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의자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인간은 의자를 만들었지만 의자는 인간에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의자를 보면 인간의 삐딱한 성정'이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다. 우리는 흔히 < 의자 > 와 < 자리 > 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자리(지위)가 높을수록 의자'는 화려하다. 포장마차에서 흔히 보는 스툴60 스타일 의자는 주로 서민이 앉는 의자'이다. 등받이도 없고 팔걸이도 없다. 반면 지위가 높은 양반은 등판과 팔걸이'를 갖춘 고급 회전 의자'에 앉는다. 360 도 회전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돌아가는 판옵티콘이라 할 만하다. 루이비통이 여성의 계급을 말해주는 징표라면 팔걸이가 달린 회전 의자'는 남성의 명함을 나타낸다. 자리가 낮은 계급에게는 팔걸이'가 부착된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법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초중고 학교 교실 의자'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학생에게는 팔걸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5월이 되면 아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뻥이다

 

 

 

- 다 자빠트려  中

 

 

 


 

 

 

 

 

의자 따위가 감히 !

 

 

꾀죄죄한 짓거리'에 관심이 많다. 궁상맞고, 좀스러우며, 지저분한 짓'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싶다. 좀 유식하게 말하자면 일상성에 대한 탐구열'이라고 해두자. < 일상성 > 이란 말 그대로 다람쥐 첫 바퀴 돌듯 변함없이 지루하게 순환되는 생활'이다. 동요 " 둥근해가떴습니다 " 는 현대인의 일상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아침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는다. 윗니 아랫니 닦고, 세수할 때는 깨끗이 이쪽 저쪽 목 닦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거울을 본다. 그뿐이랴. 모래알 같은 밥알을 꼭꼭 씹고, 가방 메고 인사하고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어른은 직장에 간다. 일상성'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보면 애나 어른이나 하는 짓은 똑같다. 나는 이 일상성'이 재미있다. 그래서 티븨'는 거의 안 본다. ( 논란이 되는 장면은 주로 유투브를 통해서 보는 편이다. ) 드라마'는 평범한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 스페셜 " 한 이야기들이다. < 내 이름은 김삼순 > 은 볼품없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시청자가 소비하는 방식은 볼품없는 여자를 연기하는 볼품있는 배우'에 방점을 찍는다. 김삼순을 연기하는 김선아를 소비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아무리 평범한 주인공의 일상을 다룬다고 해도 모든 서사는 그 주인공에게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스페셜할 수밖에 없다. 홍상수 영화가 일상성을 다룬다고 해서 리얼하다고 할 수 있을까 ? MBC 주말 예능 < 진짜 사나이 > 는 " 진짜 " 라는 타이틀로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만 사실은 " 가짜 " 다. 연예인이 < 진짜 사나이 > 를 연기한다는 측면에서 < 가짜 사나이 > 다. 연예인 병영 생활 체험'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조작된 리얼리티'다. 그들은 일상성'을 연기하거나 일상성을 체험할 뿐이다. 티븨 속에는 일상성이 없다.

 

티븨 밖에서만 존재하는 게 바로 일상성'이다. 나를 둘러싼 꾀죄죄한 주변을 관찰한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말 대신 행동에서 나타나는 증후들이다. 행동은 말을 하지 않을 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공공 화장실 로비에 다른 사람이 없으면 손을 씻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사람이 있으면 씻는다. 여기서 손을 씻는 행위는 " 나는 평소에 깨끗한 사람이다 " 라는 몸짓 신호'다. 나부터가 그렇다. 집에서는 손을 잘 씻지 않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손을 열심히 씻는다. 이처럼 허투루 흘려보내도 될 몸짓을 관찰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 흔히 보는 물건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관찰하는 물건은 의자'다. 의자를 보면 그 조직의 서열이 보인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팔걸이가 없는 의자가 제공된다.

 

이 글은 일상에 대한 글이니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팔걸이 없는 의자를 떠올려보자. 그렇다, 학교에 있는 의자가 전형적인 " 팔걸이 없는 의자 " 다. 흔한 의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학창 시절에 < 자신이 앉은 의자에 왜 팔걸이가 없을까 > 를 곰곰 생각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꾀죄죄한 생각을 할 바에는 차라리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도움이 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을 제대로 보면 꽤 흥미롭다.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으면 건방져 보인다. 옛날 왕들은 대부분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고 신하들은 팔걸이가 없는 의자에 앉는다. 시대극을 다룬 영화를 찾아서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즉, 학생이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으면 건방져보이기 때문에 팔걸이 있는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이 얼마나 꾀죄죄죄한 어른의 속셈인가.

 

그뿐이 아니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의자에 앉는 꼴을 매우 싫어해서 의자에 앉지 말라고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 < 팔걸이 > 부위는 말 그대로 팔을 걸이에 걸쳐서 쉬는 부분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제공하는 이유는 다리는 쉬어도 좋다. 하지만 손을 편히 쉬면 안된다는 메시지'다. 마찬가지로 자본가가 노동자에게서 의자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쉼없이 일하라, 라는 메시지'다. 이처럼 의자는 단순한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 일상에 숨겨진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면 꽤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일상'을 관찰하는 재미'다. 일상을 관찰하게 되면 하찮은 것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얻게 된다. 나처럼 성정이 곱지 못한 놈은 의자를 통해서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발견하지만 시인은 다른 눈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의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 시인은 시 < 의자 > 에서 의자'라는 물건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의자를 의지依支 로 이해한다. < 의자 > 는 다른 것에 몸이나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거나 그렇게 하는 대상'이다. 허리가 아픈 이'에게 의자는 의지가 되는 대상이고, 지푸라기와 똬리 또한 좋은 의자'다. 그에게 있어서 좋은 의자는 디자인이 좋거나 가죽 원단이 비싼 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팔걸이'가 달린 의자도 아니다. 아픈 이의 무게를 오롯이 받아주는 의자'다. 시인은 의자가 < 곁 > 을 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문득 시인이란 일상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 보아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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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17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가는 진짜 노동자 앉는 꼴을 못봐요. 이십 대 후반 때였나.. 그때 어느 기업체 강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 종일 수업으로 떡이 돼서 너무 피곤해 설명 중에 잠시 앉았더니 어느 부장 쯤 돼보이는 사람이 '일어나서 해!'그러더군요. 헐.. 지도 노동자면서..

이 시를 좋아해요, 예전에 공원에서 아이들 풀밭 위 의자에 앉아있는 사진 포스팅 하면서 이 시 몇 문구 따서 인용했을 정도로. 그리고 저는 곰곰발님 글 중에 특히 이런 시 관련 글이 좋더라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13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새벽 님을 위해서 시 위주로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제가 시집을 많이 안 읽는다는 거.
시를 읽는 행위가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게 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좀 받는 거 같아요. 저 시인은 왜 마침표를 찍었을까, 왜 저 단어를 사용했을까, 이런 거
생각하면서 읽으면 노동 강도가 좀 쎈 거 같아요..ㅎㅎ

todd 2014-03-1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의자라는 시 왜이렇게 슬프죠.. 의자에 대해 생각해본건 길에서 다리가 부러져 버려진 의자를 봤는데 되게 뭐랄까 맘이 이상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세상에 다리가 부러진 의자만큼 쓸모없는 것이 있을까? 그래도 누군가를 받쳐주는 소중한 의자였을텐데.. 뭐 그런 생각이 들면서 슬펐습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15   좋아요 0 | URL
전 의자와 책장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자는 사람을 받쳐주고, 책장은 책을 평생 받쳐주고...
그러니 의자와 비슷한 말은 책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구 보니 지게도 같은 말이로군요....

