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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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에게는 문제가 있다. 작가는 자기 글이 출판되어 많이 팔리면 자기가 위대한 사람인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중간 정도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아주 조금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지 않고 자가 출판할 돈도 없으면, 자기가 진정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대함이라고는 거의 없다. 존재가 너무도 미미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작가는 자신감은 철철 넘치되 자기 의심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작가들은 피해야할 존재고 나는 그들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최 가능하지가 않았다. 작가들은 일종의 형제애, 어떤 친교를 원했다. 그런 감정 중 어느 것도 글쓰기와 관련이 없고 타자 치는 데 도움이 안 됐다.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 열린책들, 199쪽

 

 

 

거지의 밥값과 왕의 몸값

 

그것은 일종의 허세'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 을 넓은 의미에서 범죄소설'로 분류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볼 사람도 있겠으나 내 눈에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 죄와 벌 >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범죄소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분류 방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눈짓을 보내고는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숭고한 것이었다. 나 또한,  같은 범죄 소설에 속하지만 에드 맥베인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부끄러워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들에게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브랜드는 허파에 바람을 넣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루이비통 가방과 비슷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겨드랑이에 루이비통 가방 대신 < 죄와 벌 > 이나 < 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 > 이라는 책을 끼고 다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자리가 불편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도 좋아했지만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도 좋아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카프카를 루이비통 가방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늘 루이비통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허세라고 조롱했지만 책을 항상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는 사람 또한 같은 허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은 가방 속에 넣고 다녀라 !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오즈 야스지로'를 선택해야 보다 더 근사한 시네필'이 되고는 했다. 어떤 이는 오즈 야스지로를 강조하기 위해서 구로자와 아키라를 스펙타클 오락 영화'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 오즈는 사람의 옆면을 가장 잘 찍는 감독이었고, 구로자와는 정면을 정확하게 찍는 감독이었다.

 

나는 옆도 좋았고 앞도 좋았다. 그래서 < 옆 > 이 좋다고 < 앞 > 이 싫다고 말할 수 없었으며, 같은 이유로 < 앞 > 이 좋다고 해서 < 옆 > 이 싫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에 빠졌는데 어렵사리 오즈를 먼저 구하겠지만 단순히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는 식으로 묻는다면 대답하지는 않겠다. 둘 다 좋으니깐 말이다.

 

( 개인적 취향을 전제로 말한다면,  뒷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찍는 감독은 왕가위와 허우 샤오시엔'이다. 서양이 정면을 중시한다면 동양은 뒷면을 중시한다. 서구 영화계가 구로자와 아키라에 열광했던 이유는 바로 정면을 다루는 미학 때문이었다. 바로 이 시각의 차이가 오즈 야스지로를 위대한 감독으로 만들었다. 오즈의 카메라는 섣불리 배우와 사건에 쉽게 개입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개입하기보다는 겸손하게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무례하게 정면을 또렷이 쳐다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오즈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

 

내가 보기에는 구로자와 아키라는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에드 맥베인의 < 킹의 몸값 (1959년) > 을 영화로 만들었다.  범죄 영화의 걸작, < 천국과 지옥(1963) > 이다. 그가 주로 대문호의 고전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 (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맥베스를 각색한 '거미집의성', 리어왕을 각색한 '란'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각색한 ' 산다 ' ) 을 감안하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대 범죄 소설을 선택한 것은 꽤나 이례적이었다.

 

 

1. 영화, 천국과 지옥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63957 

 

< 천국과 지옥 > 은 영화 촬영장을 전쟁터처럼 만들었던,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비추면 이 작품은 아기자기한 소품처럼 보이지만 그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걸작'이다. 천국 편에 해당되는 곤도(소설에서는 더글라스 킹이다)의 거실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단조롭다. 영화는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1시간 남짓 머문다. 이 거실에 있는 소품이라고는 전화와 커튼이 전부'이다. 그런데 구로자와는 이 꾀죄죄한 소품 두 개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카메라의 동선과 배우의 동선은 짝을 이루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탱고를 추는 무희 같다. 카메라가 스텝에 맞춰 나아가면 배우는 물러나다가 어느 순간 엉키고 풀어진다. 이 조화가 매우 뛰어나다. ( 이 전반부 실내극에서 선보인 카메라와 배우의 환상적인 동선은 히치콕이 잘난 척하려고 만든 < 로프 > 를 떠올리게 만든다. )

 

그리고 < 커튼 > 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인데 커튼은 마음의 문으로 표현된다.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마다 곤도'는 커튼 앞에 서 있다. 커튼을 활짝 열 것인가 아니면 꽁꽁 닫을 것인가 ? 이 개폐(開閉)는 마음의 밝음과 어둠을 결정한다. 다음날 그는 자기 아들 대신 유괴된 집사의 아이를 돕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기로 한다. 그때 그는 그동안 닫혀 있던 거실 커튼을 연다. 빛이 쏟아지면 어두컴컴하던 거실은 밝아진다. 구로자와는 커튼을 통해서 주인공이 처한 심리를 적절하게 묘사한다. 소설에서는 " 창 너머로는 11월을 향해 가는 10월 (07쪽) " 이라고 계절을 똑부러지게 명시하지만 영화에서는 가을 대신 무더운 여름을 선택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커튼이 갖는 의미는더욱  분명해진다. 구로자와는 후반부인 < 지옥 편 > 에서 유독 " 땀 " 을 강조한다.

 

쉴 새 없이 선풍기는 돌아가지만 땀을 증발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옥 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땀을 비오듯 쏟는다. 반면 < 천국 편 > 에 해당되는 곤도의 집은 창문과 커튼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쾌적하다. 오히려 쾌적하다기보다는 서늘한 느낌을 준다. 이 말은 곧 곤도의 집이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드 맥베인이 더글라스 킹을 끌어들여서 윤리적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구로자와 아키라는 빈부 격차를 끌어들여서 계급의 문제를 제기한다.

 

- 집사의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며 이 사건에서의 최대 피해자는 집사이지만 그는 늘 화면 중심으로 나서질 못한다.

 

- 그는 모든 결정에서 항상 배제되어 있다. 그는 항상 프레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독은 계급에 따른 배치를 통해 신분과 서열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 후경(後景)에 배치된 두 남자는 집사(운전기사)와 곤도(더글라스 킹)이다. 집사는 울면서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이때 곤도는 커튼 앞에서 갈등을 한다. 전경에 배치된 인물들은 이 애절한 갈등을 지켜볼 뿐이다.

 

 

- 이번에는 아내가 집사를 대신해서 도움을 간청한다. 이때에도 곤도는 커튼 앞에 있다.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이미 곤도는 아이를 돕기로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이다.

 

 

- 곤도는 아이를 돕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기로 한다. 집사가 엎드려 운다. 이때 커튼을 활짝 열려 있다. 

 

 

 

2. 소설, 킹의 몸값

 

소설 속에서 아이를 유괴한 범인들이 요구하는 몸값(ransom)은 50만 달러'이다. 50만 달러가 구두 회사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소설이 쓰여진 때(1959년)를 짐작할 수 있다. 유괴범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몸값으로 지불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소설 제목이 모순적이란 사실을 금세 깨달았을 것이다. 유괴범이 제시한 몸값은 운전기사인 찰스 레이놀즈의 아들에 대한 몸값이지 더글라스 킹, 본인의 몸값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드 맥베인은 제목인 " King's ransom " 을 중의적으로 사용했는데 관용적 표현으로 " 막대한 금액 "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쉽게 저잣거리 입말로 말하자면 떼돈'이라는 뜻이다. 이 제목만을 놓고 보아도 에드 맥베인이 글재주가 뛰어난 양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소설은 당신이 평소 생각하는 대중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나다.

 

촘촘히 박힌 장치들은 에드 맥베인이 꼼꼼한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킹이 사는 성곽과 그 근처 사유지인 " 스모크 라이즈 " 라는 이름은 하나의 헛점과 몇몇장점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 이름은(사람들은 이곳을 스모크 라이즈라고 불렀다 ,23쪽)  희뿌연 안개에 휩싸인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이 불투명성'은 유괴범들이 운전기사의 아이를 킹의 아이'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구실을 제공한다. " 스모크 라이즈 " 는 마치 스티븐 킹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 " 캐슬록 " 을 닮았다. 에드 맥베인은 " 스모크 라이즈 " 라는 이름으로 여러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독자가 지루해질 때는 무조건 총을 등장시켜야 한다는 하드보일드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실 이 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5분마다 총이 등장해서 총을 쏘고는 달아난다.

