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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저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나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난 과연 이 세상의 어떤 빈틈을
메우고자 했었는가, 내가 그린 삶의 얼개에서 무엇을 마련했고 나아가고 있는가' 다시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이 책을 들고 첫 50페이지 쯤 넘겼을 때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이 책이 정치적인 선전물이 아닐까 의심했던 것을요. 저는 부끄러웠고 무엇보다 읽기를
잘 했다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에는 명토박아 말하건데 박원순씨의 자서전도 아니고
어떤 정치세력을 비방하는 견해가 나오지도 않더군요.
책장을 덮었을때 저는 어떤 희망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마치 미담으로 가득한 착한 신문을 본 듯한 느낌이었고 나의 뇌하수체에 세르토닌이 마구 분출되는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 책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은 정의,용기,가장자리,호기심,모험심,열정,여럿이함께,나눔,
배려,신뢰,배움,겸손,비움,관대함, 재미등등 저자가 유의미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특히 각 챕터마다 '원순씨의 독서노트'라고 하여 읽은 책중에서 좋은 구절들을 모아서 보여줍니다.
또 그 키워드마다 연관된 참신한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지요.
그리고 다양한 봉사와 나눔을 할 수 있는 단체들을 인터넷주소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뉴스의 사회면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을 보다보면 인생은 쉽지 않고,
길고도 힘든 자갈길이며 세상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는, 승자만이 살아남는 곳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한숨만 나옵니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결국은 부자세상, 힘들게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패배주의와 각종 비윤리적인 야만행위들이 만연하잖아요.
근데 이 책 한권으로 저는 갈증을 해소한 듯한 시원함과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이 책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통해서 저는 돈없고 빽없는 사회적 약자를 무보수로
변론해주는 공익변호사 그룹'공감(http://www.kpil.org) '이란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어떤 활동을 하며 재산이 얼마인지 어떤 사안에 표결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열려라 국회(http://watch.peoplepower21.org)' 사이트가 있는지도 이제사 알았고,
공정여행을 하게 도와주는 청년소셜벤처 '공감만세(http://www.fairtravelkorea.com)' 와
삼성이나 신동아그룹의 불법상속,탈세를 고발해 회장을 구속시킨 주인공들이 고작 백만원
월급을 받는 참여연대 간사들이란 것도 알았고, 스스로 대안학교를 세운 성미산마을과
연세대학교의 주거문제 공동체인 '민달팽이 유니온(http://www.snailunion.com)' 등
아름다운 단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꺠달았습니다.
덧붙여 제가 좋아했던 코너는 저자,박원순씨가 생각하는 각 가치사전의 키워드마다
어울리는 주변의 지인들을 소개하는 '박원순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코너였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참 정신이 건강하고 근사한 분들이 많더군요.
예일대출신이지만 남아공 농부를 돕는 재단을 만든 앤드루 윤씨, 대학생 사회적 기업
연구모임의 청년 김정헌군,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이자 율리시즈 원서 강독공부에
열심인 퇴역 육군 80세 이영구 할아버지, 광화문 네거리땅을 사서 논을 만들고싶다는
'쌈지'의 천호균사장,전태일전기의 저자이자 엄청난 호기심쟁이 조영래변호사,BMW를
모는 부자 농부가 되겠다고 무모한 유기농산물 사업에 뛰어든 강용씨(실제로 성공했다고
하네요^^), 삼성전자를 떄려치고 샌드위치 가게를 열어 소셜마케팅을 하는 이남곤씨,
장애인을 바리스타교육하여 까페창업을 도와주는 임정택군까지...
또한 이 책에는 멘토찾는법,책 잘 읽는법을 소개하면서 특히 문학,철학,역사등 인문학 공부를
많이 해야 삶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TV안보기 운동을
1년만 해보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저의 흥미를 끈 것은 '원순씨의 독서요령'이란 부분이었는데
발췌해 보자면
* 닥치는 대로 순서나 분야를 가리지말고 읽는다
* 손에 잡은 책은 한번에 끝낸다. 인생은 흘러가는 강물,나중에 다시 그 강물에 발을 담글 가능성은
없다. 지금 읽다가 중도에 멈춘 책은 언제 다시 읽을 수 있게 될지 기약이 없다
* 중요하고 의미깊은 구절은 독서노트에 적는다. 이렇게 해서 내가 만든 독서노트만 해도 한글
파일로 1천 킬로바이트가 넘는다.
* 혼자서 읽지말고 함께 읽는다. 나는 종종 희망제작소에서 내 별명을 딴 '도요새 난장'을 연다.
날을 정해 그동안 읽은 책을 사무실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죽 늘어놓은 다음, 낮 12시 정각이 되면
직원들이 일시에 달려와서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골라가게 하는 것이다.