엄동 2014-03-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학교때
동네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아르바이틀 한적이 있어요
손님도 없고 한가하다 싶어서
라지에타 위에 담배박스 쌓아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다가 점주한테 어찌나 욕을 먹었던지.
차라리 쪼그리고 앉아있으라는 말에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죠

쉼없이 일하라"는 말인줄 그땐 몰랐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19   좋아요 0 | URL
라지에타가 정말 위에 앉으면 따스하니 딱 좋죠...ㅎㅎㅎㅎㅎㅎ.
대학 청소 노동자 파업 때 나온 말이 밥 먹을 데가 없어서
화장실 창고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어서 그런 것 좀 개선해달라고 파업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이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 없으니 나가서 투쟁하라고 했던 적 이짢아요 ?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을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시끄럽게 떠들지 말라고 학생회장이 항의를 하는 시대....

의자' 하면 전 항상 그 쓸쓸한 풍경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어동 2014-03-17 17: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쓸쓸합니다


봄이 오나. 싶었는데
거뭇거뭇 비구름이 몰려오다
이내 한두방울씩 떨어지네요

소주한잔 하러 포차나 들러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20:22   좋아요 0 | URL
어동'이라고 하니 갑자기 어우동 생각이 나네요.. 후후.
지금 한 잔 하시고 계십니까 ?
 

 

 

 

 

정말 궁금하다.

 

 

다산多産이 애국'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가족 계획'을 하지 않고 애'만 낳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고 윽박지르던 때가 엇그제인데 말이다. 출생률 저하와 가파른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노동인구가 부족한 탓'이다. 순혈과 혈연주의가 강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그닥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한국 노동자만큼 부지런하고 솜씨 좋은 이도 드물다. 더군다나 자본가(정치가)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형식으로 얼마든지 값싼 노동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노동자가 노동자를 지지하는 계급투표 성향이 낮으니(오히려 노동자가 노동자 파업을 비난한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 노동자가 감소한다는 사실은 악몽 그 자체'다. " 입병 함익병 선생 " 은 월간 조선 인터뷰에서 한국 여성'을 결핍의 존재로 설정한 후,

 

그 대안으로 출산 능력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달라는 주문을 했다. 당연히 항의가 8월 우기에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다. 대부분은 <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 라는 비난이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민 사위'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 자기야 - 백년손님 ] 에서 함익병은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성관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장모를 여성으로써 존중한다기보다는 단순히 계도할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가 보기에는 여성은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 가전제품'이었다. 그에게 의견 조율은 없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의견 조율을 통해서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결정을 정하고 나서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반발이 있을 시에는 상금이라는 미끼로 유혹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상금을 주겠다는 식이다.

 

그는 장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극구 냉장고 속 음식을 털어내거나 장롱 속에 묵혀 있는 옷을 버린다. 그에게 여성은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존재'다. 함익병이 보여주는 태도를 확장하면 제국이 식민 국가를 다룰 때와 매우 흡사하다. 제국은 스스로 결정하고 식민지에 통보한다. 반발은 당근으로 잠재운다. 제국은 당근 하나를 주고 많은 당근을 얻는다. 그가 티븨에서 보여준 태도를 감안하면 독재 옹호와 여성 폄하 발언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함익병은 적어도 뒤로 호박씨를 깐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함익병이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이다. 장모와 사위가 허물없이 지내는 것은 좋지만 사위가 장모 위에 군림해서 계도를 하는 모습에 대하여 평소 깔깔거리며 좋아했다면 당신은 함익병에게 뻗은 손가락'을 치워야 한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해서 모르는 것이 약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자본가/정치가'들은 인구 증가'가 중요하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주장할까 ? 사실, 대한민국 인구는 과포화 상태'다. 오히려 인구를 줄여야 한다. 골목 상권을 보면 체감하게 된다. 면적 당 인구수가 많다 보니 과열 경쟁이 이루어진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만 통닭집이 열 군데'다. 한 군데만 살아남고 나머지 아홉 군데는 망하는 구조다. PC방, 편의점, 커피숍은 수명이 1년을 버티지 못한다. 망한 커피숍을 다른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커피숍을 여는 형국이다. 내가 가는 닭집은 1년에 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 이 치열한 골목 상권에서 특정 가게'가 된다 싶으면 그 주위에 우후죽순처럼 동일 업종 가게가 생겨난다. 그게 현실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현상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노동인구가 급격하게 자영업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제도적 개선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고 해도 노동 시장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지금의 비정규직 제도와 자유로운 구조 조정 환경은 오히려 자영업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인구 증가'가 대안이라고 ?! 웃기는 소리'다. 여자가 애를 낳으면 노동 문제가 해결될 거란 자본가의 주장은 뻔뻔하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노동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노동자는 곧 잠재적 소비자이니 그만큼 더 많이 팔 수 있으며, 보다 싼 가격에 노동을 살 수 있고, 더군다나 치열한 경쟁 구도는 노동자를 순한 노예로 만들기에 좋기 때문이다. 입만 뻥긋 거리면 가차없이 자른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인구가 증가한다고 해서 손해볼 것이 하나 없다. 그들은 자영업자가 아니니 말이다. 얼마 전 < 다큐 3일 > 이라는 방송에서 택배 노동자의 일상을 다룬 적이 있다. 노동 강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그들은 회사로부터 고정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 벌었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면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 택배 하나 당 주어진 시간은 1분 30초'다. 그래야 일을 끝마칠 수 있다. 결국 그들은 무조건 뛰어야 했다. 생수통을 들고 무조건 뛰는 것이다. 택배 사업은 상상 그 이상으로 돈을 버는데 택배 기사에게 할당되는 택배 개당 품값은 날마다 떨어진다. 그래서 받는 돈이 300만 원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 3개월만에 30kg이 빠진 사람도 있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그들을 뛰게 했을까 ?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헝거 게임처럼 보였다. 이 고된 노동에서도 밀려나면 그들은 남은 돈으로 망해서 떠난 닭집을 인수해서 다시 닭집을 차릴 것이다. 나는 사회학자가 아니어서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는 분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 가지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대기업 순이익은 항상 ○○ 조 단위를 기록한다. 노동자가 억, 소리를 내면 삼성은 조 단위로 돈을 쓸어모은다. 좋단다. 이런 불평등 사회에서 애를 많이 낳는 것은 애국이 아니라 무모한 짓이다. 애 많이 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60년대 문구는 고스란히 21세기를 관통한다. 대한민국 여성이여, 애를 많이 낳지 마라. 거지꼴을 못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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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 2014-03-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출산율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 이거 좀 웃긴 거 같아요. 인구는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뒤집어 생각해봐야죠.. 애는 덜 낳고 있지만 수명은 길어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정년을 늘려버리면 되요... 100살까지 사는 시대에 50되면 일 없이 연금받아 놀고 먹는다.... 이제는 중년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죠. 예전에 60이면 스태미너 제로의 할아버지였지만 이제는 창창한 나이죠. 노동력 부족을 출산율에서 찾아야 할 게 아니라 정년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기준을 바꾸어야죠. 100세 시대에 예전 기준을 들이밀면 곤란합니다ㅏ. 65살까지는 이제 일 시켜야 해요. 절반 밖에 안 살았는데 일 못하게 하면서 노동력 부족하다고 국민들에게 찡찡ㄱ대는 거 되게 웃긴 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8:31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노동시장에 숙련 사회'였습니다. 숙련은 노동자의 자랑스러운 훈장이었죠.
그런데 맥도날드 시스템은 이 숙련을 싹 지웠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하다 보면 깨닫게 되죠.
모든 것은 그냥 하루면 다 배웁니다. 하루면 다 배우니 당연히 숙련공에게 주었던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한국 기업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도 정년 연장은 하지 않을 겁니다. 숙련은 필연적으로 몸값이 오르거든요. 그러니 비싼 노동을 빨리 치우려고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일찍 정년 퇴임하니 몰리는 건 당연히 자영업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이 자영업으로 북적거리는 걸 반깁니다. 가게를 차릴려면 온갖 것들을 사야하잖아요. 기업 입장에서 나쁠 거 뭐 있습니까요..


