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며칠전 지인들과 저녁약속이 있어서 테헤란로의 한 참치집에 갔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전송받은 약속장소를 검색해보니 참치집은 고급스럽고 가격은 착하더군요.

그렇지만 이 장소를 고른 분은 억울하게 욕을 먹어야했지요. 그분이 하시는 말이 구글링을

통해 바로 등장한 근처의 맛집을 "골라" 예약했다는 것인데 결국 무척 미안해하시더군요.

사실 가격은 2배로 올라있고 사진속의 음식점은 넓직해보였는데 막상 가보니 무슨

일본 라면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조용하지도 않고 참치맛도 그다지...

 

만약 그 장소를 고르신 분이 이 책<생각 조종자들>을 읽으셨더라면 스스로 그 장소를

'선택'한 게 아니란 걸 눈치 챘을 것이고 우리들에게 그렇게까지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시민단체인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이라는 엘리 프레이저의

<생각 조종자들>은 이렇게 인터넷이 없이는 장소선택도 맘대로 할수 없이 붙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칭을 통한 내 의사결정은 내가 하는게 아니라 그 판단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이

있다니!! 인터넷이 수많은 정보의 산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본논리상 이윤과 매출을 내야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화'란 명목으로 정보 유통의 길목을 장악하고서 필터링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이러한 현상을 저자 엘리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정의합니다.

 

2009년 12월부터 구글은 내가 어디를 통해 로그인하는지,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하는지, 전에 무엇을 검색했는지에 이르기까지 57개의 시그널을 이용해 나의 프로파일을 구성하고 내가 누구며 어떤 성향과 기호를 가진 사람인지 예측하고 있으며 이런 개인화를 통하여 내가 무엇을 검색할 때마다 내 관심사에 있는 것을 골라내, 나만을 위한 검색 결과를 마치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알고리즘을 그동안 놀라운 기술로만 해석을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 gmail을 살펴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매번 정기적으로 들어오지만 제가 전혀 클릭을 하지않는 뉴스레터들은 하단으로 밀어내보내고 처음 본 주소이지만 제가 관심있는 어떤 개인에게 온 사적인 메일을 눈에 띄도록 위에서 보여줍니다. 페이스북은 또 어떤가요? 나랑 같은 학교, 회사를 다닌 사람은 물론 나와 비슷한 성향과 관심을 가진 사람을 추천해줍니다.이렇게 친절한 서비스를 어찌 이뻐해주지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스마트한 세계가 담백하게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뒤집어 생각해보면, 숨어있는 지능형 에이전트인 검색창이 내 애인보다도 더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니까요.


이  책 <생각 조종자들>에서 제가 느낀 첫번째 쇼크는 2010년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조사하는 저자의 에피소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저자인 엘리 프레이저는 두 명에게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정보 검색을 의뢰하지요. 두 사람은 모두 미국 동북부 출신에 고등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이며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공통점이 이렇게 많은데도 이들의 구글 검색결과는 많이도 달랐습니다. 한 사람은 사고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온 반면 다른 사람은 석유 회사 투자정보가 떴거든요. 정보 결과리스트도 1억8000만 개와 1억3900만 개로 꽤 차이가 났습니다.

 

전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나경원 목욕봉사'를 검색했을 때에도 나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나오는 결과가 "나경원 목욕봉사는 장애인 누드 정치쇼"라는 장애인단체 보도자료일수도 있고, 나경원 측의 “목욕봉사 논란? 폄하하고 트집 잡는 것"이라는 항변 보도자료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나경원 후원사이트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이렇게 검색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것은 이용자에게 적합한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원칙에 의거한 것인데 왜 저는 놀라야할까요? 무의식중에 검색엔진이 공정하고 타당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여겼을까요? 아마도 그동안에 정말로 공짜로 내게 많은 선물을 주었던 검색엔진이 나의 비위를 슬슬 맞춰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책속에 이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공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는 바로 당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며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를 바로 현금화한다  - 전자 프런티어 재단의 크리스탈 팔머

 

 

필터 버블 세상에서 우리는 정보를 편식한다. 문제는 이 필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분석하는 기준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성은 의심된다. 혹시 광고주나 특정한 정치세력이 필터버블에 깊이 개입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그들 입맛대로 조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책은 필터 버블의 문제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첫째는 '외톨이현상'!인대요. 내가 그동안 내 입맛과 관심에 맞는 정보만 낼름낼름 클릭하니까 무한한 가능성의 상실하게 되는 거죠. 필터 버블은 이렇게 우연히 찾은 정보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거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목소리를 들으며 심정 변화를 일으킬 기회를 주지않습니다. 정말 옛날에는 인터넷세상은 지도가 없는 대륙과 같았지만 지금은 의도된 검색안에서만 선책할 수 있으니까요.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저자 또한 보수적인 이들의 의견이 듣고 싶어 페이스북에서 그들을 친구로 등록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링크가 자신의 뉴스 피드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왜냐면 그가 여전히 진보적인 친구들을 더 자주 클릭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지고 페이스북은 그를 정의내렸으니까요.

 

둘쨰는 '떠밀리기현상'입니다. 내 자세한 신상 정보는 광고주에게 팔리는 셈인데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내가 애견까페를 검색했다면 나중에 친구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면 애견용 간식 배너광고가 떡하니 눈에 띄는 식이죠. 그래서 애견간식을 구매하면 그 정보는 다시 애견팬션 홍보업체에 제공되는 식인거죠.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인 정치적인 악용인데 민주 정치의 새로운 토대로 각광받았던 인터넷이 오히려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필터 버블은 이렇게 정보 내용과 배열을 조작하고 뉴스 흐름과 대중의 관심을 왜곡하는 지능적인 검열이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네이버 뉴스로 인해 온라인이 난리가 났던 사건을 떠올리면 다들 이해하실 꺼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구글을 끄거나 페이스북을 탈퇴하거나 더이상 네이버를 쓰지말아야 할까요? 이 서비스들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라서 안쓰면 아마 친구들도 다 끊기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도 없겠죠. 실제로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사용을 원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니까요. 정말 동전의 양면같아요.

 

그래서 마지막 장에 엘리 프레이저는 개인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기업과 정부는 각각 또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면서 필터 버블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내가 페이스북에서 'like' 클릭 한번이 그냥 '좋아요~ 헤헤'가 아니라 무척 중요한 행위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 클릭 후에 '나'란 존재는 없어지고 기술이 남아서 나란 사람의 프로파일만 날라다니는 거겠죠.

 

아, 이제 이 서평도 개인화를 외치는 대형사이트에 올라갔으니

내 프로파일이 또 얼만큼 더 업데이트 되었을 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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