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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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조금새끼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을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 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 김선태, 시집 [ 살구꽃이 돌아왔다 ]

 

 

 

조금'은 물이 가장 낮을 때를 말한다. 바닷물이 다 빠져나갔으니 배를 띄울 수 없어 집에서 쉬다 보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운다. 그뿐이랴. 바다가 사납게 울면 물 위에 뜬 배들을 삼키는 법이니 한 마을에 생일도 같고 제삿날도 같은 경우가 많으리. < 조금새끼 > 라는 시는 목포 온금동의 공동체적 운명'에 대해 말한다. 물고기를 잡는 어부(조금새끼)는 가만 보면 물고기떼를 닮았다. 멸치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다 거대한 그물망에 잡혀 생을 마감하는,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그런 의미에서, 목포와 가까운 신안 비금도가 고향인 황현산 선생도 (민망한 표현이지만) 조금새끼'에 속한다. 산문집 [ 밤이 산문이다 ] 에 수록된 < 찌푸린 얼굴들 > 에서 그는 자신을 " 조금에 태어난 아이 " 라고 소개한다. 조금이 매월 음력 7,8일을 의미하니 음력으로 초여드레날에 태어난 그 또한 조금새끼'다.

 

하지만 고기를 낚는 데 소질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부 대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물고기와 선생이라. 문득 흑산에 유배되었던 정약전 선생이 생각났다.  어부의 아이들에게 語를 가르치고 아이의 아비'에게 魚를 얻어 생활했던, 선생 말이다. ( 흑산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37052 ) 황현산은 < 魚 > 를 잡는 대신 뭍으로 올라가 < 語 > 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 스승 > 보다는 < 선생 > 이라는 말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 제목도 " 스승 " 대신 " 선생 " 이라고 한 모양이다. 신안 비금도에서 나고 자랐으니 바다를 추억하는 글이 많을 것이라 지레짐작했지만,  예상 밖으로 한두 꼭지를 제외하고는 비금도에 대해 추억하지 않는다. 그 흔한 < 옛날엔 그랬지...... > 따위의 신파적 에세이를 경계한 탓이다.

 

그는 에세이가 아니라 산문'이기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넓게 보면 수필(에세이)도 산문에 포함되니 수필'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른'이 갖춰야 할 품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자기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 이수열 선생 > 이란 글은 황현산의 품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수열 선생은 47년 동안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어른이다. 그는 신문 칼럼에서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체크한 후 칼럼을 쓴 저자에게 우편으로 붙이는 일을 한다. " 일본식 어투인 ' 있으시기 바랍니다 ' 나 ' 에 다름 아니다 ' 같은 서술에 붉은 줄을 긋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바탕 선물 위치처럼 자체에 움직임이 없는 명사에 '하다'를 붙여서 말하는 것도 용납하지 (247) " 않으니,

 

본디의 결에 거슬리더라도 관용으로 굳어졌다면 그 말이 살아 있는 언어라고 생각하는 황현산과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가 보기에 이수영 선생의 지적은 야박하고 짠 소금 같다. 하지만 황현산은 그 사실을 고마워한다. " 소금이 짜지 않으면 어찌 소금이라 하겠는가. " 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온화한 성품을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문학 비평가'라면 좀 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칭찬만 하는 문학 비평가보다는 차라리 독설만 하는 문학 비평가가 더 낫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다. (됐고!)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깊이는 2부에 집약되어 있다. 구본창과 강운구 사진을 보고 느낀 감상을 적었는데 사물과 현상 너머를 보는 눈이 매우 매섭다. < 겨울의 개 > 라는 글은 강운구가 1973년 전라북도 작은 마을을 지나다가 찍은 흑백사진 하나를 분석하는데, 분석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시적'인 운치가 있다.

 

시처럼 읽힌다.  물론 타자의 눈으로 어떤 풍경에 개입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구경거리로써) 폭력이 존재하지만 그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타고 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정의로운 청년이 드물기 때문이 아니라 현명한 노인이 없어서 슬픈 사회'다. 불끈 쥔 주먹보다 지팡이를 잡은, 부드럽고 현명한 손이 가지는 미덕이 필요한 사회다. 깊이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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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3-2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밤선생, 이거 진짜 읽어봐야겠음.

글고!
연재는개뿔!! 연재가뉘집개이름인줄아나?!
아그러니깐 그게 그리 쉬운게 아니래니까는..


이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6:50   좋아요 0 | URL
엎어져냐 ? 우씨 ~
난 잘 연재하고 있는 줄 알았잖아. 흠흠...
힘 내......
박근혜 규제 푼다 하더만 만화에 대한 규제 이런 건 안 푸나 모르겠다...

곰곰손 2014-03-22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참 곰발 이거봐봐봐ㅡ

http://www.kyobobook.co.kr/event/eventViewByPid.laf?eventPid=26696&orderClikc=dow

교보문고에서 2주간 궁극의 도서 리스트라며 - 50%세일한다는데
너 보고싶은 거 있나 해서.. 혹시 있으면 내가 사준다


..는 게 아니라 니가 사라고! ㅋㅋㅋㅋㅋㅋ


난 눈씻고 둘러봐도 도통 관심있는 게 한권도 없었음.
(아..알라딘에서 교보 선전하면 국정원에서 잡아갈려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6:51   좋아요 0 | URL
그래 ? 흠흠.....그래도 네가 사줘야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싶다....
얼릉 가서 보고 와야지 궁금의 세일이라...
50% 세일은 알라딘도 자주 해...

곰곰손 2014-03-22 06: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다음에 돈많이 벌면 책많이사줄게!!
지금은 내 술깞도 간당간당이야!! ㅋㅋㅋㅋㅋ

야 교보가서언능보고 와!
그리고나서 위에 내가쓴 링크덧글은 삭제해버려!
얍삽한 알라디너들이 가서 죄다 사버리기전에!! 빨랑빨랑!!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07   좋아요 0 | URL
야, 지금 보고 왔는데 별로 그닥 맘에 확 와닿는 책은 없네.
오히려 알라딘 50% 세일 책이 더 마음에 든다.
교보 이 새끼들 허풍이 너무 쎄 ~~~
무슨 얼어죽을 궁극이냐. 쥐뿔.........

곰솜손 2014-03-22 07: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그래? 별것도아녔구나!
교보놈들 별것도 아닌게 오도방정을 떨다니..


'그나저나..