 

그래서 독자는 총소리에 놀라서 토끼 눈이 되기 일쑤'다. 여기서 말하는 < 총 > 이란 독자가 상상하는 패턴을 뒤집는 반전을 의미한다. 유괴범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흥미를 유발시킨다.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까 ? 독자가 나름대로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며 고민에 빠질 때 느닷없이 유괴되었다던 아들이 천연덕스럽게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온다.  유괴 사건을 다룬 소설에 있어서 " 아들의 무사 귀환 " 은 극적 효과를 위해서 늘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 법칙인데 유괴를 당했다던 아이는 소설 말미는커녕 71페이지에 등장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 나 불렀어요, 엄마 ?(71쪽) "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 주말에 출장을 갔던 남편을 도봉산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것만큼이나 뜬금없다. 1108호 이웃집 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말이다.

 

이 지점에서 한글 모음 < ㅡ > 자세로 침대 깊숙히 박혀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다가 " 나 불렀어요, 엄마 ? " 라는 얄미운 대사에 당신은 날새게 자음 < ㄴ > 자세로 앉아서 이 사태에 대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이 장면은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느닷없이 총잡이가 등장해서 총을 쏘고 달아나는 꼴이다. 맙소사, 멍청한 유괴범은 엉뚱한 아이를 유괴한 것이다. 그런데 총소리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유괴범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오히려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유괴범은 뻔뻔하게도 자신이 유괴한 아이가 킹의 아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몸값을 요구한다. " 좋아, 킹, 잘 들어. 이 애가 누구 애인지는 상관없다. 알았나 ? 라디오는 들었지만 상관없다고. 아이는 아직 무사히 살아 있고 우리도 아직 돈을 원한다. 내일 아침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아이는 해가 지는 모스블 보지 못할 거다. ( 134쪽 ) "

 

두 번째 총소리'다 ! 더글라스 킹은 떼돈( a king's ransom ) 을 지키기 위해서 여덟 살 소년의 죽음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소년을 지키기 위해서 떼돈을 줄 것인가 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깐 첫 번째 총소리보다 두 번째 총소리가 더 크다는 소리이다. 유괴범이 저지른 오류는 부성애라는 한정된 범위를 뛰어넘어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이타적 존재인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한다. 막말로 말해서 판이 커진 것이다. 이 설정은 자식을 위한 단순한 몸값 흥정보다 더 강렬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치자.  다음날 뉴스 속보에 12토막 난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면 ?! 에드 맥베인은 이처럼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총잡이를 등장시키는 타이밍'이 탁월하다. 사실 총잡이가 자주 등장하면 싫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총잡이의 등장 횟수와 소리의 강도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어져 있다.

 

기본적인 서스펜스가 잘 짜여져 있다 보니 틈틈이 삽입된 87분서 형사들의 애환도 넉넉하게 읽힌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유괴범들 간의 갈등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자음 니은( ㄴ ) 으로 시작된 자세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찰스 부코스키가 지적했듯이 문학을 지나치게 전지전능한 아우라'로 숭배하는 것은 꼴사나운 짓이다. 작가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쓸 뿐이다. 설령, 밥값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몸값( a king's ransom )을 버는 대중 작가'라고 해서, 그 작품에 대해 미리 색안경을 끼고 가자미 눈으로 째려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생전에 겨우 밥값이나 벌면서 글을 썼다고 해서 그 작가가 매우 훌륭한 작가라고 말하는 것도 색안경'이다. 그것은 모두 선입견에서 비롯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대중문학, 특히 장르소설을 순문학의 아류'라고 폄하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오즈 야스지로를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구로자와 아키라를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를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에드 맥베인을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엄마가 좋아 아니면 아빠가 좋아 라는 말은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가 ? 부모가 자꾸 여덟 살인 당신에게 그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자. " 아빠의 정자가 엄마의 나팔관 안으로 무사히 안착해서 수정을 했으니, 제가 태어났지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알건 다 아는 나이입니다. 살 만큼 살았어요.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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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 조르바의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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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terotopia 2014-02-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세에 대한 이야기, 심히 공감 돼요. 자신의 취향을 마음대로 고백도 못 하는 세상이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6:56   좋아요 0 | URL
이제는 마음대로 고백하십시요 ! 전 옛날에 셰익스피어 전공자와 맞짱을 뜬 후 자유롭게 킹 소설 좋다고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물론 그 모임에서는 개쪽을 당했지만 말입니다. 허허....

heterotopia 2014-02-04 17:26   좋아요 0 | URL
멋집니다. 개쪽 당한 것도 멋지네요.

생각해보니 저는 특별히 눈치 보면서 거짓말 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적은 편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28   좋아요 0 | URL
아, 그 새끼 생각하면 아직도 열받습니다. 셰익스피어로 박사 학위 받는다나 뭐라나 하여튼... 그런 인간이었는데 킹을 무지 까길래 대들었다가 쪽만 당하고 ㅋㅋㅋㅋㅋㅋ.
아, 말빨도 끝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스펙도 좋은데다 얼굴도 잘생기고 말빨도 좋고 키도 크고..
정말 엄친아였습죠. 모임에 모인 여자들이 모두 그 사람을 숭배했으니깐...
반면 전 오징어였어요...ㅋㅋㅋㅋㅋ

heterotopia 2014-02-04 20:14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어차피 우리 대부분은 다 오징어인 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10   좋아요 0 | URL
토리님의 확인 사살이 저 저를 아프게 하는군요... 흠흠..

heterotopia 2014-02-05 00:18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래도 뭐... 저도 더해서 오징어가 되었는데요 뭘.

거의 대다수가 오징어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니네요, 슬퍼지네요.

유다 2014-02-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음에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 싶었는데. 원작 읽어보고 싶은데 읽을 책이 많아 미뤄지는 중. 영화 결말이 꽤 좋았어요. 여기 포스팅에서 말한 빈부격차. 영화는 형사/협박받은 자 50:50인데 책은 형사 위주라 해서 더 궁금. 영화에서 저는 염탐하다 꽃집 지나칠 때가 좋았어요. 보스가 "꽃 좀 사러가!" 하니 "꽃을 사기에 적당한 인물이 없습니다."라는 경찰 조직원들ㅋㅋㅋ다섯 명이나 되었음에도 꽃 살 만한 인상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15   좋아요 0 | URL
꽃집 장면에서도웃음이 빵 터지지만 왜 영화 초반에 전화가 걸려오는데 곤조가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끊어버리잖아요. 그 장면도 꽤나 웃겼죠. 협박범에게 전화가 올 거란 것은 이미 관객들이 알잖아요.
이 영화 보면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갖 밑바닥 생활을 보여주잖아요. 창녀촌,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모이는 곳, 범죄 소굴.... 아마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여기에 보면 한국 식당도 나오잖습니까. 아주 묘하더군요. 하여튼 이 영화는 범죄 영화의 걸작이에요. 이만한 퀄리티를 가지기 힘듦.

개인적으로 전 아키라 영화 중 이키루와 거미의 성을 좋아합니다. 아니다... 다 좋음..



영화에서는 유괴범 스토리가 빈약한데 소설에서는 유괴범 스토리가 매우 비중있게 나옵니다. 고것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도 87분서 시리즈에 나오는 형사를 보는 맛도 탁월합니다.

유다 2014-02-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한국식당ㅋㅋㅋ그 당시 일본의 한국식당 뿐 아니라 다른 영화나 소설에 그려진 우리나라 모습과 일치. 전후의 어수선함과 북적이고 너저분함이... 고고장도 좋았고. 그러고보니 뒷골목 묘사한 부분이 백미였어요. 범법자 자취방도 그러하고. 최근 동남아 쪽방촌과 비슷해요. 베트남이나 태국의 대도시이지만 슬럼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49   좋아요 0 | URL
지옥편 뒷골목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좋았죠. 마치 뉴올리언즈 태생인 흑인 가수가 담배 연기 가득한 술집에서 소울 가득한 재즈를 땀 흘리며 부르는 듯한,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높이 살만하죠. 특히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습니다. 약간 좀 뭐라 그럴까요. 아방가르드적이기도 했잖아요..