정치가가 만날 애 낳아야지 국가경쟁력 높아진다 하는 거 개새끼 전부 속내가 다 있는 겁니다. 옥작복작거리는 땅덩어리에 무슨 얼어죽을 인구 증가입니까...

눈팅 2014-03-15 18: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좀 딴소리 한 거 같았는데.. ㅋㅋ 좋은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루애님의 맥도날드 통찰은 항상 감탄이 나옵니다. 저도 그래서 정년 연장은 묘연한 거 같습니다... ㅋㅋㅋ 애초에 그 지점까지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구요. 사람들은 무턱대고 "우리나라가 노동력이 부족해질 거 같다고 한숨 푹푹 내쉬는데 애국해야지!!" 뭐 이런 단순한 생각만 하는 거 같아서 아쉽습니다. 뭐 이놈의 노예 근성은 피부 깊히 박힌 거라 언제쯤 나아질런지 모르겟네요.

눈팅 2014-03-15 18: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근데 사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애 낳으라고 호통치는 인간들은 참 양심도 없지 말입니다. 태어날 애를 생각해서도 말이죠. 본인들은 피부과 의사에 돈 많으시니 외국 유학 보내버리면 그만이지만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34   좋아요 0 | URL
한국 사회는 도시화가 문제죠. 지방 내려가면 설렁설렁합니다. 지나치게 서울 집중이죠.

애와 애국'을 동일시하는 건 큰 문제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입니다. 애가 무슨 자산입니까. 국가 입장에서 보면 자산일 수도 있으나 국가는 국민을 그렇게 애지중지 다루지 안ㄶ지 않습니까. 그냥 개차반으로 취급하는데 무슨 애'가 위대한 유산처럼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산과 노동력에 대한 문제제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분석력이 떨어지면 어떻습니까!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곰발님의 엄청난 능력이신듯해요

음, 근데..ㅠㅠ 곰발님이 함익병씨에 대해서 글 쓴 것 읽고 진짜 좀 뭐랄까.. 제가 또 부끄러워지네요.문학 공부하면, 페미니즘 공부하시는 분들 많이 만나거든요. 그런데 저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관련 글 읽으면 고개는 끄덕거릴 수 있는데 제 마음은 여전히 '날 보호해줄 수 있는 남자'라던가 '내가 잘못하는 걸 좀 도와줄 수 있는 남자'라던가 그런 이상형을 가지고 있는걸 보고 페미니즘쪽 공부를 해도 한다고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앎과 삶의 일치가 안되는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요.

함익병씨, 프로그램에 나오는거 한두 번 봤는데 전 되게 멋진 사위라고 생각했거든요....ㅠㅠ 근데 곰발님 글 읽으니까 정말 그 프로에서 행동했던 것과 그가 가진 여성관이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ㅠ

전 어쨌든 제 머릿 속의 생각과 저의 이상형이 일치하지 않는걸 자주 확인하곤 언젠가부터 저는 절대 결혼은 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합니다..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30   좋아요 0 | URL
르페브르가 < 현대세게 일상성 >에서 지적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나라 가서 식민지화했더니 남는 게 별로 없고 번거롭더라. 내 나라를 식민지화하자 !
그래서 남의 나라에서 삽질하던 걸, 자기 나라 변두리로 가서 그 짓을 합니다.
즉, 도시를 제외한 변두리 변방을 식민지화하는 거죠.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서울 부자를 위해
강원도 산을 파는 거죠. 이득은 당연히 서울을 본거지로 둔 사람들이 취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화'입니다.

+

사실 제 글은 <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 놈들들아... > 이겁니다. 이건 무척 쉬워요. 짜맞추기만 하면 되니깐 말이죠. ㅎㅎㅎㅎㅎ. 제가 좀 얍삽해서 이런 걸 잘합니다. 하여튼 제일 거슬리는 사람이 익병이었습니다. 보면서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두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은 했씁니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수평적 관계로 보지 않더군요. 그게 그 사람이 가진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다맨 2014-03-1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큐 3일 >보고 끔찍했어요.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삼백을 번다며 (찌푸린 표정을 짓기 보다는) 씁쓸하면서도 안도의 미소를 엷게 보여주는 그 분의 모습이, 솔직히 더 끔찍하게 보이더군요.
곰곰발님도 잘 아실 테지만,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오지요.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말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곰곰발님 글 읽다 보니 이 문장들이 가슴에 콱 와서 박힙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사실 저도 미소를 짓는 모습이 끔찍하더군요. 방송이니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 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자기 노동 가치를 너무 노예 근성적 접근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노동자가 노예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것을 가장 바라는 사람은 자본가와 정치가겠죠.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문제 같습니다.

꼬마요정 2014-03-1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함익병이라는 사람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예능이 저하고는 그렇게 잘 맞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뉴스를 자주 보지도 않구요. 언론이 제기능을 못하니까요.

음.. 저는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함익병은 새누리당 지지자일까요?? 기득권들의 생각이 함익병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어째서 여자인 '박근혜'는 논외가 되는건지 말이지요.

저는 남녀를 가르는게 굳이 필요할까.. 싶어서요. 일을 할 때도 사람마다 다른거고, 데이트비용도 서로 사정에 맞게 부담하고, 집에 갈 때도 서로 데려다 줘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서로' 데려다 줬고, 결혼한 지금도 일, 가정일 모두 서로 맞게 부담하고 있지요. 그리고 아이 문제 역시 굳이 아이를 낳아야하나? 이런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한다고 생각하더라구요. 제가 아이를 낳아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다들 바로 대답을 못하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2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티븨가 없습니다. 밥 먹을 때 보는 게 전부여서... 그때 종종 본 프로가 백년사위인가 였죠. 논란 이후 본방 사수 딱 한 번 한 개 전부입니다. 저는 말할 자유를 지지하는 편인데 사실 익병의 논리'는 초등학생이면 반격을 가할 수 있을 만큼 허술해서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하면 안 되죠. 전 처음에는 말할 자유를 옹호했는데 가만 보니 이건 말할 자유가 아니라 일종의 혐오죄'죠. 차별을 정당화하는 발언입니다. 속으로 깜둥이 새끼, 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입밖으로 내면 안 됩니다. 미국 사회에서는 말이죠.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익병'은 아마 이 말을 새누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이번 선거에 나온다에 500원 겁니다.