참내..사탕좀받았다고
곰곰발.. 이젠 알라딘 편드네..?'(혼잣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2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알라딘만 한 곳 없다.
50% 목록도 이곳이 더 나아.....
나 원래 교보 싫어해씀......

수다맨 2014-03-22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신형철이 진화(?)하면 황현산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에게는 존중심과 더불어 경계심을 갖게 하는 글쟁이가 황현산이죠.
사실 황현산은 치밀한 평론가라기보단 성실한 연구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의 몇몇 해설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섬세한 구석은 있지만 비평적 '번뜩임'을 봤던 적(예컨대 가라타니 고진이 하루키의 문학을 가리켜 '현실을 회피하는 낭만파적 거부'라고 요약했듯이)은 없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7: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넉넉한 성품은 문학비평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다고 한 겁니다. 전 황현산 비평집은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만 놓고 보았을 때는 꽤 좋아요. ㅎㅎㅎ.
전 아무래도 신형철보다는 장정일 식 독설을 좋아합니다. ㅎㅎ



samadhi(眞我) 2014-03-2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수열 식 소금같은 성격이라 일일이 교정하고 떠집니다. 계산하시는 분이 "얼마얼마가 남으셨어요" 그럴 때마다 지적질 합니다. 왜 돈을 높이냐고. 매번 따질 체력과 정신력은 못되고. 사회자가 "누구로부터 발표가 있겠습니다" 를 몇번이나 참다가 결국 한마디 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안그러더군요. 제발 돌려말하는 미쿡식 일본식 좀 쓰지 말고 쉽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우리말 좀 쓰자고. 어쩌다 방송을 보더라도 혼자서 씩씩대며 교정하고 방송자(?)의 자질을 의심하고 욕하고. 대표적인 일본식 어투인 ""~에 있어서". "으로서의". "에서의"...... 막 짜증이 나서 찡그리다 보니 주름만 느는군요. 정말 피곤하게 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09:01   좋아요 0 | URL
이 덧글 보고 제 글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일본식 어투가 있나 없나 말이죠. ㅎㅎㅎㅎㅎㅎ.
고칠려고 해도, 이거 영.... 일본 중역 소설들 한참 읽었더니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더군요.
고치긴 고쳐야...... 무생물 존칭은 정말 심각해요. 요거 소비자는 왕이다, 정신으로 높이다 보니
이젠 어뚱한 사물, 가방, 돈 따위에 존칭을 쓰니... ㅎㅎ

박조건형 2014-03-2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추천해 주어서 지금 천천히 읽고 있는데,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꼰대질 습성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놀라운 품성입니다^^ 과거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려하지 않아서 여러가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페루애님 말씀처럼 비평글에서는 날카롭게 쓰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산문집에서는 이런 형식이 좋네요^^(이분의 다른 책이나 시는 읽어본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사진 한장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신기했습니다.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은 어른이라 그게 가능했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16:04   좋아요 0 | URL
아 건형 님 반가운 걸요. 역시 대인배. 저의 투정도 받아주시고... ㅎㅎㅎㅎㅎㅎㅎ
일부러 자기를 낮춰서 겸손한 척 연기하는 글이 있는데 황현산 선생님은 그런 연기파는 아니더군요.
확실히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맞아요. 비평글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산문집이 꼭 그럴 필요는 없죠.
하여튼 사진을 풀어내는 솜씨에 몇 번이나놀랐습니다.

rtour 2014-03-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도 얘기했지만, 우리나라엔 생활글, 수필집이라고 할 만 한 책이 없어요. 싸구려 감상 모음집이거나, 새로울 것이 없는 남의 생각 재표현집 정도..랄까. 황선생의 이 책은 아마 이런 척박한 국내 에세이 토양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 깊이 있는 자신만의 통찰이 드러나는 글들이니까요. 잘나간다는 여류 시인들의 에세이집에서 구토
를 느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인지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16:02   좋아요 0 | URL
제가 신달자나 유안진 에세이에 아주 학을 떼서 안 읽는데 이 산문집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품격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독보적 위치라는 말이 곰감 1000개 누릅니다.
원래 에세이라는 게 통찰을 다루는 것이지 연민을 다루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통찰 속에 연민에 포함되면 좋지만 주구장창 연민만 다루면 짜증나는데
이 산문집은 아주 좋습니다. 그의 평론집을 한 권도 안 읽어보았지만
함 읽어보려고 해요. 추천하실 그의 평론집 있음 추천해주십시요.

밤하늘의별소리 2014-03-2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에 사람들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ㅠㅠ밖에 나가면 책읽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제가 우리 집에선 제일 책과 가까운 사람이니 말 다했죠!!

근데 이 책을 읽고...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다싶이, 아 황현산 선생님같은 어른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엄마아빠도 이 책 읽고 저와 제 동생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세요-라는 뜻으로 이 책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탁자 위에 올려놓았지만, 끝까지 안읽으시더라구요!!! 흑.....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20:27   좋아요 0 | URL
우리집도 그렇습니다. 저 빼고는 아무도 책을 안 읽어요. 후후.... 그래서 좀 쓸쓸하죠.
아쉽군요. 하루빨리 밤하늘 님 부모님이 이 책을 접하시기를...
이미 밤하늘 님 부모님은 좋은 어른이실 겁니다. 밤하늘 님 마음씀씀이 보면 알 수 있죠...

박조건형 2014-03-2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대인배는 무슨.....^^;; 서로 생각이 다른 건데요^^ 페루애님이 말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은 늘 있구요^^;; 말이 통한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같거나 모든 걸 다 소통할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걸 전제로 하고 이야기 하고 소통하는 것이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30   좋아요 0 | URL
전 이상하게 삼성만 생각하면 열불이 나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준 거는 없는데 아 삼성만 생각하면 열이 받는단 말이죠....
안티는 안티입니다. 삼성 관계자 잘 들어라.
내게 10억을 주지 않는 이상, 항상 지랄할 것시여...
얼론 통장에 넣어라...