다소 2014-02-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구미가 당기는 책 리뷰네요. 보관함으로!

어떤 소설가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일종의 급'을 매기려는 듯한 태도에 질린 적이 있어요.
모 소설가의 책은 평균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고 했더니, '너 취향 참 저렴하구나?(...)'라는 뉘앙스로 말을 하는 걸 보고, 그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차라리 그 소설가의 사상이나 문체를 비판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소설 하나 재미있다고 했다가 '취향의 급이 낮다느니'하는 말을 듣고 짜게 식었지요.참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사상이나 문체를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마치 그냥 재미있어서 좋다고 하면 급이 낮은 취급을 하더라고요.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지 ? 그게 꼭 교양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유구일턴 2014-02-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어머니가 더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10   좋아요 0 | URL
한국인 70% 정도는 어머니가 더 좋을 겁니다. 수컷의 비애입니다.

수다맨 2014-02-0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 보다가 느낀 건데, 아니 본인이 셰익스피어나 제임스 조이스도 아니면서 왜 타인의 독서 경향을 무시하나요 ㅎㅎㅎ
정작 스티븐 킹이 들인 공력만큼, 구로사와 아키라의 저력만큼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타인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은 같잖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0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저는 김연수를 까지만 김연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 깐다는 거....
요거 굉장히 큰 차이이잖아요. 제가 저런 소리 하면 너도 하루키 소설이나 읽는다고 조롱하면서 무슨 소리냐, 고 하는데 전 하루키를 까지 하루키 소설을 읽는 사람을 까지는 않습니다.. 허허..

엄동 2014-02-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허세여도
아리송해 티안내는 고도의 허세도 있더라구요 호호호
책제목이나 가방브랜드 따위 보이게 들고 다니는건 오히려 귀여움.

킹의 몸값"이 땡기네요
ㅡ"자에서 ㄴ"자로 자세 바꾸고 쭉 갈 수 있을 듯.
어릴적 책볼때 많이 했던
나라면 어땠을꼬" 생각도 들 듯한게 ㅎㅎ

그나저나 첨엔 스티븐킹옹"에 대한 글인줄 ;;
이렇게 무지함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2:20   좋아요 0 | URL
이 책 상당히 재미있어요. 영화도 좋지만 소설도 뭐 끝내줍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고 말이죠.
이 소설에서는 킹의 선택과 영화 속 곤도의 선택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소설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선택만 놓고 보면 말이죠...
끝내주는 소설이에요. 제 마음에 쏘옥 듭니다.
 

 

선인장 가시'는 원래 동그란 잎이었다고 한다. 사막에서의 불볕'을 견디기 위해서는 몸을 말아서 면적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 몸짓이 굳어서 가시'가 되었다. 그러니깐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는 생존을 위한 위악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기둥선인장을 키운 적이 있다. 1미터가 넘는 선인장'이었다. 꽃집에 들렸다가 볕만 주면 무럭무럭 자란다는 말'에 계획에도 없는 선인장을 사가지고 왔다. 선인장은 느리게 성장했다. 꽃을 피운 적도 없고 잎이 돋아난 적도 없으니, 짐승으로 치자면 느리고 조용한 나무늘보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느린 것이 좋아졌다. 거대하면서 행동이 느린 것은, 날렵하지 않은 것은, 아름답다.  바닷거북이, 낙타, 개복치, 거리의 노숙자, 고래, 기둥선인장, 문창근, 대왕문어, 기린, 파이프오르간, 하마, 해바라기, 코끼리, 바오밥나무, 악어, 곰 그리고 괴물들 : 프릭스, 샴쌍둥이, 다운증후군 환자'들은 속도에 자신의 열정을 쏟지 않는다.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며, 그것이 부질없는 열정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 어느 경우든 머뭇거리는 시간은 인간의 얼굴에 새겨* " 지는 법이다. 흉터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과거가 진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어쩌면 선인장 가시'는 잎의 흉터인지도 모른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79020, 선인장 中

 


 

 

 

 

 

"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다* "

-  제목 출처 : 존 버거,『 A가 X에게』,열화당.

 

 

 

 

 

물방울은 가장 낮고 먼 곳인,  끝에서 고인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는 낙과(落果)는 없듯이, 물방울은 보다 낮은 곳으로 모여 있다가 물오른 때를 기다려 스스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록 자신이 머물렀던 끝이 날카로운 원뿔 모양의 예각이었다 해도 그 각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항상 둥글다.  이쯤에서 우리는 물과 유리'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리는 유리에서 분리되는 순간 날카로운 끝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물은 물에서 분리되는 순간 부드러운 원(圓)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동그라미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모서리가 없어서 각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니 물의 반대말은 유리'이다. 김기택 시인은 < 유리에게 > 라는 시에서  "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고 고백한다.

 

 

네가 약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은 충격에도 쉬이 꺠질 것 같아 불안하다

쨍드랑 큰 울음 한 번 울고 나면

박살난 네 몸 하나하나는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다

 

큰 충격에도 끄덕하지 않을 네가 바위라면

유리가 되기 전까지 수만년

깊은 땅 속에서 잠자던 거대한 바위라면

내 마음 얼마나 든든하겠느냐

 

 

 

 

깨진다 한들 변함없이 바위요

바스러진다 해도 여전히 모래인 것을

그 모래 오랜 세월 썩고 또 썩으면

지층 한 무늬를 그리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시 바위가 되는 것을

 

누가 침을 뱉건 말건 심심하다고 차건 말건

아무렇게나 뒹굴어 다닐 돌이라도 되었다면

내 마음 얼마나 편하겠느냐

 

너는 투명하지만 반들반들 빛이 나지만

그건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일뿐

언제고 깨질 것 같은 너를 보면

 

약하다는 것이 강하다는 것보다 더 두렵다

 

- 시집 < 태아의 잠 >, '유리에게' 전문

 

 

시인은 " 유리 " 라는 물성을 통해 위악적 태도를 읽는다. 시인은 " 투명하고 반들반들 빛이 나 " 는 유리가 사실은 " 날카로운 끝을 가리는 보호색 " 이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끝이 날카로운 무기'로 변한 조각은 " 투명하지만 반들반들한 빛 " 이며 " 작은 충격에도 쉬이 깨 " 지는 연약함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 또한 가능하다. 어쩌면 유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끝으로 저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로 장미는 꺾이지 않기 위해 " 가시 " 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것은 일종의 보호색이며 위장 그리고 저항이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시가 있기에 처절한 것이다. 장미 가시란 (꺾인다는 것에 대한)불안'이 낳은 일종의 뇌종양이다. 불안의 고름이 밖으로 새어나와 종유석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생긴 경화(硬化)가 바로 가시'다.

 

이처럼 힘이 없는 것들은 종종 날카로운 끝으로 세계에 저항한다. 육식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딱딱한 뿔로 저항하는 초식 동물처럼 말이다.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에 수록된 시 < 가시 > 에서 시인은 날카로운 끝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읽어낸다.

 

 

 

가지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푸르고 순한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의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시 '가시' 전문

 

 

가시는 "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 " 가 낳은 결과'이다. 그것은 " 살의(殺意) " 가 아니라 " - 살이 " 에 대한 욕망이다. 돌이켜보면 이 뾰족한 끝'은 < 유리 > 와 < 가시 > 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끝이 존재한다. 반들반들한 유리가 박살나면 끝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듯이, 사람 또한 사람에게서 멀어지면 끝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서 " 날카로운 한 점 끝에 힘을 모은 채 " 살아가게 된다. "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 그런 일념의 분노 " 만 남는다. 둘이 하나가 되었던 몸이 다시 둘로 나뉠 때, 그렇게 사랑이 끝날 때, 물방울이었던 몸은 어느새 깨지기 쉬운 유리가 되거나 가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집 [ 바늘구멍 속의 폭풍 ] 을 관통하는 것은 분리에 따른 불안'이다.

