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고요를 만나다 - 차(茶) 명상과 치유
정광주 지음, 임재율 사진 / 학지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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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쉼표가 없이 정신없이 앞만보고 달리던 타이밍에 마시는 차는 항상 자판기 커피나

티백 녹차 정도이고 '차'란 그저 목마를때 마시는 생수보다 쪼오금 더 맛있고 몸에 좋은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내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는

강박관념이 꼬리표처럼 뒤에서 저를 다그치고 있지요. 고작 생각한다는 게 명상을 배울

순 없을까? 아, 그럴 시간이라도 있었음 좋겠다. 커피 한잔 마실 시간에 좀 더 몸에 좋은

걸 마실 수 없을까? 이런 정도였지요.

 

근데 이 책 <내 안의 고요를 만나다>는 '차 명상'이라는, 저에게는 한번에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보여주었으니 이야말로 올레!

 



차명상이 무엇인지, 다기 예열부터 차우리는 법, 퇴수기에 내리는 방법까지 나옵니다.

곡우차,꽃차,보이차,우바홍차등 다양한 차의 성품에 대한 소개도 하고 무엇보다는

'티샤워'와 '와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와선은 정말 잠자기전에 자주 연습해보고 익숙해져야겠어요.

너무 좋은 명상법인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펼쳐지는 사진들은 임재율님의 작품인데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지는

포인트가 됩니다. 책을 읽다가 사진을 한참 바라보게 되더군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봤을때 이 책은 차명상을 배우는 가이드의 역할보다는 명상을 할때

흐르는 산사명상음악을 듣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명상에 대한 기본 태도를 바꾸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준비를 하면서도 명상이 가능하고 물론 차를 마시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고 퇴수기를 보면서 다기를 씻으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는데 그때의 느낌을 시처럼

잠언처럼 표현하고 있어서 마치 시집을 읽는 듯했습니다.아주 사소한 시간에도 오감을 이용해

차를 마시고 그 향기를 느끼는 방식은 차로 목마름을 해소한다는 기존 개념을 아예 격파했다고나

할까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롯이 차향을 맞을 준비가 되었나요?

눈을 감고 호흡 한번,한번...매 순간 호흡에 향기가 달라집니다.

향기에 집중하며 느껴봅니다.

 

찻잔에 머뭇거리며 일어나는 향

서서히 농익어 피어나는 향

어느새 흩어지고 부서지는 향

다 마시고, 빈 찻잔에 배어있는 향

목 뒤에서 천천히 뒤돌아오는 향

그리고 다시 입안 가득한 향

 

눈을 감고 혀를 입천장에 대고 가만히 바라보세요.

지금 무엇이 느껴지나요.  

 p 94 

표지디자인은 무슨 불교의 교과서같지만 속지의 두꼐감은 고급스러웠고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정녕 차를 통해 명상을 해보고싶은 완전 초짜들을 위해

다기는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어떤 걸 고르는게 좋은지, 처음에 마실때에는 어떤

차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도 좀 부록으로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리고 이건 궁금해서 그러는데 책 제목이

<내안에 고요를 만나다>인데 문법상 <내안의 고요를 만나다>가 맞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무엇이 맞을까요?

 

하여간 앞으로 차를 마실때 그냥 멍하니 릴렉스하는 게 아니라

고요하게 차를 마시는 행위속에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고 향기를 느끼는

명상을 시도해보렵니다.

 

정말 힘들고 지친 오후, 햇살비치는 창가에 혼자 앉아서

나를 마주하고 마음을 치유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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