다소 2014-05-0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관함에 넣어놓고 어영부영하다 잊고 지냈는데,
황금연휴에 읽을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빌려 읽고는,
여태 안 산걸 후회하며 오늘 주문했어요.
(주문하려고 보니 곰발님 리뷰가 있어 읽고는 땡스투는 곰발님께ㅋㅋㅋ)
문장이 얼마나 담백하고 진중한고 정갈한지, 저절로 고개 숙여지는 어른의 글과 생각이었습니다.
참 좋았어요.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s. 잘 지내시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5-07 11:29   좋아요 0 | URL
다소 님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 오랜만이군요.
저도 도서관에서 읽다가 좋아서 책을 따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땐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부터 사서 읽을 걸... 이런 마음...
이 책은 충분히 도서관에서 읽다가 마음에 들어 다시 살 확률이 높은 책입니다. ㅎㅎㅎ
탱스투 고맙습니다. 이 작은 수고가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모든 알라디너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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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때문이야.    

 

 

 

이 자리에서 고백하자면 : 책을 주문할 때 " 진지하게 읽을 책 " 과 함께  " 가볍게 읽을 책 " 을 고른 후 장바구니에 담는 편이다. 전자는 책을 " 읽기 " 위해 사고, 후자는 책을 " 보기 " 위해 산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따분하고 고통스러운 반면 책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쪽에 속한다. 그렇기에 읽을 책과 함께 볼 책도 함께 주문하는 행위는 보상 심리 비스무리한 행동이다. 쓰디 쓴 약을 먹고 나면 달달한 사탕 같은 주전부리를 찾는 심리라고나 할까 ?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게는 난독증 비슷한 경향이 있어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할 수도 없고, 설령 이해했다고 해도 쉬이 까먹는다. 프르스트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를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거라곤 홍차와 마들렌 밖에 없다.

 

우연한 기회에 마들렌 과자를 먹었을 때 생각보다 꾀죄죄한 맛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홍차와 함께 먹으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다. 절묘한 궁합 때문이리라. 프르스트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소소(小小)한 것에 대한 집요한 애착이 아닐까 싶다. 사실 주류 문학은 그동안 홍차를 다루었지 홍차를 마실 때 딸려 나오는 과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프르스트는 최초의 " 스끼다시 예찬자 " 였다. 내게 있어서 서평집은 " 진지하게 읽을 책 " 이 아니라 " 가볍게 읽을 책 " 에 속했고, " 홍차 " 로 분류하기보다는 " 마들렌 " 에 가까웠다. 오해는 말았으면 한다. 가볍게 읽을 책'이라고 해서 읽지 않아도 되는 종류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홍차만 마실 수는 없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키 소설(홍차)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쓴 에세이(마들렌)는 좋아한다.

 

스스로를 삼류 서평자라고 소개한 금정연의 < 서서비행 > 을 집 밖에서 서서 읽었다.  짧은 서평을 모은 집(集)이다보니 시간과 장소에 대한 구속이 없어 좋다. 이런 책은 집 밖에서 여러 날을 두고 야금야금 읽어야 제맛이다.  종로 3가에서 을지로 3가를 향하는 3호선에서 톨스토이의 < 전쟁과 평화 > 를 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평론 > 이 맛을 보는 행위라면 < 서평 > 은 간을 보는 행위'다. 전자는 [ 詳味 : 자세할 상, 맛 미 ] 이고 후자는 [ 嘗味 : 맛볼 상, 맛 미 ] 이다. 간을 본다는 것은 전체를 감별하는 게 아니라 부분을 감별하는 행위다. 짠 정도를 보는 것이다. 반면에 맛을 본다는 것은 전체를 보는 행위다. 간뿐만 아니라 식감 따위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깐 간이 맞다고 해서 반드시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간이 적당해야 맛이 좋을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 간 > 이 음식 맛에 미치는 영향은 49%다. 서평을 읽는다는 것은 음식 간을 보는 행위와 비슷하다. 서평가는 < 간 > 에 대해 말한다. 짜다, 싱겁다 혹은 알맞다. 맛은 독자의 몫이다. 나는 간을 보기 위해 서평을 읽고 책 속에 언급한 몇몇 책은 사서 맛을 본다. 간이 맞다고 해서 무조건  음식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간은 적당한데 고기가 질겨서 식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매를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지만 책을 잘못 소개했다고 따귀를 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집 밖에서 틈나는 대로 읽을 요량으로 가방 속에 넣어두었는데 그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재미있다는 소리다(서서 읽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을).  그는 서평가가 맛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간을 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국물을 떠 혀끝을 적실 뿐이지 냄비 통째로 들고 국물을 삼키지 않는다. (뜨거우니까!)  " 말하자면 우연 같은 일들 " 이라는 제목을 단 글은 김연수 작가의 < 우리가 보낸 순간 > 이라는 책에 대한 꼭지인데 책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그냥 서울역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다가 일을 보기 위해 들어온 김연수와 마주친 이야기가 전부'다.

 

하지만 이 " 딴청 " 에 대해 유감은 없다. 나는 프루스트처럼 주전부리를 좋아하니까. 어쩌면 이 글도 < 서서비행 > 에 대한 딴청'인지도 모른다. 마들렌은 홍차와 먹어야 맛이 좋아.

 

 

 

 

 


 

 

 

덧대기

 

저자는 LG 트윈스 팬'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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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1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1 0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1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1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3-2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은 가차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는 것이 오히려 저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35   좋아요 0 | URL
가차없는 서평으로는 장정일이 있겠네요. 그에게는 시원한 죽비 같은 쾌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만애비 님 !

samadhi(眞我) 2014-03-2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공감합니다. ㅎㅎ.
저도 책 내용을 기억 못해서, 서평을 쓰기 시작했어요. 무슨 책을 읽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어서^^ 기록에 대한 강박증같은 게 있거든요. 그리고 애(아)끼는 사람들에게 아무 책이나 읽을 필요 없이 제가 빡세게 고생(?)해서 고른 좋은 책을 권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구요.
제 서평도 딴소리 일색이예요. 수준이 워낙 낮다보니 비평을 할 처지는 못되고. 방금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때도 많고. 읽었는데도 내용이 들어오지 않아서 2번 읽기도 하고. 오직 기록. 기억을 위한 장치가 돼버렸네요. 그러면서도 내용이 구리면(저랑 안맞을 뿐인지도 모르는데) 작가를 마구마구 씹어대고 특히나 번역이 구리면 침튀겨가며 옮긴이를 욕하죠. 국어를 못하면 번역 좀 하지 말라는둥^^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37   좋아요 0 | URL
저와 똑같네요. 제가 서평 비스무리한 걸 쓰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일단 쓰면서 내용을 정리하면
신기하게도 몇 년 후 잊었어도 그냥 정리된 걸 읽으면 그때 읽었던 내용들이 다시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리뷰를 쓰는 거 같습니다. 저도 읽으면 바로 바로 정리를 해요.
전 책 덮고나면 바로 리뷰를 씁니다. 기억하려고요...