 

< 가시 > 가 꽃을 꺾일 것 같은 불안을 다루었다면 시 < 새 > 는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불안을 다룬다. " 새장 " 은 기본적으로 새가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도록 고안한 장치'이다. 먹이는 항상 몇 걸음만 옮기면 쉽게 얻을 수 있기에 새장 속 새는 날개 대신 다리로 이동한다. 이 습속에 익숙해지면 새는 어느 순간 " 새장 문을 열어놓아도 날지 않고 / 닭처럼 모이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 때까지 걷는다 " 결국 새는 새장 속 공간이 전부가 된다.  새장 문을 열어놓아도 날지 않기에 그것은 자발적 감금 상태이다. 새'가 새장 속에서 배운 것은 걷는 행위가 아니라 불안'이다. 새는 자유를 버리고 평화를 얻었으나 동시에 불안도 얻었다. 새장과 새는 하나가 되어 서로 달라붙는다. 새는 내내 " 끓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 끊기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그렇게 조심하고 조바심쳐왔던 / 끊어질까봐 소리 한번 내보지 못했던 / 언제나 떨림과 미열과 잔뇨감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 시, 실직자 부분 ) "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 끓어지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던 " 공포는 이 시집을 관통한다.  < 파리 >라는 시는 천장에 붙어서 죽은 파리에 대해 묘사한다. 시인은 " 겨우내 꼼짝없이 붙어 있었 - " 던 파리를 통해 자리에 연연하는 집착'을 본다. 그것은 새가 새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불안과 비슷하다. 반면 < 뱀 > 이라는 시'는 파리나 새장 속 새와는 달리 자유롭게 허물을 벗는 뱀을 통해 자유를 본다. "가벼워라 아아 편안하여라  "라고 말한다. 뱀은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살가죽을 뚫고 나와서 자유를 얻는다. 파리가 자리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어리석은 존재라면 뱀은 벗고 벗어서 " 기꺼이 화사한 꽃비늘이 " 된다. 뱀은 떨어져나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뱀은 관계로부터 독립적이다. 뱀은 물방울과 같은 성질을 가진 짐승이다. 물방울에서 벗어난 물방울이 모태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여전히 물방울로 분리되듯이,

 

뱀에서 허물 벗은 뱀도 허물을 벗기 전의 그 모태를 그대로 간직한다. 또한 우로보로스 신화 속 뱀은 자기 꼬리를 입으로 물어 원형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각이 없는 물방울과 유사하다. 반면에 인간은 분리에 대한 불안을 간직한 존재다. 그래서 사랑하던 사람이 변심을 하여 자신의 곁을 떠나는 순간 가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성정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가시'를 숨긴 존재이니깐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끝도 함께 자란다. 다만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를 뿐이다. 인간에 대한 모든 신뢰 안에는 뾰족한 가시도 함께 자라는 법이다. 가시가 가장 뾰족할 때는 꽃이 만개했을 때가 아니었던가. 숨을 잃어도 좋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랑하는 감정과 비례해서 칼날 같은 가시도 함께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끝은 강하기보다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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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2014-02-0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악 은하의 추억 어디갔어요? 새글목록에 있어 눌렀더니 글이 없어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5:34   좋아요 0 | URL
쓸데없는 소리인 거 같아서요.... ㅎㅎㅎㅎㅎ 매의 눈을 가지신 유다 님 ! 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정말 유다 님은 술을 사랑하시는 거 같습니다.
알코올중독과 알코올중독이 아닌 사람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

자신이 날마다 술을 마시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애주가이고
날마다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술병을 몰래 버리고 신경 쓰는 사람은
알콜중독자'이죠. 유다 님은 아주 건강한 애주가'입니다.

전... 음, 피똥 싸게 된 이후 좀 자제합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마시네요.. ㅎㅎㅎㅎㅎ

유다 2014-02-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매의 눈이 아니라 ㅋㅋㅋ걍 네이버에서 블로그 누르면 네이버 블로그 외에 즐겨찾기한 블로그는 글을 삭제해도 세 줄인가 남아있어요ㅠㅠ

저는..음ㅋㅋㅋ피똥은 어케 마시면 나오는겁니까? 신기. 전에 알콜중독자 중에 사이다 먹자마자 기포 그대로 나왔단 분은 봤지만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6: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ㅎㅎㅎㅎㅎ. 경험하시고 싶으시면 치질에 걸리시면 됩니다.
치질에 걸리시면 친절한 의사선상님께서는 항문의 수우미양가'를 친절하게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항문 중 최고의 아름다운 항문은 국화무늬'라고 하네요.
이름이 남자여서 당연히 남자인 줄 알고 예약했다가 여성이어서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의사선상님께서 제 항문을 보시더니 배추잎 가타고 하시더군요.
배추잎이란 박색을 의미하는데 쪽팔려서 전 그동안 국화무늬 같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항문은 국화무늬가 최고죠...

곰곰생각하는손 2014-02-0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올만에들어왔는데 곰곰발씨, 이글 디게좋은데요? ^^*진짜.
글고 오오! 글을 잘써서 사탕 대박나셨네요?!?! ㅎㅎㅎㅎ

축하한다 ㅎㅎ 아근데 뭐.. 넘 당연한 거잖어.
네가 일반사람들이랑 글로 경쟁한다는 거 자체가 반칙임. ㅋㅋ
뭐 나한텐 사탕'안나눠줘도 된다.(난 사탕'보다 사랑'이좋음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00:21   좋아요 0 | URL
누가 이리 당돌한 덧글을 달았나 했더니 말투 보니 누군지 알겠구나. 허허허허...
누가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고 했길래
문득 김기택의 시가 떠오르더라고....
그야말로 정말 이 가시에 대해 자주 시를 썼던 사람이었거든...
넌 너무 멀리 있어서 사탕 대신 사랑 다섯 개를 주기로 한다 !

엄동 2014-02-04 09:11   좋아요 0 | URL
"네가 일반사람들이랑 글로 경쟁한다는 거 자체가 반칙임. ㅋㅋ"

이 말 왜케 귀여우심? 크크크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54   좋아요 0 | URL
이거 알라디너분들이 보시면 대노할 덧글임.... 날 곤경에 빠트릴려고 하는 고도의 덧글입죠..

달사르 2014-02-0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게' 를 읽으니 그래도 유리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쓰이나봐요. 바위고 돌이라면 마음이 덜 쓰이겠지만 그에 비례해 정도 덜 가게 될 거 같아요. 연약한 유리이고 깨지면 날카로워지는 걸 알기 때문에 깨질까 노심초사, 깨지지 않게 신경이 자꾸 쓰이고 말이죠. 마치 사랑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뱀허물이나 물방울 같은 관계면 얼마나 좋으련만. 대개는 가시를 동반한 장미꽃이군요. 전 요즘엔 그 가시도 차라리 인정이 되는 단계도 겪었는데요. 일단은 나부터가 남에게 가시를 숨기거나 내보이는 존재인데다가, 남의 가시 또한 어찌할 수 없는 거라면 품어주자, 뭐 좀 찔리고 말지. 그런 생각요.
암튼 그 찔린 가시 끝에서 분노나 사악, 뭐 이런 것보다는 뭔가 표현 못할 불쌍함'을 느꼈거든요. 그 정체는 도대체 뭐지? 고민 중인 요즘이었는데 곰발님 글을 읽으니 좀 이해가 가네요. 분리에 대한 불안. 그간 도움을 줬던 나란 존재에 대한 분리 불안증. 혹은 더 나은 둥지를 기웃거리느라 생기는 불안증 정도.
해서, 내일도, 나는 그 사람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다. 뭐 이런 거.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00:25   좋아요 0 | URL
유리에게, 란 시 참 좋죠 ? 이 시가 수록된 태어의 잠'이란 시집을 찾는데 없네요. 아마, 누가 가져갔나 봅니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시작은 좋으나 끝이 나쁘잖아요.
그것에 비하면 물방울은 정말 시작과 끝이 항상 동일해요. 그 어떤 끝에 매달려 있어도 항상 둥그런 모양을 버리지 않으니깐 말이죠. 처마 밑에 있어도, 고드름에 달려도 떨어지는 순간 물방울 모양이 되죠..
장미 가시란 결국 꽃대가 꺾인다는 공포가 야기한 장미의 결심 아니겠습니까...

