바칩니다.

 

 내가 <이문구의 문인기행>에 별 다섯개를 헌사하는 이유

 

그러니까  이 책, <이문구의 문인기행>은 1970년대 유신정권에서 5공치하때까지 한국의

문학동네에서 햇빛과 그림자와 같았던 문인들, 그리고 비중있게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분들과

폄하당한게 억울한 분들에 대한 인간적인 품성과 가치관, 그리고 그 당시의 문학계의 절절한

상황을 한꺼번에 버무려서 시트콤을 보듯이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어린시절 방학때

할아버지품에서 귀 쫑긋 세우고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그렇게 고소하고 찰진 표현으로

진행되니 문장하나하나를 지날때마다 그 비유와 풍자에 웃음이 절로 나는 우리말미학표현의

예시집같다고나 할까요?

 

우선 이문구님에 대해 제가 아는 거라곤 <관촌수필>하나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당시의

풍습과 고풍스러운 말투가 많았지만 표현하나하나가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정도거든요.

 

하지만 작품안쪽에 있는 이문구님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당시가 순수와 참여문학으로 갈라져

어지러웠을 시절인데도)  순수문학을 지향하던 김동리 선생의 제자로 30년 넘게 세배를

꼬박꼬박 갔으며, 한편으론 참여문학의 핵심이자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문인들의 단체인 

'실천문학'의 발행인으로 '친일문학작품선집'을 펴냈습니다. 그런데도 박쥐소리가 아니라 

좌우 문단계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니 이 얼마나 미스테리한가요^^


이 책<이문구의 문인기행>은 김동리, 신경림, 고은, 한승원, 염재만의 인물평을 1부에,

박용래, 송기숙, 조태일, 임강빈, 강순식 작가의 단행본에 쓴 발문을 모아 2부에 실었고

3부에서는 황석영,박상륭,김주영,조선작,박용수,이정환에 대한 형식을 알수 없는 인물평과

4부에서는 이호철,윤흥길,박태순,성기조에 대한 실명소설과 서정주의 조문을 실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줄곧 인터넷 검색으로 국어사전을 뒤지곤 했는데 그 첫번째 단어가 바로

김동리가 노년에도 제자들에게 반드시 계란 프라이를 두 개 이상 인 다음에 술잔을 건네던 일화가

나오는 첫장에서부터였습니다.

 

그러므로 김동리선생과 나는 처음부터 오사바사하게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

 

여러분은 혹시 ' 오사바사하다'는 말뜻을 아시나요? 한때 성경책보듯이 국어대백과사전을

읽어내려갔던 저의 메모리는 벌써 휘발성이 되었더군요. 그외에도 신경림편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하거나 문학운동을 하거나 간에 툭하면 티를 내어 꼬이고 비끼고 곰피고 하지

않도록, 당신의 그 수더분하고 후더분한 품성한 여유작작한 풍신. 선생의 품은 천성으로 푼더분하다

 

고은의 생가를 방문하난 장면에서는 이런 표현으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수돗가에는 눈만 흘겨도 초록물감이 뚝뚝 떨어지게 젋은 벽오동과 늙숙한 측백나무가 두 팔을

벌려 하늘을 가리키고,뜨락을 가로막은 탱자 울타리는 가지런히 손이 가서 노치닝 혼자 사는 집

같지가 않다. 노친과는 구면이다. 인사를 드리고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안성서도 자주

인사가 있지유?

 

안성은 고은의 작업실이 있는 곳이므로 아들과는 자주 연락하느냐는 질문으로 풀이됩니다. 무엇보다도 제게 가장 인상적인 평은 일찍이 배추씨처럼 사알짝 흙에 덮여 살고싶다던 시인 박용래의 삶을

그려낸 '내가 왜 울어야 하나'를 꼽을 수 있겠네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보고 줄곧 눈물을 흘리곤

하여 '눈물의 시인'이라 불렸다는 박용래 인생에 대해서 이문구님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는 조상 적 이름의 풀꽃을 사랑하여 풀잎처럼 가벼운 옷을 입었고, 그는 그보다 술을 더 사랑하여 해거름녘의 두 줄기 눈물을 석 잔 술의 안주로 삼았다.그는 그림을 사랑하여 밥상의 푸성귀를 그 날치의 꿈이 그려진 수채화로 알았고, 그는 그보다 시를 더 사랑하여 나날의 생활을 시편의 행간에 마련해 두고 살았다. 그는 나물밥 30년에 구차함을 느끼지않았고, 곁두리 30년 탁배기에도 아쉬움을 말하지않았다. 달팽이집이라도 머리만 디밀 수 있으면 뜨락에 풀포기를 길렀고, 저문 황톳길 오십 리에도 잘빛에 별발이 어리면 뒷덜미에 내리던 이슬조차도 눈물겹도록 고마워했다.

 

이렇게 연결되는 문장들을 읽다가 세월은 비정하였고, 서울은 매정하였고 여인은 무정한 박용래시인의 청춘시절을 한두 페이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배시시 웃다가 결국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구봉서,배삼룡이 줄행량을 놓게 될 정도로 코미디를 잘한다는 황석영님, 정신적인 귀족이라

한잔 술로 천하를 희롱하지만 절대 오입은 안한다는 박상륭님, 항상 나즈막하게 얼굴 구석구석을

밭이랑으로 개간하면서 웃는다는 조선작님, 스승이던 서정주시인을 친일작가로 낙인찍어

그 이후로는 세배를 드리지못했다는 회한의 서정주님 조문까지..이야기보따리는 흘러넘칩니다.

 

이 책속에 스며있는 척추를 더듬다보면 양성우시집이 긴급조치에 저촉되어 고은,조태일시인이 

구속되고,문인협회의 '민족문학의 밤'행사때문에 백기완은 구속수사를 받고,수십명의 문인들이

단식농성을 하며, '문학인 선언'사건으로 연행되는 것은 다반사이며 잡지가 폐간조치당하는등

유신정권에서 5공치하까지 문학인들이 세상과 함께 호흡하려는 일련의 많은 일들을 접하게

됩니다.예술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정치적인 의생자가 되지않기 위해 정치현실에

격하게 저항하는 문학예술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이문구님은 이 책을 통해 순수든 참여든 자기색깔대로 문학활동을 치열하게 한 사람들,

가난하지만 자기 길을 가기 위해 잉여적인 가장으로써의 열패감을 던져버리고 꿋꿋하게

걸었던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면서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조만간에 이문구님의

작품을 다시 한번 읽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다시한번 포옥 빠져보고싶네요. 

 

역사와 개인이, 정치화 문학이 화해를  할 수 없던 시절,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치열했던 모든 분들을 떠올리면서 저는 왜 부끄러워지는 걸까요? 시대가 요즘과 별로

다르지않아서 일까요? 하여간 그 뜨거운 심장으로 글을 쓰셨던 문인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기립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정말 너무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라 읽는 내내 가슴아프고 행복했습니다.

이 책을 출판해 준 에르디아 출판사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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