VedaKIM 2014-03-16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구 과포화라는 사회문제는 출생으로 인해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서 격화될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을 편의 및 복지시설에 의해 격화될 문제라 생각합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사실 인구 과포화는 전 국토의 면적과 인구수의 비율을 따져서 볼 사회문제는 아니고, 사실은 대도시에 몰린 '인구 밀도'로 봐야 할 사회문제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 제가 아는 바로는, 지금의 인구 과포화 현상의 실체는 박정희씨께서 저곡가정책 + 수출산업정책 콤보로 만들어낸 '대도시 인구 집중현상'이라는 것이죠. 그러므로, 저는 편의복지시설의 전국적 균등분포, 혹은 지역균형개발 등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이 글의 주요 논지인 출산율을 늘려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에 관해서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출산율을 높이는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복지정책의 확충이 이어져야 하지 '아이를 더 낳아야 국가가 더 잘 삽니다' 하는 식의 네쇼날리스티컬 설득은 아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질까 줄일까 합니다.

어쨌거나, 페루애 님의 인구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소견은 남기려 합니다. 한 가정이 인구를 줄이거나 늘리는 데에 기여하도록 결정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사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하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16   좋아요 0 | URL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몰라서 쓴 글입니다. 궁금하더라고요. 인구가 부족하다는데, 아니 주위를 둘러보면 죄다 인구가 많아서 생기는 현상 같은데 말이죠. 베다 님. ( 아, 그 베다 님이 그 베다 님 ?! ㅎㅎㅎㅎ ) 제가 어줍게 아는 선에서만 보면 대도시 밀집 현상보다는 젊은 인구는 없고 노령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아서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글의 절반은 도시 편중과 그 정책에 대해 썼는데 말이 길어져서 그냥 삭제했습니다. 지방균형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게 정치적 유불리가 걸린 문제여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출산이 문제라기보다는 저출산이어야지만 근근이먹고 살 수 있는 경제구조부터 개선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1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출산적 구조에서 제가 느끼는 것은 결혼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할 수 없는 사람(예로서 성불구자, 장애우, 질병인)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아 아이를 낳지 않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물론 조금 강압적인 조건이기 하나, 우리가 자본으로 얻는 서비스가 곧 누군가의 서비스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노동이 가능할 때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 사람에 대해 양육을 했다는 점이죠.

하다못해 술집에서 술을 파는 점원이나, 편의점의 알바생, 주유소의 주유원 등등, 그 모든 이들이 재생산의 조건에서 성립된 존재죠. 그러나 지금은 제 생각에 반대하는 것은 그럴 조건이 되지않습니다. 전에 신문에서 3아이를 둔 이혼한 여성이 늙은 노모를 데리고 사는 기사를 보면서 욕이 나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26   좋아요 0 | URL
사실 솔로인 경우 기혼자들보다 세금을 더 내고 있습니다. 기혼자들에게는 이런저런 혜택이 있으니 말이죠. 결과적으로 솔로가 기혼자에 비해 같은 조건에서 더 내고 있습니다. ( 아닌가 ? ㅎㅎㅎ )

정치가들이 아무리 입으로 출산이 애국'이다, 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여살릴 것인가, 라는 실질적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립간 2014-03-1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의해 굴러가는 자전거와 같은데, 노인의 소비 성향은 젊은이의 소비 성향보다 적으니, 자본주의에 얹혀 있는 자본가들은 노령화가 싫겠죠. (인구 부족은 소비 성향이 충만한 인구의 부족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자녀의 수는 양육 비용(금전적 비용, 양육자의 노력 시간 등)의 비용대비효과와 잘 일치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 저출산이어야지만 근근이먹고 살 수 있는 경제상황인 것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28   좋아요 0 | URL
소비 성향이 충만한 인구의 부족'이라는 표현이 적확한 표현인 것 같네요.
결국은 소비 저하'를 우려한 인구 부족'이겠네요.
역시 길게 줄줄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간결한 프레임을 짜야 알기가 쉽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아이를 너무 좋아해 스무살 때부터 "아내"는 되지 않더라도 "엄마"는 되고싶다던 생각이 무너졌습니다. 불투명하고 불투명합니다. 진짜 살기 팍팍해요. 지금도 선배들이 물어요. "슈퍼맘은 언제 될거냐?". 슈퍼맘은 슈퍼맨 따라 우주로 가버렸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6:42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를 무척 좋아해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은 양육 문제는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
정말 요즘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웃음이 없어요.

samadhi(眞我) 2014-03-18 17:07   좋아요 0 | URL
전에 해외연수 한번 가보겠다고 빡센 육체노동을 한 적 있었거든요. 강철체력과 도닦는 수양(?)을 요하는 야외노동.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는 치떨리는 기억인데요. 그곳에선 그 좋아하는 책도 안읽히고 음악도 안들리더라구요.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줄줄 흘렀어요. 그때 동기들이 자기 소개를 하는데 하나같이 "돈 벌어서 자기 가게 차리는 거" 였어요. 대부분 고졸 출신 아이들이 이 땅에서 돈 잘 벌 수 있는 일이 자영업 뿐이구나 싶었죠. 일찍 관뒀어야 하는데 매몰비용 때문에 참고 6개월 버텼는데 결국 100만원 벌어나왔어요. 그만두는 길로 바로 계룡산 마음수련원으로 떴다가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져 머리만 밀고 2주만에 나왔어요. 선배들을 만났더니 "야,너 머리깎고 절에 들어갔다더라" 그곳 미용실 언니야가 머리를 정말 이쁘게 잘 밀어주는데, 시내미용실은 머리 잘 밀어주는 데가 없더라구요. ㅋㅋ.
택배기사가 쓰게 웃었다는 얘기에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 같이 일했던 아이 중 하나가 삼성반도체인지 잘 모르겠으나(기억이 가물가물) 그런 공장에서 일해서 자궁쪽이 망가졌다고 하더라구요. 그 당시엔 그 아이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지금 그 아이는 어떻게 됐을 지 궁금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7:21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동생의 여동생이 고교 졸업반 때 삼성 반도체 들어갔습니다.
그때 술자리에서 들었는데 삼성은 학교랑 연을 맺어서 단체로 애들을 데리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든 생각이 삼성이면 줄 서서 들어갈려고 하는 데인데
왜 단체로 애들 받아서 그럴까 ?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그 친구 2개월 만에 그만두었더라고요.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달은,

겨드랑이 속으로 숨어든다. 

                             

 

 

팀 아이텔 / Untitled (Observer) / Oil on canvas / 35x30cm / 2011

 

 

 

어느 블로거 曰 : 우파는 주로 자기계발서를 읽고, 좌파는 인문사회학'을 주로 읽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잘나가는 몇몇 인문학(자의 책)이 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진영 논리에 빠져서 구룡산 뜬구름 위에서 뒷짐만 진다고 비판한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자기계발서'랑 다른 게 뭔가, 라는 주장이다. 개인적 판단을 전제로 하자면, 원래 철학이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지 답을 제시하는 학문이 아니다. 답을 구할려면 책을 읽지 말고 성경이나 불경을 읽어야 한다. 만약에 어떤 인문학서가 명쾌하게 답을 제시했다면 그것은 인문학서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만큼 답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책은 없다.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실천하기 무척 어려운 것을 어이없을 정도로 쉬운 것처럼 말한다. ( ※ 지금 다시 읽어 보니 내가 그 블로거가 쓴 글을 오독한 거 같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

 