상처 받았다고해서 그러 원통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 분명하니깐 말이죠...

봄밤 2014-02-0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의 출처,
존 버거,『 A가 X에게』,열화당. 입니다.
이것으로 수정을 하신다면 완벽한 리뷰가!

우선 제목을 황급히 고합니다.

두 번 읽고 댓글 전할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3 20:05   좋아요 0 | URL
엇, 고마습니다. 이거..... 존 버거의 글이었군요.
이 책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저 문장이 정말 좋아서 이 리뷰까지 하게 되었네요.

달사르 2014-02-03 22:59   좋아요 0 | URL
그르게요. 한 문장이 좋아 책을 살 것 같아요. 저도 따라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김기택 시집도 아직 없으니 이분 것도 같이.
봄밤 님 덕분에 두 사람이 (플러스 여러 사람이) 존 버거를 알게 되네요. ㅎㅎ

봄밤 2014-02-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님의 글은 생각을 하게 해서 좋습니다. 댓글도 놓치지 않고 읽으셔 리뷰를 풍부하게 쓰시는 것도 참말로 좋습니다.
물에 대한 통찰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날카로운 예각을 집중하시다니! 이번에 바늘구멍 속의 폭풍을 다시 읽어야겠습니다.

물방울을 살피며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두려움이나 결심마져 넉넉히 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로 약한 것은, 자신을 이루기 전에 가시만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고요.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고 할 때, 그렇다면 아름다움도 없이 가시만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방울과, 장미라는 면적을 기다리지 않는 시간이 있습니다. 자신을 충분히 기다려 크지 못하는 이들은 가시만을 세워 그 시간에 편입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름다움이 없는 결심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존 버거의 『A가 X에게』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시대를 노려봅니다. 읽어보시길 바라요.
좋은 문장을 접다가 포기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05:28   좋아요 0 | URL
전 늘 반대말 찾기 놀이'를 하는데요. 사전에 나온 그 공식 말고
제 스스로 만든 놀이'입니다.
물방울의 반대말은 가시가 될 것 같습니다. 물은 타자를 품어요. 투과라는 방식을 사용해서 말이죠.
우리는 손을 물속에 넣기도 하고 몸을 담그기도 하고...
하지만 가시는 만지는 순간 살을 파고든다는 측면에서 타자를 허용하지 않는 것.
뭐 그런 것...
그러고보니 정말 장미는 없고 가시만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군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스니다.

+

제가 덧글창은 비로그인으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 덧글의 기능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그냥 무심히 던진 말에서 글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거든요.

달사르 2014-02-0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음악 듣고싶어 좀이 쑤셨는데 퇴근해서 이제사 듣네요. 직장에선 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서 말이죠.
어제 이 음악이 있었던가? 갸웃거리다가
뭐든간에 시거 로스 음악 들을 수 있으니 좋다! (헤벌쭉)

어제 곡도 좋더니(영상도 함께) 오늘 곡도 좋네요. 가스펠 송 느낌 살짝 나다가 영상에 빠져듭니다.
친구의 빨간 코는 친구의 숨은 장미가시였나봐요.
그저 장난이었는데, 친한 마음에 친구의 코를 건드렸는데, 혼자서 회환의 시간을 가지게 될 줄이야.
유리창의 깨진 유리 마냥
친구의 가시가 부러져 더이상 친구일 수 없나 봐요. 이젠 트럼펫을 불러도 친구가 나타나질 않네요.

아.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05:19   좋아요 0 | URL
시거로스 ㅡ 음악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런 장르를 뭐라고 하던데....
제가 옛날에 캐리커쳐를 그려주곤 했는데
예쁜 아가씨 동료가 자기도 그려달라고 해서 그려준 적이 있어요.
캐리커처, 다들 아시다시피 얼굴 중 특이한 곳을 과장되어서그리는게 캐리커쳐잖아요.
그래서 전 그 아가씨 코가 크고 매부리여서 수도꼭지처럼 그렸는데
그만.... 그 아가씨 화장실 가서 울고불고.. 그 다음부터는 절대 그림 그려주지 않습니다.
그 친구도 빨간 코'가 늘 상처였을 겁니다. 콤플렉스란 늘 그런 것이니 말이죠....
이건 딴지입니다만, 제가 한때 술을 많이 마실 때는 술병을 몰래 감추는 게 몰래 술을 마시는 것보다
고통스러웠죠. 그래서 술을 점점 집에서 안 마시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마 친구분도 술을몰래 마실 수는 있으나 그 빨간 코를 숨길 수는 없었을 겁니다. 친구에게
빨간 코는 빈병 같은 존재였을 겁니디ㅏ.

엄동 2014-02-0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에게" 시 좋네요
마지막 문단도.

애정하는 사람과 함께 할땐
뭉툭한 줄 알던 내 안의 칼은

분리"후엔
어느새 양날의 검이 되어
나를,그리고 타인을 찌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56   좋아요 0 | URL
사랑은 물방울처럼 시작되었다가
이별할 때는 가시가 되어 나오는 거 같습니다.

rendevous 2014-02-1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게 시 읽어주는 남자는 신형철 평론가가 아니라 곰곰발 님이야 ㅎㅎ 딱 하나 가시가 '사건'을 통해 욕망의 지향성이 반전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라면, 인간이 가시를 '숨긴' 존재라는데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감이 있습니다. 욕망은 내재하고 있어 의식하기 불가능에 가깝고, 불안이란 징후를 통해 예감할 수 있을 텐데 이 추상적인 에너지의 흐름만 가지고(존재) 구체적인 물성을 지닌 가시(존재자)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갖고 있다고 표현한 건 숨기고 있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타자의 시선에 의해 재단된 것이니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숨기고 있다는 건 숨길 대상에 대한 인식을 전제해야 할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은 커녕 불안에 대해서도 매우 둔해서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데 가시를 숨길 여유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가시의 재료, 가시를 만드는 화학식, 가시에 관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설사 숨길 수 있다 하더라도 도래하지 않은 사건 속에서 가시를 '숨긴' 존재로 인간을 명명하는 건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페루애 님 글 보고 흥분해서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고 막 적었네요... 존 치버, 존 쿳시, 존 버거 '존'을 좋아하는 소설가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13 02:23   좋아요 0 | URL
제 글 보시면 흥분하시는군요 ? ㅎㅎㅎㅎㅎ. 좋습니다. 글 보고 흥분하는 거, 이거 참 짜릿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는 시를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좋은 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전 가시라는 존재가 누구나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가시의 핵심은 끝이죠. 가시는 끝 때문에 명징한 존재가 됩니다. 이 끝을 사람들은 누구나 느껴요. 우리는 이제 끝이야... 라고 슬프게 말할 때 그때의 끝은 바로 가시죠...
뭐...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요것으로 글을 좀 확장해야 겠습니다.

rendevous 2014-02-15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 대한 예감... 하루 세번 꼭꼭 슬픔치약 거울크림, 혼자서도 잘해요
 

 

 

 

 

 

 

 

 

 

 

 

 

 

 

 


 

 

뿔과 꼬리의 정치학 

 

 

육식 동물은 뿔이 없는 반면 대형 초식 동물들은 (대부분) 뿔이 있다. 반면 육식 동물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치아처럼 초식 동물은 치열이 가지런하다. 종합하면 <뿔 > 은 날카로운 이빨 대용으로써 사나운 육식 동물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라 할 수 있다. 비약하자면, < 뿔 > 은 초식 동물의 상징'이요, 약자의 징표이다.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뿔 달린 악마'는 사실 이미지의 배반이라 할 만하다. 뿔이 달렸다는 사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피 냄새에 환장하는 짐승 같은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나약한 인간'이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가시처럼 독한 발톱에 자신의 연약한 모가지를 지키기 위해서 뿔이 자라는 것이다. 이처럼 뿔은 약자가 운명적으로 간직해야 할 주홍글씨 A다.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몇 달 전부터 뿔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에만 뿔이 달린 것은 아니었다.  IMF 이후,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은 머리에 뿔이 달리기 시작했다. 용산 망루에 오른 서민들은 쥐뿔 만한 뿔로 테러 진압조와 싸웠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고, 철도 노동자 또한 5000명이라는 경찰과 싸우기에는 초라한 뿔이었다. 뿔은 이빨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처음 뿔이 달렸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나를 괴물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뿔은 약자의 징표였다. 내 머리에서 자라는 뿔은 제멋대로 자라서 1미터가 훌쩍 넘었다. 사람들은 이 뿔이 악마의 뿔이 아닌 단순한 초식동물의 뿔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내 얼굴에 침을 뱉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뿔을 자를 수밖에 없었다. 아프지는 않았다. 그래도 녹용인지라 하루 술값은 되었다. 눈물이, 아.... 앞을 가렸다 !