엄동 2014-03-2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 꾸욱
흔들리는 전철안에서 볼 책이있다면
다방커피곁들여 쇼파에 푹 파묻힌 후 읽어야 맛이 나는 책이 있죠

. 늘 느끼는 거지만
곰발님 게시글들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탁월한듯
읽으며 맬 이럼. 아,내말이이이~~


덧붙임.
왜요 시범경기 잘하고 있고만요~
시범경기가 'ㅅㅂ'경기만 되지 않길 바라는 1인. 껄껄껄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39   좋아요 0 | URL
엘지팬들에게는 서로의 묘한 공감대가 있어요.
작년에는 가을야구에 참여했지만
그동안 주욱 8년 동안 참가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설움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글쓰기는 자세가 중요한 게 전 인격파탄자여서
좋은 글 쓰기는 그른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은....

수다맨 2014-03-2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본업(소설가 or 시인)보다 부업(서평 쓰기)을 더 잘 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하루키도 (제 관점에서는)그렇고, (어쩌면) 장정일도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부업으로 직종을 바꾸어도 ㅡ장정일은 실상 직종을 바꾸었죠ㅡ 괜찮을 듯합니다. 언젠간 누구에게 들었는데 요시모토 바나나도 자국에선 소설가보다 서평가로 더 높이 평가받는다 하더군요.
저도 마르셀 프루스트, 하면 생각나는 게 역시 마들렌이-_-;;; 저는 1권만 읽고는 더 읽을 마음이 안 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42   좋아요 0 | URL
잡문이 주는 쾌감이 있잖아요. 메인요리 먹을 때 걱정을 하고는 합니다.
이거 내가 초대해 놓고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
그런데 스끼다시 맛 가지고 걱정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게 스끼다시의 힘입니다. 많이만 주면 장땡이에요..ㅎㅎㅎㅎㅎㅎㅎ

꼴지를 위해 2014-03-2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곰곰발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만나고 있는 여자가 호주 워홀 경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머리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있는데 마음은 너무 신경이 쓰여 미칠거 같네요. 이런 남자나 여자의 심리를 곰곰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말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5:45   좋아요 0 | URL
여자가 호주 워홀'이 있는 거랑 무슨 관계입니까 ? 몇몇 분들이 호주 워홀에서 매춘을 했다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면 안 됩니다. 시작부터 의심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겁니까 ? 당장 헤어지쇼. 제 입에서 좋은 말 안 나옵니다. 그 여자가 잘못이니 헤어지라는 게 아니라 꼴찌 님이 한심해서 그 여자가 아깝다는 소리입니다. 의견을 듣고 싶다 해서 남깁니다. ( 강신주 따라해 보았습니다. )

르미에르 2014-03-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저는 자기가 두려워요 -_-;
아 시발쿰.

맥버드된 느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17:25   좋아요 0 | URL
요즘 사업이 잘 되어서
갑자기 죽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이런 생각을 해서
잠을 자는 게 아까우실 겁니다. 이웃들을 위해 재산을 나눠주십시요.
그 이후부터는 잠을 잘 잘겁니다.

곰곰생각하는손 2014-03-2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종종 감탄함.
난 책은 그저 다 책이라서
읽든 보든 어느정도 진도나가기 전까진 다 고역이거든.
근데 너는 '보는 용' 책은 마들렌 같다고.. (비유가 쥑인다)

결론은 - 넌 먹물이야!

ㅎㅎㅎㅎㅎㅎ

부러워ㅡ

먹물인 네가 부러운게 아니라
타인의 문장들 안에서 늘 자유롭고
독보적인 너만의 자세를 취할수 있는 네가 부러워.
그리고 많이 배우고 싶고...


---



먼가 오늘 나,
덧글도 싸가지 있고
순수하지않냐?

지금 존나 취했거든. ㅋㅋㅋㅋㅋㅋ

(취중진담인가!?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23:50   좋아요 0 | URL
내가 네가 쓴 종종 감탄함'이라고 쓴 첫 문장보고
얘 또 만취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여전하군 ~ ( 시큰둥 )
만날 취해 있으면 작업은 언제하냐 ?
그림 다 그렸냐 ? 요즘 잡지에 연재하는 거 같든데
잘 되고는 있냐 ?
밥은 .... 먹고 다니냐 ?

왜 일상 속 생활을 만화로 하는 거 있잖아.
세나 관찰그림 일기 함 연재하는 거 어때 ?
세나 캐릭터면 내 생각에 대박칠 거 같단 생각도 든다.
 

 

 

 

 

 

군더더기 없는 사회.   

 

 

 

 

 

 

민물 생선 요리를 먹을 때에는 꼼꼼하게 뜯어보며 살을 뜯어먹어야 한다. 방심하면 날카롭운 잔가시'가 목에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 소비 문화'를 생선 살 바르듯이 꼼꼼하게 뜯어보면 현대 사회는 군더더기 없는 형태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에둘러 말하지 말고 바로 가자. 좋은 예가 루이비통 로고'다. 남성에게 있어서 빳빳한 명함이 자동차라면, 여성에게 있어서 빳빳한 명함은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 가방은 동창회에 모인 동창들에게 자질구레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루이비통이라는 기표가 " 사랑받는 여자 " 라는 기의'를 내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 대우받고 사는 여자 " 라는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은 한다. 기혼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 사랑받는 > 이 아니라 < 대우받는 > 이다. 루 ! 이 ! 비 ! 통 ! 을 가진 여자는 축 쳐진 젓가슴을 대신하는 유사 b컵 실리콘'이다.