" 남들보다 10분 일찍 일어나서 날마다 영단어 5개 외우면 10년 후 토익 만점 - 어때요, 참 쉽죠잉 ? " 은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터무니없는 말일 뿐이다. 하루에 영어 단어 5개 외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 예외 상태 없는 지속적 추진력 " 이다. OECD국가 중 연평균 근로시간 1위 국가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에게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서 영단어 5개 외우라는 조언은 뻔뻔해 보인다. 그것은 한 달 내내 강도 높은 잔업량 때문에 밤 12시가 넘어서야 일을 끝마친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에게 사장이 " 일찍 들어가서 편히 쉬어 ! " 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뻔뻔한 말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서 미션임파서블한 과제를 매우 쉬운 과제처럼 선동한다. 영어 단어 10만 개를 알아야 유창한 고급 영어를 할 수 있다는 말 대신 하루에 영어 단어 5개씩 외워서 10만 단어를 채우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 웅하는 식이다. 자기계발서는 어떻게 해서든 선명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실천하기 어려운 해결책을 쉬운 답'처럼 포장을 한다. 자기계발서에는 답은 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인문학은 자기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은 오류'다. 모 블로거는 강신주를 비판하면서 마르크스'라는 지식 상품을 팔지만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측면에서 자기계발서와 같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강신주는 답을 선명하게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완벽한 자기계발서'다. 다만 그가 제시한 대안을 실천하기에는 아스트랄하다. 자본주의를 거부하라, 라는 말은 아사 직전에 놓인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비만은 몸에 나쁘다고 격정적으로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가 말하는 바는 명쾌하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에 빠지면 비만이 된다, 살을 빼야 건강해진다, 루이비똥은 열량이 높은 과자'다. 과식의 주범인 냉장고를 버려라, 라고 말하면서 그 사이, 고개를 숙인 후, 방심한 틈을 타  주먹으로 어퍼컷을 팍, 끝 ! 문제는 대한민국 민중은 과체중'이 아니란 말이다.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부자병에 걸리지 말라고 하면 쉰소리가 된다. 아프리카 난민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빵'이다. 강신주는 노숙자를 수치심을 모르는 존재'라고 정의를 내렸지만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성'을 잃어버린 존재'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수치심 >을 찾아주는 일'보다는 < 곁 > 을 회복하는 일이다.

 

 

 

 

공식적인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아니라 자정 이후'다. 우리는 흔히 아침이 시작되어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고 착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어제 밤 12시 정각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 음주로 새날을 알딸딸하게 시작했고, 잠을 자고 있었다면 하루의 시작을 잠으로 시작했으며, 섹스를 하고 있었다면 섹스로 보람찬 하루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새로운 하루가 꽤 많이 지난 상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하루란 밤에서 시작해서 밤으로 끝난다. 확장하면 인생이란 밤으로 시작해서 밤으로 끝난다. 이처럼 밤은 인생의 전부'다. 낮은 밤에 비하면 스끼다시'다. 그래서 이선희는 < 아름다운 강산 > 이라는 노래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예찬하면서 노래 중간에 " 밤밤밤... 밤밤... 밤밤밤밤. 봐라, 봐라, 봐라 밤 !!!! "

 

이라는 강한 후크송'을 선보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선희는 " 보아라, 이 찬란한 밤을 ! " 이라고 외친다. 그녀는 밤이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밤은 오묘하다. 이처럼 시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의미는 차이가 난다. 사실 < 밤 > 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공포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밤은 불길한 것으로 인식되고는 하지만 동전은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밤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문학작품은 탄생하지 못했다. 감성팔이 자기계발서'를 쓰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감성은 인간에 대한 믿음, 사랑 따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문학이나 인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감성은 인간을 어느 정도 경멸할 줄 아는 " 다크하며 삐딱하며 삭힌 홍어처럼 훅, 뚫는 " 서정'이다. 인문학은 사실 인간을 탐구한다기보다는 인간이 짐승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는 영역'이다. 

 

밤은 아름답다. 밤이 선생이다. 밤밤밤 밤밤, 밤밤밤, 봐라 봐라 봐라 밤 ! 

 

 

 

 

 

요즘은 한자 공부'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에 한자 5개를 외우면 공자가 된다는 자기계발서에 홀려서 세운 계획은 아니다. 외운다기보다는 감상을 하는 쪽이다. 이 페이퍼를 쓴 이유는 [ 夜 : 밤 야 ] 라는 한자 때문이다. 조합을 보면 夕 : 저녁 석 + 亦 : 겨드랑이 액'으로 이루어진 형국'이다(라고 네이버 옥편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 저녁과 겨드랑이 " 의 조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 이질적인 조합이 묘하게 시적'이다. 시적 긴장은 이렇게 서로 다른 오브제가 충돌할 때 발생하게 된다. 저녁과 겨드랑이라. 곰곰 생각한다. 하루를 사람 몸 부위로 비유를 하자면 < 밤 > 은 겨드랑이'에 해당된다는 소리'다. 겨드랑이'는 곁'이다. < 앞 > 이 공적인 인간 관계를 다루는 장소라면, < 곁/옆 > 은 사적인 관계로 이루어진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속삭이게 된다.

 

모든 속삭임은 곁에서 나온다. 그래서  곁을 지키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차지해야 할 자리'이다. 현대인은 편을 만드느라 곁을 잃어버린다. < 뒤 > 에는 많은 " 편 " 이 서 있지만 정작 < 옆 > 에는 " 곁 " 을 지키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밤은 그런 당신의 곁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 밤은 당신의 곁'이다 ! 그래서 밤은 속삭인다. 夜 라는 글자'는 참 많은 감성을 품었다. 동틀녁, 밤은 겨드랑이 속으로 숨어든다.  잠시,  사라졌다가 해질녁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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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15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 글 읽고 지금 뒤집어지는 중. ㅎㅎㅎ
울적했는데 좀 풀렸습니다. 잘 자요. 밤밤밤 밤밤, 밤밤밤, 봐라 봐라 봐라 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03:27   좋아요 0 | URL
새벽 님도 밤을 좋아하시는 분이세요. 역시... ㅎㅎㅎ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5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밤이 선생이다> 책 되게 좋아해요.. !! 특히 [김연아가 대학생이 되려면]이라는 글을 읽고는, 아 .. 정말 황현산선생님처럼 생각해주는 어른이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

전 오늘의 시작을 기분좋게 끊은것이었군요, 라고 말하지만 사실 왠지 또 잘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04:3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씁니다. 일던 책 읽고 나면 펼칠 생각입니다.
김연가가 ... 고 부분 생각해두었다가 집중해서 읽도록 하겠씁니다.
어른이 있어야 하죠. 그래야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이 되느냐 꼰대가 되느냐의 차이...
우리 어른이 됩시다.

마립간 2014-03-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파는 주로 자기계발서를 읽고, 좌파는 인문사회학'을 주로 읽는(다고 한)다. ; 마립간 식으로 풀이하자면 우파는 '사람과 쥐' 우화의 첫째 아들이고, 율곡 이이 사고방식이죠. 좌파는 세째 아들이고 퇴계 이황 사고방식입니다. 저의 사고는 둘째 아들과 남명 조식 사고입니다. (순수하게 남명은 아니고 퇴계가 조금, 율곡이 미미하게 섞였습니다.)

수치는 우파의 사고 방식입니다. 그 결과의 하나는 살인과 자살입니다. 노숙자가 살인과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수치(심)는 없다(기 보다 적다)는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치대신에 죄의식(과 같은 다른 것)이 있겠죠. (강신주씨의 책은 아직 안 읽었습니다.)