 

머리 꼭대기'에서 자라는 게 뿔이라면 엉덩이 끄트머리에서 자라는 것은 꼬리'다. 인간은 꼬리를 버리고 사람이 되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많고 많은 기관 중에 왜 하필 꼬리였을까 ? 한때 내 이름은 곰곰생각하는발. 내가 내린 결론은 꼬리라는 기관은 몸속에 있는 심장(마음) 과 뇌(생각)가 몸 밖으로 돌출된 예'라는 것이다. 그러니깐 꼬리는 제 2의 심장이요, 제 3의 뇌'다. ( 꼬리는 제 2의 마음이요, 제 3의 생각이다. )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고 하니.... 꼬리는 감정에 충실한 신체 기관'이다. 화가 날 땐 꼬리를 세우고, 반가우면 꼬리를 흔들고, 무서우면 가랑이 사이로 숨긴다. 감정의 " 형상화 " 라 할 수 있다. 속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꼬리는 의도적으로 조작을 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짐승은 꼬리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짐승들이 평생 동안 서열 싸움'을 하는 이유는 바로 꼬리 때문이다.

 

우두머리'를 넘볼 놈들은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 그런 놈들은 곧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놈이다. 그것은 일종의 선전포고 ! 운명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두머리와 도전자는 서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 하와이 가라 ! " 만약에 이 말에 기가 죽는다면 꼬리를 내리고 하와이 내가 간다잉. 잇힝 잇힝 ~ 이라며 뒤로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모두 다 하와이를 가고 싶지는 않을 터, " 네가 가라, 하와이 ! " 라고 말하는 순간 대결은 시작된다.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몰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는 벌어지지 않는다. ( 간혹 연대'에 의해서 우두머리를 쫒아내는 경우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인간의 조상인 원숭이나 하는 짓이다.  프란스 드 발의 ' 침팬지 폴리틱스 ' 를 참고할 것. ) 깨끗하다, 그들은 지저분하게 칼질하지 않는다. 지면 승복하고, 이긴 자는 피의 보복을 하지 않는다.

 

이게 다 꼬리의 정치학'이 낳은 룰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 꼬리'가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퇴화한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잘라버린 것이다. 인간이란 지구상에서 가장 간사한 새끼들. 오로지 있는 그대로만을 표현해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꼬리를 잘라버림으로써,  거짓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이다. 속마음을 숨기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세상은 온통 이상한 놈들이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뻐꾸기를 날리면 사람들은 와와 했다. 반면 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우우 했다.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말할 때에만 하하 하고, 진실을 말할 때는 화, 화화'를 냈다. 어디 그뿐인가 ? 선거철만 되면 정치가들은 온갖 거짓 공약으로 권력을 쥐었다. 이명박은 사대강이라는 거짓말을, 오세훈은 뉴타운이라는 거짓말로 화려한 왕관을 썼다.

 

누군가가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빨갱이가 되었다. 이 세상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영웅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꼬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는 하하 웃지만 뒤에서는 등에 꽂을 칼을 벼린다. 꼬리가 사라지고나서부터 진정한 마초'도 사라졌다. 추잡과 주접이 난무하는 세계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동물의 왕국을 본다. 꼬리를 바짝 세운 두 마리의 늑대가 죽을 각오로 싸운다. 하와이, 네가 가라잉 ? 컹컹. 내가 와 하와이 가노 ? 네가 가라, 하와이. 컹컹. 싸우다가 진 놈은 꼬리를 내린다. 아름다운 순간은 지금부터다. 죽일 듯이 싸웠던 승자도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면 더 이상 물지 않는다. 그게 늑대의 처절한 룰이다. 싸움에서 이긴 놈은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는 순간 절대 물지 않는다. 비록 그 놈이 힘을 길러서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말이다. 얼마나 멋진가 !  

 

늑대의 맞짱에 비하면 인간은... 양아치에 가깝다. 누군가는 칼질 하는 행위를 유식하게 권력 투쟁이라고도 하지만 미화하지 말자. 그것은 권력투쟁이 아니라 칼부림'이다.  언제부터인가 간사한 놈들이 세상을 평정했다. 날마다 우아한 드레스코드를 선보이는 각하'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놈은 하와이 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동안 나는 " 하와이 " 가 어떤 곳인가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는 했다. 하와이'는 어디에 있는 곳일까 ? 마르케스의 상상적 영토'인 마콘도'나 킹의 으시으시한 캐슬록'과 같은 유토피아인가 ? 이 의문은 곧 풀렸다. 하와이는 " HOW WHY " 였다. 의문을 던지는 놈은 처형된다 ! 정치를 하는 놈들이 내뱉는 애국심에 대해 HOW나 WHY 라고 묻는 놈은 하와이 간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면 하와이 간다.

 

누군가가 하우 와이' 라고 묻는 순간 머리에 뿔 달린 빨갱이'가 되어 하와이로 유배를 떠나야 한다. 꼬리를 숨긴 놈들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뿔'을 생산한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이다. 하와이는 유배지'이다. 흑산의 영문 표기법이 바로 하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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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1-3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와이가 흑산이란 뜻입니까? 진짜? 아는 것도 많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12:19   좋아요 0 | URL
가짜입니다. 그냥 유배지 하면 흑산이 떠올라서... ㅋㅋㅋㅋ

르미에르 2014-01-3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해에도 술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구랴!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13:59   좋아요 0 | URL
술 많이 마시고 술병 나라는 소리 같습니다그려 ? 허허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에피큐리언 2014-01-3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해엔 많은 애인을 만듭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1:45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바람둥이도 아니고... 후후,

만화애니비평 2014-01-3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많은 사탕을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1:45   좋아요 0 | URL
자꾸 사탕 사탕 하지 마십시요. 부끄럽습니다.

엄동 2014-01-3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제뿔을 팔게요 하루 술값은 될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2:17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군요. 뿔 잘라버려요 ! 그걸로 술이나 마십시다...

다소 2014-01-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지만, 곰발님의 제목 짓는 솜씨는 정말... 최고이십니다. 그리고 본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던지는 서두는 단연 압권. 새해에도 간이 무사하시기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3:48   좋아요 0 | URL
본론을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해서는 결론은 앞부분을 찰지게 호객 행위를 해야 겠더라고요..
근데 다소'라는 말... 참 많은 뜻을 생각하게 만드는 단어 같습니다. 다소곳이란 뜻도 생각나고
다소 라는 부사도 생각나고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多笑로도 통하고... 좋은 닉네임 같습니다.

봄밤 2014-02-0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약하고 해칠일 없는 것들만이 결심을 밖으로 형상하는 것 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20:04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문장이군요.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라는 말...
우리가 흔히 악마는 머리에 뿔 달리고 꼬리가 달렸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천사들이 뿔 달리고 꼬리가 달렸을 거예요.
꼬리가 달렸다는 것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꼬리는 본능에 충실하니깐 말이죠.
악마는 뿔도 없고 꼬리도 없는 놈일 겁니다. 이게 와전되어서 지금의 악마의 모습이.........

 

 

 

뙇' 한 생각들...

 

 

 

 

1. 군대 가라, 하지만......

나는 20세 안팎의 청년들'이 군대를 가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환에 정액이 가득 찰 나이에 군대'를 간다는 것은...  아, 빌어먹을 ! 한 마디로  마음 아픈 일'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군대 가지 마라, 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 군 입대 시기를 20세 안팎'에서 4,50세 전후'로 수정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얼마나 재기발랄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인가 ? 이 사회의 기득권'은 50대'다. 정상적인 코스'를 밝고 사회생활을 했다면 그들은 권위라는 이름의 자리에서 어린 것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을 나이'이다.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가장 소외된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때 가는 거다. 물론 군 입대에 따른 모든 비용은 기업이 제공한다. 머리 깎고 절에 입적한다는 심정으로, 소풍간다는 심정으로, 가족이라는 짐을 벗는다는 심정으로  고, 고, 고 ! 