 

문제는 " 명품의 대중화 " 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루이비통은 부잣집 유한 마담이 가지고 다니는 명품 가방이 아니다. 귀족이나 서민이나 루이비통 가방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 등장하는 루이비통은 루이비통 로고를 밖에 드러내 놓지 않고 안으로 감춘다. 가방을 열어야지만 그 안에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속뜻은 명확하다. 천박하게 과시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다. 대중적 루이비통이 멀리서도 로고를 확인할 수 있도록 크기를 키웠다면 귀족적 루이비통은 가까이에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중적 과시에서 은밀한 과시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태도가 겸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략일 뿐이다. 나이키 로고가 박힌 라운드티'를 보면 그 나라 GDP를 엿볼 수 있다. GDP가 낮은 나라일수록 티셔츠에 박힌 나이키 로고'가 큰 옷이 잘 팔리는 반면 

 

부유한 나라일수록 나이키 로고는 작은 옷이 잘 팔린다. 가짜일수록 로고는 크다. 저렴할수록 로고가 큰 경향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사기꾼일수록 호탕하며 예의바르고 친절하다. 그런 놈은 백 프로다. 저렴한 놈이다. 현대 디자인은 점점 군더더기가 없는 형태로 변했다. 스마트폰'은 버튼이 없다 ! 스마트폰은 겉으로 보기에 凸 처럼 생긴 누름단추가 없다. 이 누름단추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 있다. 마치 밖으로 튀어나온 대문짝만한 루이비통 로고가 쪽팔려서 안으로 감추듯이 말이다. 디자인 미학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凹 와 凸 은 이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그것은 군더더기요, 흉터'가 된다. 이건희 또한 스티븐 잡스처럼 이음매 없이 매끄럽게 감추는 기술을 원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디자인 분야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서 凹와 凸이 보이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건물 청소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들은 투명인간'이다. 홍길동이 울면서 요구한 호부호형은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라는 요구였는데 여전히 변하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건물 내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사람들은 청소노동자'다. 건물주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외벽 전체를 통유리가 마감한 건물은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폰'이다. 태양에 반사되어 반짝반짝거리면 그렇게 보고 좋을 수가 없다. 건물주는 바우하우스적이며 미니멀한 디자인을 외빈에게 자랑하고 싶다. 그래서 푹 파이거나 튀어나온 흉터( 凹凸 ) 를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사실 손님맞이를 위해서 유리창을 반짝반짝 닦은 이들은 모두 흉터'였는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는 파이거나 튀어나온 요철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자본가들이야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대학 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 때 보여준 몇몇 대학생의 태도는 건물주나 입주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입주자 몇몇은 청소노동자가 외치는 소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 화장실 비품 창고에서 쭈그려앉아서 점심을 먹는 게 서러워서 의자 몇 개를 요구하는, 그 소박한 주장은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하다. 그들이 보기에도 대학 내 청소노동자는 푹 파이거나 튀어나온 누름단추'다. 그런데 과연 몇몇 특정 집단에만 적용되는 문제일까 ? 그렇지 않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도 가만히 보면 스마트폰처럼 요철 없는 외형에 열광한다. 주름은 적이다. 보톡스는 일종의 다리미'가 되어서 주름 잡힌 피부를 매끄럽게 펴준다. 가만 보면 주름은 凹와 凸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

 

보톡스는 이 凹와 凸 을 一 로 펴주는 것이다. 이처럼 주름과 흉터를 군더더기라고 생각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주름과 흉터를 흉물스러운 기표로 받아들인다면 한국 사회에 미래는 없다. 인문학은 인간의 주름과 흉터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답은 결국 흉물스러운 것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주름과 흉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영역이다. 한국 사회가 빙판처럼 미끄러지는 직선에 열광한다는 사실은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탓이다.

 

 

 

 

 


 

 

 

 

 

1. 갑질 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6382

2, 벼락 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68210

3. 낙지 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70810

4.10분 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5891

5. 행복 사회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49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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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19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끔찍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사회... 그야말로 디스토피아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16:12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모든 가전 제품에서 서서히 단추가 사라지는 추세예요.
리모컨 고장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전략인 듯합니다..ㅋㅋ

엄동 2014-03-1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군더더기라 업신여겨지는 이들은
음지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잘려나가고 버려지는 대상 또한
그들임을 알죠


주렁주렁 장식이나 군더더기가 주는
친절함"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16:13   좋아요 0 | URL
전 옛부터 군더더기 있는 거 무지 좋아했습니다.
뭔가 좀 인간적이잖아요.
스마트폰 보면 뭐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라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좀 병신 같은 사각형 같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듭니다....

samadhi(眞我) 2014-03-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껍데기에 집중하는 낮은 정신. 그것도 "정신"이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죠. 공허한 기분이 들텐데 그걸 채우려고 또 새로운 껍질에 치중하고 치장하고.
그나저나 아이폰 홈버튼 쏙들어가 있어서 먼지가 자주 끼어 그거 3번이나 쌩돈 주고 갈아 끼웠습니다. 지금은 홈버튼 없는 전화기라 매우 편합니다. 지나치게 "편리"를 바라기 때문에 군더더기라 부르며 쉽게 잘라내는 게 아닌가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16:16   좋아요 0 | URL
버튼이 감추어지는 추세잖아요.
이번에 왜 동대문에 디자인 건물 하나 들어서잖아요.
오세훈이 최고 유명 디자이너 모셔서 만든....
기하학적인....

이 건물 보고 정말 엄청 웃었씁니다.
한국 서울처럼 땅덩어리 좁아터진 나라에서
이 건물은 말그대로 곡선 활용이 많아서 공간 허비가 어마어마해요.
동대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합니다. 이런 것도 군더더기죠.
미학도 좋지만 어느 정도는 공간과 어울어져야 한느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마립간 2014-03-19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양이 전략의 부분 집합인지, 교집합을 가지나 별도의 영역이 있는지 생각 중입니다.

수학을 영속불변으로 은유했을 때, 직선이 보다 수학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논리적 판단), 실제는 곡선이 더 영속적이며 불변적이더군요 (경험적 판단). 우리는 수학적 세계에 살고 있다기보다 물리학적 (프랙탈)의 세계에 살고 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16: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이 공간은 결국 프랙탈적 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순환, 환생, 재생 이런 것들의 총합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전 진화나 진보를 믿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일 뿐이지 싶습니다.

밤하늘의별소리 2014-03-19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문학은 주름과 흉터를 깊이있게 탐구하는 학문이다...
저 오늘 수업시간에 무지무지 슬프고 서러운 일이 있었는데, 곰발님 덕분에 제가 잘못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곰발님은 울퉁불퉁 삐죽삐죽 모난 제가 그래도 힘내서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주는 멋진 어른 중의 한 분이셔요...(근데 나이차이 얼마 안나면 어쩌죠..........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18:38   좋아요 0 | URL
어른.... ㅎㅎㅎㅎㅎ 나 같은 놈이 무슨 어른입니까.
개똥같은 소리입니다. ㅎㅎㅎㅎ.
나이만 어른이고 하는 짓은 말똥구리'죠.