유태인들의 하루는 저녁부터 시작합니다. 어둠이 밝음으로 변화하는 직선적 사고방식의 결과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3:57   좋아요 0 | URL
우, 유태인은 정말하루를 저녁부터 시작합니까 ? 오, 뭔가 살펴보아야겠군요....

+

딴지는 아니구요. 수치'가 우파의 사고 방식'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군요.
수치는 제가 알기로는 전형적인 사무라이 문화에서 자주 보이는데 할복도 바로 사무라이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들었씁니다. 노수자가 자살을 하지 않기에 수치심이 적은 부류라면, 정치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정치가야말로 배운 만큼 배웠으니 수치를 알 터인데 정치가들 자살하는 거 별로 보지 못했씁니다.

마립간 2014-03-15 14:22   좋아요 0 | URL
유태인의 하루가 저녁부터 시작하는 것은 달력이나 시계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성경에 기반한 유대교인의 사고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딴지 ; 예전에 알라딘표 악성댓글이란 표현으로 서로 가치관의 교류가 활발했습니다. 논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감정을 상해 탈퇴하시는 분도 있고... 약간은 엘리트 주의 분위기도 풍기고... 요즘에는 냉소적이 되면서 보기 힘든 현상이 되었죠.

수치 ; 사무라이가 할복하는 것도 수치심때문이죠. 보수적인 정치인이 자살을 하지 않은 수치의 정신 기제가 없다기 보다 방향이 잘못 되었죠. 수치스러워야 할 상황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들은 병역기피, 위장전입, 투기, 탈세 이런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능력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에 수치가 보수의 사고 기제라는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5:23   좋아요 0 | URL
논란은 논란으로 끝나야지 그걸 가지고 감정 운운하며 탈퇴하는 거 보면 좀 답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왜 어떤 정치이.... 요 책 글 올리신 거 보았씁니다.
생각보다 좋은 책 같더군요. ( 전 안 읽었어요.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
옛날에는 확실히 보수는 수치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겼씁니다.
그런데 이게 자본주의화 물질만능 성공시대가 되면서 성공하면 무슨 짓이든 한다, 라는 쪽으로 급선회를 한 것 같습니다.


+

오ㅡ 이 책 50% 세일하네요. 냉큼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rtour 2014-03-1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현산 선생의 밤은 선생이다, 좋더라구요. 에세이류가 감동을 주는 일은 극히 드문일인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5 13:53   좋아요 0 | URL
가뜩이나 읽고 있는 책이 많은데 에로티즘'마저 권해서 읽느나 자꾸 후순위로 밀려나서
즐인 님을 국정원에 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글이 더 추가되었네요. 밤은 곁이다..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속삭인다...라니. 우와...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6 02:35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완성한 글을 올리지 않고 일단 쓰면 그냥 올리고 봅니다. ㅎㅎㅎ.

todd 2014-03-1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기계발서.. 20대 초반에 정말 열심히 봤었고.. 금새 실패했고.. 좌절했던 기억이 있네요 ㅠㅠ ㅎㅎ 자기계발서를 끊은 이유가 어느순간부터 그런 부류의 책들을 보면 욕이 튀어나오더라구요.. 하! 참 말은 잘하네! 라는 ㅋㅋ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9:12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말 그대로 자기계발서는 저자만 돈을 버는 구조아니겠습니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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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암캐는 새끼를 낳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덤빌 수 있는 " 영토권 " 이 생긴다. 다른 짐승이 일정한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암캐는 그 순간 진돗개 발령 1호'를 내리고는 경계 태세'를 강화한다.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사정없이 컹, 짖으며 물어버린다. 비록 그 침입자가 서열 1위인 우두머리 수캐'라고 해도 이 하극상 앞에서는 별다른 딴지를 걸지는 않는다. 서열은  낮지만 그 모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 쫌 " 멋있는 사회'다. 이 경계 거리가 바로 동물의 < 영토권 > 이다. 개뿐만이 아니라 사슴이나 들소에게도 도주거리'라는 영토권이 있다. 사슴이나 들소는 초원에서 사자를 보았다고 해서 무조건 도망을 가지는 않는다. 사슴이나 들소는 어느 정도까지는 사자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다가 반경 ○○m 안으로 접근하면 그때 냅다 도망친다. 

 

이 마지노선'을 도주거리'라고 한다. 이것도 일종의 영토권'이다. 그렇다면 개가 아닌 인간에게도 보이지 않는 영토권이 존재하는 것일까 ? 당연히 존재한다.  두 사람이 나누는 일상적 대화를  자세히 관찰하면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대화 도중 한쪽이 지나치게 접근한다 싶으면 다른 한쪽은 한발짝 물러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서 < 공간 > 을 확보하려고 한다. 그러니깐 < 영토권 > 이란 최소한의 보호벽'인 셈이다. 그런데 이 사적 영역이 타인에 의해 침범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폭행이나 성추행 따위가 좋은 예이다. 성추행은 타인의 허락 없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토를 침범하는 행위'이다. 윤창중이 허락없이 인턴 여직원 엉덩이를 만지려고 한 행위는 그 인턴 여직원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공간인 영토권을 허락없이 무단으로 침입했기에 범죄가 된다.

 

폭행도 타인의 영토권을 침범해서 폭력을 가하는 행위'다. 만약에 허락없이 타인의 영토를 침범할 경우 법은 그에 따른 벌을 가하게 된다. 하지만 법률을 공부한 사람도 법이 보이지 않는 영토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도둑이 남의 집 담을 넘으면 주거 침입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지만 타인의 영토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것에 대해 항의를 하면 " 프랜들리적 스킨십 " 이라는 변명을 하고는 한다. 문제는 친하게 지낼 생각이 전혀 없는 놈이 친한 척을 한다는 데 있다. 어, 이가 없지만 그게 현실이다. " 친하니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어깨동무도 하는 거 아니것어, 이 친구야 ? " 이처럼 타인의 영토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잘 모를 뿐더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에 충실할 뿐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에티켓이 부족하다. 에드워드 홀의 문화인류학4부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 숨겨진 차원 > 은 이 영토권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네 권의 책은 쓰여진 연도가 제각각 다르지만 사실 한 권의 책이나 다름없다. < 침묵의 언어 > 는 자신이 앞으로 전개해 나갈 내용을 갈무리한 개론이다. 본격적인 내용 전개는 < 숨겨진 차원 > 과 < 생명의 춤 > 에서 다룬다.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비언어 의사 소통'으로 작용하는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 꽤 흥미진진한 분석이 많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책값을 아끼고 싶다면 < 침묵의 언어 > 를 굳이 살 필요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발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책이 생각보다 비싸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품목 중에 '영토권'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영토권 매입은 말 그대로 땅을 사고 집을 사는 행위'이다. < 집 > 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주거 영토권'이다. " 컬러 오브 머니 " 에 따라 반경 너비가 결정된다. 원이 클수록 영토권 매입가는 비싸다.  부자는 강남에 모여 살지만 재벌은 성북동에 모여 산다. 그들은 넓은 정원과 높은 담으로 둘러쌓인 집에 산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쪽방에서 산다. < 쪽방 > 이란 방을 쪼갠 주거 형태를 말하는 것이니 1/2 방'이다. 태어나면서 생래적으로 주어지는 권리인 영토권의 너비와 주거 영토권인 쪽방 크기'가 비슷하다는 것은 권력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권력자는 자신의 영토권을 확장하는 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안전한 영토권을 갖기 위해 돈을 주고 공간'을 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사실 커피를 구매한 비용과 함께 한두 시간 공간을 빌린 대가에 대한 대여비'도 포함된다.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커서 공간 대여료가 메인이고 커피는 스끼다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공간을 파는 사람도 있을까 ? 공간을 사는 사람도 있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간을 파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 당연하다. 유훙업소나 성매매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몸을 파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토권'을 손님에게 잠시 양도한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그 대가로 화대를 받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영토권 대여비'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 종사자는 노동자로써 권리를 가진다. 에드워드 홀이라면 매춘賣春'이라는 표현보다는 [ 傍 : 곁 방 ] 이라는 한자를 써서 賣傍'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