 

4,50대 남성이 군대에 입대하면서 생기는 결원은 어린 것들에게는 일자리와 승진할 기회'를 줄 것이며,  방탕한 생활로 허약해진 체력은 군대 유격훈련으로 단련하니 비만 및 성인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절약될 것이며, 화생방 훈련'에서 눈물을 흘리며 "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자아아아아아아보오오온 순간... " 이라며 물 먹은 습자지처럼 바들바들 오열하는 순간, 가족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이 또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군 입대 시기를 20대에서 4,50대로 변경하면 ① 일자리 창출 ② 체력 개선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절감 ③ 해체된 가족 복원 그리고 실직자들에게는 재기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④ 자력 갱생 역할을 담당하니 이 방법은 정말 좋은 제안이라 할 수 있다. 뭍에 나온 문어 다리처럼 흐물흐물 기어다니던, 저질 체력이었던 남편이 꿈 같은 휴가를 나와 가족과 재회한다고 생각해 보라.

 

자식들은 늠름한 아버지가 철조망 밑에서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니 존경하게 될 것이고, 아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식스팩으로 다져진 근육을 보고는 몸이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부부는 신혼 때나 느꼇던 뜨거운 운우지정에 뼈와 살이 타들어 갈 것이다. 부부애와 가족애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나는 제안한다. 50대 남성이여, 군대 가자 !

 

 

2. 문학보다는 인문사회학'을 !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인문.사회학이 문학보다 뛰어나다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골고루 읽는 것이다. 문학만 읽는 사람과 인문사회학만 읽는 사람은 둘 다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소설책만 읽는 사람은 인문사회학'만 읽는 사람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인문사회학'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문학을 사랑하는 독재자'는 많아도 인문사회학서'를 즐겨 읽는 독재자'는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 정치사만 보아도 그렇다.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정치의 대안'이라고 평가받는 모범적인 정권은 그나마 노무현과 김대중 정권이었다. ( 사실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만... ) 이들의 공통점은 인문사회학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반면 김영삼과 이명박과 전두환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무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뭣도 모르는 놈이 무식하게 덤비는 법. 그렇다면 노태우는 ?  깜놀' 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클래식 음악 다방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를 읽던 문학 청년이었다.

  

 

3. 철학을 과학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미친 짓이다.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소설'만 많이 읽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소설가'는 백이면 백 사쿠라'다. 오히려 훌륭한 스승은 좋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소설'만을 읽으면 안된다고 충고해야 한다. 종종 철학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볼 때마다 한심한 것은 과학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자연과학서 한 권'도 읽지 않고 철학을 한답시고 주절거린다. 이거 좀 웃긴 거다. 철학이란 '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 ' 을 넘어서, ' 인간이 관계 맺고 있는 대상 '을 연구하는 관계'에 대한 학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체를 훑을 수 있는 앎'을 꿰뚫어야 한다.

  

 

4. 긍정의 힘을 믿는다고 ?  웃기지 마라 !

이금희가 진행하는 아침마당 따위가 짠 명사초청 강연 프로그램을 보면 강연자들이 하는 소리는 대부분 긍정의 힘'을 갖자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안 돼, 안 돼, 안 돼, 하면 정말 안 되고,  된다, 된다, 된다, 하면 정말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바로 캔디의 남성 버전인 < 제빵왕김탁구'> 라는 드라마'였다.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정신 " 이 결국 김탁구'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강의를 하는 강연 프로그램을 보거든  tv를 꺼버리는 편이 오히려 당신 건강에 좋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의 힘'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긍정의 힘'만큼이나 부정의 힘 또한 크다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자면 전자와 후자'가 5 : 5 다.

 

그러니깐 긍정의 힘'만이 성공'를 만든다는 신화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긍정은 노예의 도덕'이라는 덫에 빠질 위험이 높다. 나는 부정의 힘'을 믿는다. 삐딱한 시선으로, 껌 좀 씹으면서, 혓바닥으로 면도칼을 굴릴 줄 아는 잔기술이 필요하다.   역사를 새롭게 변화시켰던 것은 시대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대에 대한  안주보다는 반항하며  삐딱하게 보고자 했던 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킨 것이다.  5.18 광주 혁명'은 바로 이 부정의 힘'이 만든 시대의 전환'이었다. 1968년 파리 혁명'은 어떤가 ?  바리케이트와 짱돌의 대결이었지만 가장 위대한 해였다. 시위 군중은 외쳤다. 리얼리스트가 돼라.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이 혁명'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가 1968년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다.

 

처음부터 실패는 명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실패'를 위해서 돌을 던졌다. 이것은 긍정의 힘인가, 부정의 힘인가 ?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와 로맹가리'는 실패한 삶인가 ?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 말리비틀어진 풀이 촉촉하게 젖은 풀을 불태운다. " 

 

  

5.  때론 완벽한 재현보다는 어설픈 재현이 훌륭하다.

생명이 없는 것, 예를 들면 자동차, tv, 명품 가방, 신발,  등'은 뛰어난 광고 사진 작가'가 찍어 놓은 사진을 보아야 제격'이다. 번쩍번쩍 빛나는 광고 사진 속의 제품을 보면 사고 싶어서 미친다. 일종의 과잉의 재현'이다. 그런데 생명이 있는 것은 정반대'이다. 우리가 꽃이나 동물을 재현할 때는 사진보다는 손으로 직접 그린 세밀화'가 더 완벽한 재현을 담당한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병'은 사진이 재현할 수 없는 꽃과 곤충의 세밀한 뽀다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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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4-01-3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패드로 봐서 처음엔 그림 위쪽만 보이길래 매직아이인 줄 알고 사팔뜨기 시전했습니다.ㅋㅋㅋ
원래 매직아이를 잘 못보긴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보이길래 스크롤 내렸더니 매직아이가 아니네요. 아무도 안 보는데 부끄러워요.

이건 좀 뻘글인데, 예전에 다니던 직장의 보스가 자신이 책을 많이 사는 걸 대단한 자랑거리로 삼았는데, 가만보면 사기만 하고 당최 읽는 꼴을 못 봤거든요. 표지만 보려고 샀는지.. 아무튼 그 리스트들이 대부분 인문사회학 서적이었는데, 그걸 본 제가 "책 다 읽어보셨어요?" 했더니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더라구요. ㅎㅎ 그 보스에게 인문사회학 서적은 일종의 허세품 같은 것이었죠. 제목을 아는 것과 내용을 사유하는 것은 다를 텐데 말이죠. 그런 보스같은 사람들이 요즘 많이 보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0 15:39   좋아요 0 | URL
저거 영화 300 미니멀 포스터인데요.... 어째 제목이 나오지 않았네요. 후후....
전 책 많이 사는 사람도 믿지 않지만
전 책 많이 읽는 사람도 믿지 않습니다.
책 많이 읽으면다른 사람보다 도덕적이다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독을 자랑하는 걸 보면 좀 속물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저도 속물입니다. 그래서 다독을 자랑하는 거긴 하지만... 후후...

수다맨 2014-01-3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제안이 참 솔깃하고 쫄깃(!)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오십대 태반이 저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네요 ㅎㅎㅎ 식스팩 육체나 아랫사람의 존경이라는 보약보다, 지금의 기득권이라는 사탕을 더 좋아할 사람이 많을 듯합니다.