무슨 서러운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말똥구리가 잘나봤자 별볼일 없습니다.

푸르푸르 2014-03-1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나보고 사기꾼이라고!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9 20:04   좋아요 0 | URL
뜬금없이 왠 사기꾼이랍니까....

개니리 2014-03-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겁한 또라이 새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0 15:38   좋아요 0 | URL
아이피 따니 누군지 알겠다. 증거 자료로 가지고 있을 게 . 시발것아..

나탈야 2014-03-20 19:4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왜 비겁한 또라이처럼 익명으로 욕질이야????

당당하게 실명까고 나타나서, 페루애 빅엿 좀 먹여주세여~ 히힣~!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0 20:03   좋아요 0 | URL
사실 새나리 이 사람 비로그인으로 들어와서 댓글 달았는데
사실 전 이 사람 알라더니 닉네임 알고 있습니다. 충격적이네요. 이름달고 내건 말투와
비로그인으로 단 욕말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 굉장히 충격적임...

곰곰손 2014-03-20 22:1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곰발이 종종 비겁한 것도 맞고 또라이인 건 더 맞지만

'새끼'라뇨?!?!?!

욕하지마라 !!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04:57   좋아요 0 | URL
곰곰손 은근히 날 디스하는 거 같어.....
흠....

엄동 2014-03-21 09:43   좋아요 0 | URL
지능적 안티"이실수도.

(오늘따라 오지랖ㅋㅋ)

엄동 2014-03-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렁하겠군요

엄동 2014-03-2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지금 이상함
로그인 괜히 했네
(후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1 04:58   좋아요 0 | URL
뭐가 이상합니까. 후후.
 

 

 

 

 

 

그해, 바다.   

 

 

개복치에 대한 글을 읽다가 < 속초 개복치 된장 물회 > 라는 글이 있길래 접속했다. 식도락 코너'를 보니 올라온 글이 모두 속초 관련 맛집'이었다. " 어쩌다가, 오고가다가, 글쓴이와 한번쯤 마주쳤을 지도 몰라. " 목록 중에 < 바다네 > 라는 제목이 있길래 설마 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아, 낯익은 풍경 ! 우심방 좌심실'에서 베짱이'처럼 살던 찌르레기'가 찌르르르, 찌르르르 울었다. 내가 속초에 살 때 늘 가던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실비집'이어서 맛집으로 소개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올라온 음식 사진을 보고 이내 지금의 주인이 내가 알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진 속 밑반찬은 모두 먹음직스럽게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것'처럼 보였는데, 내가 알던 바다네 식당'은 최소한의 양념만으로 요리를 해서 음식'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지금의 주인은 전에 있던 간판과 인테리어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반가운 것이다. 그리운 바다네..... 

 

아저씨는 강원도에서 보기 드문 강원도 좌파'였다. 긴 머리를 묶은 양반이었는데 정치색'이 진보적'이었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를 하다 보면 늘 싸움이 나곤 했다. 좌파의 비극이리라. 그것도 강원도 좌파라니... 차라리 전라도 좌파'는 행복한 것이다. 좌파 아저씨'는 아이들 교육에서도 좌파적 성향이 강해서 초등학생 1학년인 바다 ( 아이 이름이다. ) 는 드럼을 배웠다. 머리는 노랗게 물들여서 사자의 갈기 같았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했던 나와 강원도 좌파 아저씨'는 식당 영업이 끝나면 곧잘 술자리'를 열었다. 식당에 남는 게 술과 반찬이니 맘껏 취해 보드래요. 막걸리 열 통은 우습게 비우고는 했다. 바다 엄마'는 오고가는좌파들의갈치같은험담'에도 늘 방긋 웃고는 했다. 아이는 늘 내 무릎을 베개 삼아 잠을 자고는 했다. 그 식당... 무척 그립다.  

 

바다 엄마'는 음식을 할 때 최소한의 양념만을 사용했다. 조미료는 아예 넣지 않거나 소량만 사용했다. 그래서 감칠맛이 부족해서 손님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떤 손님들은 굉장한 식도락이라도 되는 양 음식 타박을 하기도 했다. 양념 뭐, 뭐, 뭐, 뭐'가 부족하다느니, 제철 재료'를 잘못 골랐다느니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고 생각했다. 더러운 거지 입맛 가지고 훈계 하는 꼴이 가관인 거라. 쳇, 자신을 절대 미각이라고 소개한 저 사람들은 똥에 미원을 첨가하면 맛있게 먹을 양반들이야. 똥이, 참 맛있어요 !!!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맛있다고 느끼는 맛은 사실 인공조미료 맛'이라는 사실이다. 감칠맛'이란 화학 성분으로 만든 가짜 맛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바나나 우유에 바나나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는 감칠맛에 환장한다. 

 

나는 바다네 식당 주인'이 고마웠다. 인공 조미료 맛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 벌 생각이었으면 미원 범벅 요리를 내놨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바다 엄마'는 정직한 사람이었다. 내가 왜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냐고 물었더니 바다 엄마의 대답은 명쾌했다. " 우리집은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아요. " 아, 좋은 말이다. 바다 엄마도, 바다도, 강원도 좌파 마초 아저씨도 좋은 사람이었다. 바다는 많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바다 아빠는 열심히 이명박과 박근혜를 경멸하며 동명항 가게에서 난상토론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바다는 알고 있을까 ? 바다를 볼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는데 눈치 없는 바다는 가장 비싼 구구 크러스티'를 골라서 내가 속으로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바다는 2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난 늘 500원짜리 비비빅을 먹으며 동해바다를 바라보고는 했다. 내가 바다에게 물었다.  

 

- 맛있니 ? 

- 네, 아주 맛이 좋아요. 얌냠얌냠...  아저씨는 비비빅이 제일 맛있나 봐요 ? 

 

나는 정색을 하고서는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방긋 !

 

 

 

 

 

 


네이버, 201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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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4-03-1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술먹고 앞선 포스팅에 똥댓글 싸질렀는데 후회가 밀려오는 군녀.
요새 너무 인생이 힘듭니다. 사람 하나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힘들어질진 몰랐어요.
진짜 힘듭니다.

페루애... 야 말로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

(바이바이)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22:33   좋아요 0 | URL
술 먹고 똥댓글 다는 건 저 하나로 만족합니다. 저도 어제 술 먹고 똥댓글을 남발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탈야 님 수준이면 아주 양호한 겁니다.
요즘 뭐가 좀 안 풀리는군요 ? 이럴 때일수록 술을 더 자주 마십시요.
조만간 분기별 모임 함 가져야 겠습니다. 일이 안 풀리면 술로 풀어야 하지요.