 

그런데 타인의 영토권을 취득하기 위한 영역을 확장하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공간을 사기 위한 투자'는 꽤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연애의 본질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영토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팔짱을 끼고, 허리를 감싸고, 나아가 섹스를 하고 싶은 욕망 충족이야말로 연애의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영화 관람, 근사한 카페, 명풍 가방, 목걸이 선물, 여행 비용 따위는 사랑하는 사람의 영토권을 갖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이러한 상품들은 일종의 영토권 상품'이다. 그 투자가 결실을 맺는 게 바로 결혼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합의 하에 서로의 영토권을 구매하는 행위'다. 어느 유명한 학자는 결혼이란 합법적 매춘'이라고 말했지만, 배운 만큼 배운 양반이 천박하게 합법적 매춘'이란 표현이 뭔가 ! 

 

좀 고상하게 결혼이란 합법적으로 곁을 획득하는 거래'라고 하면 안되나 ? 인간은 영토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생래적으로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토권과 눈에 보이는 영토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그리고 넓은 의미로 보자면 전쟁 또한 영토권 확장을 위한 야망이었다. 김신용 소설 < 달은 어디에 있나 > 는 春, 傍 차원을 떠나서 몸속 피'를 파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매혈기'이다. 성매매 종사자들이 팔게 없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토권인 < 곁 > 을 팔아 생활하는 존재라면 소설 속 앵벌이들은 팔 수 있는 영토권조차 없어서 < 피 > 를 판다. 강신주는 노숙자가 수치심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은 틀렸다.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권이 없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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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2014-03-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이란 내가 누울 수 있는 곳을 제외한 빈 공간을 말하는게 아닐까 문득, 들어요.그렇다면 나와 나의 물건들로 가득찬 어떤 방은 방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칩니다. 그러나 방의 구분이 없는 곳은 그아무리 공간이 넓어도 역시 방이 될 수 없겠지요. 그나저나 저 책 사야하는데, 말입니다. 혹시 <리듬분석>이라는 책 보셨는지요, 재밌어서 곰발님 생각도 듣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4 23:24   좋아요 0 | URL
홀 시리즈는 매우 탁월합니다. 다 살 필요는 없고요. 딱 두 권만 사시면 됩니다. 숨겨진 차원, 생명의 춤.
시간 -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공간 - 비인어 커뮤니케이션'을 다루거든요.

+

르페브르는 < 현대세계의 일상성 > 과 앗..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요. 하여튼 50%세일할 때 산 책 읽었는데
쉬운 책은 아니더라고요.. 후후. < 리듬분석 > 이 고로코롬 재미있나요 ? 아, 이거 또 땡기는군요.....

수다맨 2014-03-1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권이 없는 존재다, 이 말 참 쫄깃하게 들리네요. 이 책도 사볼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4 23:49   좋아요 0 | URL
다 사 보시지 말고요. 숨겨진 차원하고 생명의 춤'만 사면 됩니다. 나머지는 부연에다고 개론 역할을 해요.
노숙자는 머물 영토가 없잖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영토권이 없죠. 곁의 부재 정도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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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고 싶은 엽서

                                     양선희

 

 

生花는 꽃이 질 때 가슴이 쓰려.
조화가 좋아지니 나이가 들었나 봐.
나 요즘 조화 배우러 다녀.
조화는 신비해. 못 만들 게 없어.
조화에 정신을 쏟아부으니 아픈 게 덜해.
온 집 안에 조화뿐이야.
조화라도 있으니 집이 좀 그럴듯해.
조화를 가만히 뜯어보면
사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조화, 너도 한번 배워봐.
조화 모양 초보 때는 엉성해도
생화 같은 조화 만들게 돼.
색 쓰는 법도 알게 되고.
요즘 나 조화에 파묻혀서 지내, 죽은 듯.

 

펼친 부분 접기 ▲

 

 

시인은 시 < 너에게 보내는 엽서 > 에서 " 요즘 조화 배우러 다" 닌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꽃봉오리 가장 아름답게 터질 때의 화사한 조화'를 만든다. 이유는 " 생화는 꽃이 질 때 가슴이 " 아프기 때문이라며 변명을 한다. 그녀는 생의 유한성'보다는 모조품이 만들어내는 불멸'을 선택한다. 그러나 조화'는 불멸이 아니라 이미 죽은 것, 박제를 떠올리게 한다. 불멸에 대한 애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죽음은 보다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조화에 대한 예찬은 이내 체념으로 끝을 맺는다. " 죽은 듯. " 이, 조화처럼, 답답해. 그녀는 생화에서 조화로의 변화'를 체념하듯 받아들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마술에 걸린 달밤'을 넘지 못한다. 봄바람 살랑살랑 꽃봉오리 터져도 이제는 설레임이 없다. 월경은 끝을 맺고 폐경기로 접어든다. 씨방 없는 조화의 삶을 살아야 한다. 폐경인 그녀'는 씨방 없는 조화'를 통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낀다. 조화를 가만히 뜯어보면 사는 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 조화라도 있으니 집이 좀 그럴듯해 " 보이기도 한다며 조화 예찬의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花色 ( 색 쓰는 법도 알게 ) 을 이야기하는 화자는 어딘지 모르게 病色'( 아픈 게 덜해 )이 완연하다. 이 여자, 바람에 꽃대가 흔들리는 이 여자, 위험하다. 찬 가을바람에 단풍 물들기 전에 잎 질라, 걱정이다.

 

 

 

 

 


 

 

 

 

 

 

 

 

로맨스와 불륜 : " 꽃이 필 무렵 "

 

  

 