* 베스트셀러도 읽어라. 아무 이유없이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중에도
좋은 책이 있다는 것을 늘 잊지말고 책방의 구석구석을 탐색해야한다.
참 멋진 원칙인 거 같더군요, 저도 그대로 실천을 해보려고요.
이 책안에서 사실 사소하게 씌여진 몇개의 fact가 저에게는 잊혀지지가 않는데 그것은
박원순씨가 차가 없다고 사실입니다. 중고차 한대를 사려해도 500만원이 들테고 기름값과
주차비,보험료등등 월 1만원씩 후원해주는 회원들의 돈을 거기에 쓸 수 없다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내가 낸 세금으로 어떤 미녀는 1년에 5800만원어치 주유비로 썼고, 동창회비
10만원도 정치자금으로 내고 미용실 600만원도 정치자금으로 비용처리했다는 기사가
떠오르더군요.
심지어 박원순씨는 수입은 초라하고 격무에 시달리지만 스스로 몸담아온 NGO단체나
시민단체를 '신의 직장'이라고 표현합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것을
실현해가는 곳이니까요. 관료적인 대기업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창업을 해서 자기자신을
고용하라고 말합니다. 또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제안하면서 모두 공짜이니 맘껏 활용하라고
권장하면서 그 아이디어가 사업화하여 성공한다면 10퍼센트는 '나눔기부'해달라고 부탁을
잊지않더군요. 또 사람들에게 '선생님'등 다른 호칭말고 '원순씨'라고 불러달라고 해서 이제
대부분이 그렇게 부른다는 대목과 신뢰가 중요한 그는 아름다운 재단 홈페이지에 수입과
지출내역을 1원단위까지 기록한 장부를 통째로 올린다고 하네요. 근데 한번은 자신을 비롯한
직원들의 월급내역까지 투명하게 올리는 바람에 직원들에게 항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이걸 보면 최하점수를 받아 꼴등 신랑감 대접을 받게 될거라고 볼멘소리를
해서 개인정보 차원에서 세세한 급여내역은 안올린다는 에피소드도 있구요.
또 기억나는 게 또 유언장을 미리 썼는데 변호사 시절에는 서울에 100평이상 땅을 가지고
있던 적도 있으나 시민단체활동을 하면서 모두 팔아서 가족들에게 남길 물질적 재산이 없어서
자녀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것 역시 유산'이라고 썼다는 대목.
서울시장 후보 둘다 사실 똑같이 법을 공부한 인텔리들이라서 지지율이 엇비슷한것이 그냥
차이가 별로 안느껴지나보다 생각을 했는데 '여럿이 함께'를 이야기 하는 사람과 '서울시장은
외로운 자리'라는 식의 말로 리더십에만 방점을 찍어서 소통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의 대결이
아주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최근 선거공방을 살펴보면 자질 검증 이야기 나오면서 바로 이념문제로 넘어가잖아요.
모든게 상대적인거 같습니다. 1억 시술받으면서 월세 보증금 1억 걸고 사는 상대 후보 공격하는
부메랑이고 실비 드립쳤으니 국회의원 향응 문제 불거지는거고 그런 것이라고 보여지네요.
근데 이건 참 시트콤 같아요. 1억원 피부시술이 '딸 때문이다'라고 성명한 후, '왜 딸을 자꾸
언급해서 속상하게 만드냐, 정치판이 이래도 되는거냐.왜 자꾸 내 가족을 파내냐' 라고 하는데
이것은 진짜 '유체이탈'격 생각이 아닌가요? 본인이 말해놓고 왜 제 3자 탓을 하는 건지...
너무 생게망게하지않나요?
그냥 자유시장을 근본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적법한 개인의 소비를 비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쿨하게 말하면 더 멋질텐데... 마치 정몽준이 "버스비..70원쯤 하나요?" 라고
말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과 비슷한 감정이 느껴져요. 그러니 여기저기서 '서민 코스프레'라고
놀리는 거 아닐까요?
그렇지만 지돈가지고 지가 그러는데도 불구하고 공인이라는 사람의 과소비를 살천스레 물고
늘어지는 것도 과하고, 나라녹 안먹고 사는 사람에겐 시민단체도 공금횡령으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 감정적인거지요.
그래요. 솔직하게 말해서 돈 있는 사람이 피부관리에 일억을 쓰든 십억짜리 차를 타든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시민의 집 한채 값을 피부관리에 써버리는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는 건 싫네요.
본인도 제 이런 감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시장 된다면 스스로 셀프관리하겠다'는
멘트로 다시 치신 것일테니 이정도 저의 솔직한 심정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잡설이 너무 길었죠..
이 책<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은 화나고 비극적인 소식만 너무 많은 신문들의 목소리가
잊혀질만큼 세상에는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저 또한 '새상이 살만하구나'하는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게 해주어서 넘 고마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