나탈야 2014-03-17 22: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곧 봅시다... 사월 중순이 적당할 것 같아요...
사월 초순까지는 저에게...
지옥가튼 세월이 될 것 같습니다... 정신이 많이 피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23:52   좋아요 0 | URL
회사에서 나탈야 님을 지옥 체험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네열...
그래야지 나탈야 님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전 나탈야 님보다는 회사 편을 들겠습니다.
회사 이겨라, 회사 이겨라....

나탈야 2014-03-18 00: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진짜... 회사 간판에 페루애 묶어 놓고 불태워버리고 싶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00:50   좋아요 0 | URL
아마 화형식 날 비가 올 겁니다. ( 오열 )

samadhi(眞我) 2014-03-1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구구크러스터 원츄!! 그 아저씨군요. 궁금하다. 진짜 용감하신 분이네요. 그나마 경상도 좌파가 아닌게 다행인건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6:41   좋아요 0 | URL
전 별로, 구구크러스티는 너무 달아요. 너무 부드럽고.....
비비빅이 짱임!!!!!!!!!!!!!!!!!!!!!!!!!!!!!!!!!!!!!!!!

비비빅 10년 사랑 열성팬 올림.

samadhi(眞我) 2014-03-18 17:10   좋아요 0 | URL
달아서 그게 흠이죠. 단 걸 먹으면 행복해진다는데 전 단 걸 먹으면 기분이 나빠요. 속이 아파오고. 성격이 비뚤어져서 그런건지. 특히나 못먹겠는건 도너츠류.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먹어대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전 땡끄(탱크)보이가 맛있는데 설레임 소다맛도 좋구요. 처음 설레임 나왔을 땐 열대과일맛도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더라구요. 그게 제일 맛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7:18   좋아요 0 | URL
전 비비빅만 먹어서 나머지는 전혀 모르겠네요. 참... 보석바'는 요즘도 있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음 -_-
요거 옛기억하며 일부러 먹고는 합니다. 역시 입맛은 옛 맛을 기억하나 봐요.

samadhi(眞我) 2014-03-18 17:33   좋아요 0 | URL
취향이 다르겠지만 한번 드셔보세요. 시원한 맛이예요. 한동안 땡크보이가 엄청 팔렸는데 요즘엔 찾기 힘들더라구요. 설레임 소다맛은 흔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8:04   좋아요 0 | URL
땡끄보이 함 먹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엔 비비빅을 한 100개 정도 먹은 것 같은데
이중 쩍쩍이(개)가 70개 정도 먹었습니다.
여름에 더위 식히라고 항상 비비빅 하나를 주고는 했거든요.
쥐새끼 같은 놈이 아주 비비빅 봉투만 보면 환장했습니다.
비비빅 마니아는 우리집 개입니다.

엄동 2014-03-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비빅 먹기전엔.
혀로 살짝 살짝 침을 바른후 먹어야 해요

앙물었다가 입술이 붙어 피비빅을 먹어본 자는 알죠


.. 똥댓글 미안해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6: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거 아시는 거 보니 비비빅 팬이시군요 ?
정말 붙어요. 이게 딱딱해서 붙으면 피비빅이 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의 뒷면을 닮았다.

 

 

■ 생활의 발견 + 나쁜 사람

 

 

 

 

나는 조용필이 < 그 겨울의 찻집 > 에서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고 했을 때 무릎을 탁, 치며 아, 했다. < 코미디 >란 기본적으로 희비극'을 담고 있다. 평생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던 찰리 채플린은 "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 " 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빙판에 넘어지는 사람을 멀리서 보면 웃기지만 그 사람이 코앞에서 넘어지면 화들짝 놀라서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뻗어 도우려고 한다. 채플린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기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카메라와 사람은 먼 거리를 유지했다. 반면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클로즈업했다. 영화 < 라임라이트 > 에서 채플린은 유성영화와 컬러영화에 밀려 한물 간 코미디언을 연기한다. 카메라는 무례할 정도로 채플린에게 접근해서 확대된 얼굴을 보여준다. 늙고 초라한 얼굴을 말이다.

 

결국 코미디'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켜보는 막간'이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멀리 가도 안된다. 이 거리 조절이 좋은 콩트와 나쁜 콩트를 만든다. 좋은 코미디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칸트는 < 순수이성비판 > 에서 " 팽팽한 기대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화했을 때 "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 작은 것을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큰 것을 보여주면 < 감탄 > 이 되지만, " 스펙타클 "을 기대했는데 꾀죄죄한 결과를 보여주면 웃음이 나온다. < 깐죽거리 잔혹사 > 에서 개그맨 조윤호는 최고수 무술 유단자'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개그맨치고는 불량스러운 외모는 기대에 부응한다. 그는 항상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상대방에게 묻는다. " 유단자'인가 ? " 훤칠한 키에 무뚝뚝한 얼굴 표정, 낮은 목소리, 조롱이 섞인 음흉한 입꼬리,

 

조심스러운 몸짓에서 시청자들은 무림 고수의 품격을 기대한다. 쏟아내는 말들도 그렇다. " 후회하지 않을거면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는게 좋아 " 라거나 " 넌 내 안에 있는 악마를 깨웠어. 지옥으로 안내해 주지 " 라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나면 그는 항상 기대 이하'다. 결국에는 꼬리를 내리며 "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 라고 말한다. 이 모든 모습을 말없이 지켜본 두목(안일권) 또한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다는 소리가 " 애들이 많이 다쳤어 ! " 가 전부다. 팽팽한 기대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하자 터지는 것은 < 웃음 > 이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웃음에는 어느 정도 비극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웃음에는 실망, 허탈, 슬픔, 연민, 적의, 열정, 우울 따위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기도 하고, 보잘것없어서 웃기도 하고, 터무니없어서 웃기도 하며, 뜬금없어서 웃기도 한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 세상에서 인간보다 큰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웃음을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 " 좋은 코미디'는 웃음과 함께 비극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 라디오스타 > 는 거침없는 입담과 악담으로 폭소를 유발하지만 그것을 두고 웃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라디오스타 식 폭소는 웃음이 아니라 말장난 섞인 조롱'이다. 조롱'이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다. < 생활의 발견 > 은 매우 뛰어난 콩트'다. 여기에는 가난한 서민의 뼈아픈 비애가 숨어 있다. 그들은 시간적 여유도 없고 경제적 여유도 없다. 그래서 항상 돼지껍데기집이나 포장마차에서 허기를 채우면서 이별을 선언한다. 이별 앞에서도 침이 고인다. 이 엇박자에서 웃음이 나온다. 시청자가 이 부분에서 웃는 이유는 공감 때문이다. 나도 이별 앞에서 침이 고인 적 있다는,