20세기 초에 덴마크 육군대장 프리츠 홀름이라는 이가 '전쟁근절법안'이라는 것을 유럽 각국에 돌렸다고 하네요. 그 법안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전쟁 개시 후 10시간 내에 다음 각항에 해당하는 자들은 최하급 병졸로 소집되어 최전선에 배치되어야 한다.
1. 국가원수 및 그 친족 2. 총리 및 장차관 3. 국회의원(단, 전쟁에 반대한 국회의원은 제외) 4. 전쟁에 반대하지 않은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위에 열거한 자들의 아내, 딸, 자매 등은 간호사 혹은 잡역부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야전병원에 근무해야 한다.
곰곰발님 글을 읽다가 갑자기 이 법안이 생각났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1-31 22:1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니 그런 건 도대체 어디서 얻는 정보랍니까...ㅎㅎ
자기들하고는 전혀 관계 없으니 그리 전쟁광들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rendevous 2014-02-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1번의 아쉬운 점이랄까? 40~50대 중에 멋진 인생을 살아온 꽃(그야말로 인생을 꽃피운)중년이라면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이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ㅜ 1년이면 홍상수 영화 1~2개, 김연수 소설 1~2개를 놓치게 되는?!(군대에서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창작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2번. 저도 사실 처음에 소설 읽을 때 '인문사회학으로 가는 창'으로 문학에 매혹됐던 것 같습니다. 조지 오웰 같은... 한동안 제인 오스틴 같은 개인의 내면에 집중한 소설들을 '급'이 낮다고(그게 아닐 거야 생각하면서도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지라 편견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생각했던 것도 그런 연유라고 지금에 와서 추측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신경증을 따라가는 것보다 인간 해방을 위해 고뇌하는 것이 자유와 사랑이란 인문정신을 실현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문학과 인문사회학을 혼동했던 것 같습니다. 문학은 결국 인간을 다룬 건데 말이죠. 제 감수성의 부족도 한 몫 톡톡히 기여했을 겁니다 ㅜㅜ

3번. 맞습니다. 과학철학이란 분야는 있는데 철학과학이란 분야가 없는 걸 보면 철학 안에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요즘 과학책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 괴델 에셔 바흐, 상대성이론 관련 책들 읽고 있는데 어려워요 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4:15   좋아요 0 | URL
멋진 인생을 살았으면 한번쯤은 진창에서 구르는 것도 멋진 삶 같습니다. 이명박이 50대에 서울 시장하고 현대 사장했을 때 군대에서 진창에서 굴렀다면 지금처럼 막장은 안 되셨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문과 문학이 골고루 섞여야 최고죠. 인문학만 읽는 것도 결여이고 문학만 읽는 것도 결핍이 아닐까 싶어요. 조화로운 균형 감각으로 문학에서 갖는 의아함을 인문학으로 풀고, 인문학이 가ㅣ고 있는 결여를 문학이 보충하는 그런..독서가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철학은 학실히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이 되어 있어요. 사실 스피노자도 보면 뇌과학서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르미에르 2014-02-0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긍정의 힘을 쇄뇌 시키는 사회보다...
꽝 되도 괜찮다라는 안전망이 필요한 사회가 되기를...간절히 바랍니다.

한 50년 안에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2 15:37   좋아요 0 | URL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전 한 100년은 지나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이 멸망하면 도로아미타불이지만....
 

 

9회 알라딘 리뷰 대회 당첨자 발표.

 

 

 

<마이리뷰/TTB리뷰 부문>

 1등 (알사탕 10만개)  
 곰곰생각하는발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27726 
   
 2등 (알사탕 4만개)  
 로렌초의시종  http://blog.aladin.co.kr/lorenzo/6784480
 blanca  http://blog.aladin.co.kr/blanca98/6756984
   
 3등 (알사탕 1만개)  
 청솔나무  http://blog.aladin.co.kr/estherkey/6785818
 구름을벗어난달  http://blog.aladin.co.kr/755094156/6728530
 Bomisl  http://blog.aladin.co.kr/774588124/6752591
 추리닝간죵  http://blog.aladin.co.kr/795816154/6758736
 치나스키  http://blog.aladin.co.kr/chinaski/6766960


<포토리뷰/사진이 담긴 리뷰 부문>

 1등 (알사탕 3만개)  
 다락방  http://blog.aladin.co.kr/fallen77/6753204
   
 2등 (알사탕 2만개)  
 cyrus  http://blog.aladin.co.kr/haesung/6746965
 그렇게혜윰  http://blog.aladin.co.kr/tiel93/6747753
   
 3등 (알사탕 1만개)  
 마노아  http://blog.aladin.co.kr/manoa/6740327
 함께살기  http://blog.aladin.co.kr/hbooks/6733193
 수퍼남매맘  http://blog.aladin.co.kr/772868196/6736933
 에르고숨  http://blog.aladin.co.kr/740834104/6763818
 커피향퍼지듯  http://blog.aladin.co.kr/coffeelove/6727194


 


 

 

 

문태준과 밀란 쿤데라,

 

 

 

 

기쁜 소식이다. 당첨자 발표를 보고 느낀 기쁨은 < 뙇 ! > 였다. " 어랍쇼 ? " 와 " 뜨악 ! " 이 교묘하게 압축된, 그 묘한 느낌 말이다. 태어나서 1등은 처음 해보는 듯하여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알라딘 리뷰 대회 공지가 12월 02일이 떠서 부랴부랴 다음날인 12월 03일에 문태준 시집 < 가재미 > 에 대한 리뷰를 급히 올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알라디너 이웃인 보슬비 님이 댓글에 "  ( 물만두 대회에) 당선되소서 ! " 라는 희망 덕담을 " ( 9회 알라딘 리뷰 대회에 ) 당선되었소 ! " 라고 잘못 읽고 기쁜 마음에 신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뛰어나가 후다닥 리뷰 공지 페이퍼를 살펴보다가 기쁨은커녕 낙담만 크게 하고 말았었다. 대략 2300건'에 가까운 리뷰가 이번 대회에 응모한 것이 아닌가 ? 뙇 ! 나는 확률적으로 계산했을 때 당선이 희박하다고 생각해서 포기했었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 글이 " 2300 대 1 " 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겸손을 가장한 자랑질'이라는 사실을 간파했을 것이다. 맞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해해 달라. 평생 꼴등만 하고 살아온 몸이다. 이 말은 겸손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상금 50만 원'을 받으면 니체 전집을 구매하리라 마음 먹었었다. 현재 내 책장에 있는 것은 청하에서 나온 니체 전집'이었는데 그동안 호시탐탐 책세상 판 니체 전집'에 욕심을 부렸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했던가 ? 있는 책이나 열심히 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대신 쿤데라 전집을 사야 할 것 같다. 문태준 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전집을 사고 남은 돈은 문태준 시집을 사서 이웃들에게 나눠 줄 생각이다. 그리고 알라딘 이웃들에게 감사의 말 전한다. 알라딘이여, 가는 길에 영광 있으라 ! 사실 감사의 말은 이미 오래 전에 써 둔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31896 : 감사의 말.

 

 

+

끝으로 " 새벽 3시 클럽 회원 " 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새벽 3시에 글을 올리고, 새벽 3시에 그 글에 덧글을 다는 사람들끼리 재미 삼아 만든 모임'인데 가끔 새벽 3시에 당일 " 벙개 모임 공지 " 를 올리면 각자 택시를 타고 종로 3가에서 새벽 4시에 모여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좀 독특한 모임'이 있었다. 새벽 3시에 깨어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또 그 공지를 보고 새벽에 모인다는 게 정말 재미있어서 종종 세력 과시와 충성도 확인 차 분기별로 모임을 갖고는 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은 비주류 인생들이었다. 실직자, 자살중독자, 골방 은둔자, 시인, 소설가 등이 모임 맴버'였다. 하지만 이 모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6회였나 ?! 7회 모임이었나 ? 하여튼... 그날 모인 사람 중에 낯선 여자 한 분이 있었다. 누구냐고 했더니 그녀는 블로그에 올린 새벽 3시 모임 공지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염치 무릅쓰고 참석해서 미안하다는 대답을 했다. 새벽 3시 회원은 모두 손사래를 치며 환영했다. 그녀는 무척 예뻤다. 한가인을 닮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흘끔흘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그만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녀는 맨발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발이 땅에 닿지 않고 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그녀가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더니 높낮이 없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외롭다고, 너무나 외롭다고. 모두 다 잠든 새벽 3시에 혼자 깨어 있는 사실이 슬프다고, 정말 외로운 존재는 죽은 자라고, 귀신은 외로운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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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2-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평의 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받을 사람이 받았네요(다른 분들 글은 못 읽어봤지만...)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1 14:11   좋아요 0 | URL
윤스리 님 새해 복 마니 받으십시요. 다음에는 수직의 힘을 제대로 느길 수 있는 시집 하나 골라서 읽어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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