벽화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꽤나 거슬리는 일이다. 해당화나 봉선화'가 곱게 핀 마을이라면 모를까, 벽에 그려진 벽화(꽃 그림)가 넘쳐나는 마을이 좋게 보일 리 없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단골 소재여서 한 집 건너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다. 생화가 아니니 조화'다. 조화를 좋아하는 이도 있을까 ? 비록 조화(造花)가 양귀비보다 예쁜 자태로 그려졌다 한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면 민폐가 되는 법이다. 양선희 시인은 시 < 너에게 보내고 싶은 엽서 > 에서 조화가 좋다고 고백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중요한 것은 예쁜 조화造花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조화調和'다. 그래야지 조화'가 좋아'보이지, 조화가 조화롭지 못하면 좋아보일 리 없다. 이제 꽃샘잎샘하는 날이 지나면 봄이 온다. 이 마을도 꽃 구경을 하기 위한 상춘객을 맞이해야 한다.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찾아와서 사진 찍으며 노는 모습을 보면 넉살도 좋다. 아마 당신은 내가 벽화 마을'에 산다는 글을 올리면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 곰곰생각하는발, 집이 가난하네... "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가난하다. 하지만 자연으로부터 얻는 혜택을 고려하면 이건희가 사는 집보다 풍경이 좋다. 묵은 쌀을 마당에 뿌리면 참새떼가 날아와 쌀을 먹으며 재잘재잘거린다. 어림잡아 4,50마리는 된다. 창문에 숨어서 그 모습을 보면 참새들이 정말 예쁘다. 집마당에서 참새떼를 본다는 게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지 않은가 ? 어치도 종종 내려와서 개밥바라기에 남은 밥풀을 훔친다. 그리고 작은 터앝을 꾸미다 보니 달팽이나 배추 벌레도 자주 보게 된다. 생각보다 꽤 풍경이 좋은 동네'다. 그런데 공공 미술 프로젝트 팀'이 와서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사람들에게 벽화 마을에 산다고 하면, 내색은 안하지만 속내는 빈민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기획한 벽화 마을 사업은 그런 용도'였기 때문이다. 관료적 발상에서 나온 생각이니 정화와 미화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88올림픽 때 달동네 모습이 추하다고  달동네 지나가는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했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가난한 사람에게 그림 하나 그려주면 꿈과 용기가 생긴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웃긴 생각인가. 어흥 ! 차라리 떡 하나 주면 감지떡지라도 하지. 아마도 벽화 마을'이라는 아이디어'는 사회학 용어인 < 깨진 유리창 이론 > 에서 힌트를 얻어 추진한 것처럼 보인다. 건물에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가 되면 양아치 한두 명이 모이게 되어 본드를 불게 되고 이게 확장이 되면 전체가 우범 지역이 된다는 이론이다.

 

보아하니 공공 프로젝트 팀은 내가 사는 동네가 잿빛이니 무지개 색깔로 알록달록하게 그려주자는 동심에서 시작을 했겠지만 그 어느 마을 주민도 삶이 잿빛에서 " 컬러풀 " 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개동이네 집 담벼락에 그려진 둘리 새끼는 몇 년 동안 씻지 않아 그 해맑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그지 새끼'가 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을 주민이 안 볼 때 몰래 벽에서 기어나와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또 다 큰 어른보다 크게 그려놓은 포켓몬스터는 말 그대로 몬스터처럼 보인다. 그리고 백조의 하얀 날개죽지는  이제 까마귀 날개가 되었다. 하여튼 이곳은 일 년 내내 꽃이 지지않는 마을이 되었다. 마치 조화로 멋을 부린 시골 다방 인테리어 같다.  누군가는 내가 벽화 마을에 대해 쓴 글에 대해 사람의 선의'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맙시다 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물론 선의였을 테지만 지나친 동정은 종종 폭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조망권'이나 일조권 주장도 알고 보면 볕을 확보하고 싶다는 속내 못지않게 인접 고층 건물에 의해 내가 사는 집 내부가 남들 눈에 노출된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탓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고층 건물일수록 집값이 비싼 이유는 타인에게 " 보여주지 않을 권리 " 가 작동한 까닭이다. 법으로 정한 조망권은 "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권리 " 라고 해석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내 집 내부를 " 타인의 구경거리 " 로부터 보호를 하기 위해 조망권과 일조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재벌 사장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높은 곳에 있다. 내려다보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 탓이다. 서민이라고 해서 다를까 ?

 

아파트 1층에 사는 사람은 여윳돈이 있으면 가장 비싼 꼭대기 층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다. 그런데 벽화 사업'은 " 보여주지 않을 권리 " 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자신들은 그토록 아파트 로열층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 꼴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 보여주지 않을 권리 " 가 없다는 소리일까 ?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은 여기서도 통한다. 나 같은 사람이 보여주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놈에게는 권리란 없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천박이다. 여의도에는 < 친박 > 이 득실거리고 사회에서는 < 천박 > 이 기세등등'한다. 벽화 마을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공 프로젝트 사업일까 ? 벽화 마을 주민으로써, 봄이 오면 반갑지 않은 손님은 황사뿐만이 아니다.

 

카메라를 든 상춘객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니 불청객'이다. 인근 고층 건물 때문에 자신의 집이 노출된다고 지랄을 하던 이'는 어느새 남의 집 담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한다. 주말 대낮에는 방에서 섹스도 못할 판'이다, 조또 !

 

 

 


 

 

 

오늘의 한자 공부 

 

 

[ 告 : 고할 고 ] 는 " 牛(소 우) + 口(입 구) " 가 합친 구조다. 소를 제물(牛)로 바치고는 소원을 말한다(口)에서 아뢰다, 하소연하다, 뵙고 청하다 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 造 : 만들 조 ] 라는 한자는 " 告 + ( = 쉬엄쉬엄가다 ) " 로 이루어져 있다. 즉 제물을 바치기 위해 첫걸음을 떼었다는 뜻이 된다. 그 이미지에서 처음, 시작하다, 벌여놓다, 짓다, 만들다'가 파생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누이 주장하는 신조어 " 창조경제 " 에서 창조: 創造'는 처음으로 만들다, 신이 우주 만물을 짓다 라는 뜻이다. 번역하면 새로운 경제를 만들겠다는 소리인데, 쉰소리 아닌가 싶다. 박근혜 식 선민 의식'에 사로잡힌 무의식'이 반영된 말이어서 생강을 씹은 듯 인상을 쓰게 된다. 새로 만들지 말고 있는 경제'나 제대로 살렸으면......

 

 

 

흔히 중학교 한문 시간에 [ 又 : 또 우 ] 라고 외우고는 했는데, 그보다는 오른손 우'라고 이해해야 뜻이 통한다. 이 한자는 오른손을 본뜬 글자라고 한다. 마지막 획 삐침'이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끝나지 않은가 ? 그렇다면 왼쪽을 뜻하는 한자는 획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간다는 소리냐 ? 라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맞다. [ 㔫 : 왼쪽 좌 ] 와 [ 左 : 왼 좌 ] 를 보면 匕와 工를 제외한 획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획, 그어져 있다. 왼손의 상형'이다. 여기서 똑똑한 사람이라면 [ 右 : 오른쪽 우 ] 는 왜 획이 왼쪽으로 삐쳤는가, 라고 따질 것이다. 사실 이 글자는 口를 제외한 획이 왼손의 상형이 아니라 又의 변형'이라고 한다. [ 友 : 벗 우 ] 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글자는 오른손(又)과 왼손'이 나열된 구조'이다. 친구란 사이좋게 손을 잡는 사이가 아니던가. ( 어떤 분이 한자 원리 쉽게 터득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이런 식으로 공부하니 머리에 쏙쏙 박힌다. )

 

 

" 기형도 시인은 29살의 나이에 요절했다 " 라고 했을 때, " 요 " 가 바로 [ 夭 : 일찍 죽다, 어리다, 아름답다 ] 다. 문득 에곤 쉴레의 < 소녀와 죽음 > 이란 그림이 떠오른다. 찾아보니 상형문자'다. 모양을 본뜬 글자라는 말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이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갸우뚱한 모습이다.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자기 힘으로 세우지 못하는 상태는 곧 아기'이거나 죽은 사람'이다. 여기에서 아이 + 죽음'이 겹쳐지니 일찍 죽다 라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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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1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조화가 좋아지니 나이가 들었나봐
요즘 나 조화에 파묻혀서 지내, 죽은 듯

곰발님 예전글에서도 한번 본듯 한 시인데
와 다시보니깐 또다른 느낌으로
참 좋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16:11   좋아요 0 | URL
이 시집 잘 모르는 분이 많던데, 시집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