 

그런 공감 말이다. 상갓집에서 먹은 홍어무침이 맛있어서 행복한 경험 또한 있으리라. 식욕은 죄 없다. 다만 민망할 뿐이다. 그래서 웃는다. 씁쓸한 웃음이니 낙담을 위로하기 위한 처방'이지 않을까 ? 반면 < 나쁜 사람 > 이라는 코너는 마초 남성의 흔한 허세'를 다룬다.  피도 눈물도 없는 마초 형사 같지만 이웃의 슬픈 사연에 무너져서 결국 " 나쁜 사라암~ 나쁜 사라암~ " 을 외치게 만든다. 사나이 울리는 위악 때문에 관객은 웃지만 웃고 나면 쓸쓸해진다. 이처럼 좋은 코미디'는 조롱이 아닌 웃음을 생산한다. 그런 의미에서 < 후궁뎐 > 이라는 콩트는 나쁜 코미디'다. 명나라에서 시집 온 타나미실리(오나미)는 조롱의 표적이 된다. 이유는 못생겼기 때문이다. 외모 비하'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에 대한 지적은 늘 있었지만 이 콩트는 그 대상이 외국인'이라는 측면에서 불편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못생긴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차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웃는 사람은 백치'다. 백치'가 가장 행복한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마음이 백지'이기 때문이다. 마음 속이 심란한 사람은 크게 웃지 않는다. 행복하게 웃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소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웃음은 사진의 뒷면을 닮았다. 시인 이순현은 시집 < 내 몸이 유적이다 > 에 수록된 시 < 사진의 뒷면은 백지이다 > 에서 사진 속 풍경을 본다. " 강과 산과 하늘 " 을 본다. 하얀 구름도 보고, 퍼런 강물도 보고, 그 옆에 핀 개망초도 본다. 이 컬러풀한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사진의 뒷면을 본다. " 뒷면은 비어 하얗다 풍경을 저토록 가두어두는 힘은 뒷면의 백지에서 나온다 " 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어처구니, 보잘것, 터무니, 뜬금 " 은 " '없다'와 인연을 맺어야 살아나는 / 우리말의 몇 안 남은 허파꽈리 ( 이순현, 詩 염주를 만지작거리다가 ) " 라고 이순현은 지적한다. 결국 어처구니없이, 보잘것없이, 터무니없이, 뜬금없을 때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웃음이 < 없다 > 와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마음을 백지 상태로 두어야 건강한 웃음이 그려진다. 웃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은 마음의 백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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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4-03-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코메디는 웃기면 그만 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메디는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꼭 담아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코메디의 원론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제가 볼때 페루애님은 코메디언에게 엄청난 정치적 사회적 책무감 따위를 지워주시는 느낌입니다.
또한 서사를 강조하셨지만, 서사 이면의 사회비판적 의식에 방점을 찍으신 듯 보여집니다.
코메디가 해학을 앞세워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한 페루애님의 소견을 듣고 시픕니다.

이건 페루애님에 대한 비판이 아닌 <화두>를 던지는 것일 뿐이라능~

(도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22:39   좋아요 0 | URL
술 먹고 남긴 댓글이구랴 ?
코미디'의 핵심은 공감'입니다.
마자,마자... 저런 경우 있어. 호호... - 요게 바로 공감이죠.
공감을 많이 할수록 웃깁니다. 이 공감이란 결국 당대의 풍경을 성실히 담을 때
만들어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시대상을 반영하죠.
좋은 예가 < 생활의 발견 > 이죠. 바쁜 현대인은 이별할 때에도 시간이 없어서
그냥 음식점에서 밥도 먹고 이별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뭐... 이런.......

나쁜 남자'는 마초의 허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거칠 것 같은 남자가 징징거릴 때, 웃음을 유발하잖습니까.
그런데 이 위악이 나쁘지 않고 아픕니다. 서민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니깐 말이죠.
코미디가 정치적일 필요는 없으나 반드시 사회성을 반영해야 한다고는 봅니다. 집에 가셔서 뜨거운 꿀물 한 잔 드시구려. 그래야 다음날 머리가 안 아픕니다.

나탈야 2014-03-1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루애님 말씀이 정답이네요...
해학이란... 삶을 반영해야 하지요... 어설픈 말장난이 아니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7 23:45   좋아요 0 | URL
답글은 덧대기 글로 대신합니다.

공장장 2014-03-1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천잰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03:29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공장장 님 ! 나보고 천재라 하신 겝니까 ? 어~떻게 !!!

엄동 2014-03-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은 제게 코미디언이군요
거의 매번 공감"을 하니 ㅋ


크게 웃는 사람은 크게 울어도 봤던 사람이예요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사람이 되야겠어요

한잔 과하게 한 다음날엔
이상하게 뭐든 할 수 있을거 같아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6:38   좋아요 0 | URL
웃음에는 종류가 참 많습니다만,
웃음은 일단 적의가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려주잖습니까.
굉장히 효율적인 표현 수단이기도 합니다.
어젠 과하게 술 한 잔 하셨습니까 ?

후후,

samadhi(眞我) 2014-03-18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일권은 또 그런 코미디를 하는군요. 안일권 되게 좋아합니다. 고교천왕을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비굴모드" 인생이라서 그런 인생이야기 좋아하거든요. 김준호식 코미디. "하류인생" 같은 것. "잔혹사"도 비슷한 것 같으니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얼마 전에 남도쪽 상가(喪家)에 가서 반찬을 더 달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상가에서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리필(?)해 보기도 처음입니다. 시댁쪽이었는데 민망한 줄도 모르고 게걸스럽게 먹었어요. 그렇게 맛있어도 된답니까. 장례식장 음식은 어디나 비슷하게 맛없어서 입가심하는 정도였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6:40   좋아요 0 | URL
저도 안일권 좋아합니다. 이상구,안일권이런 코미디언은 기본적으로 연기가 되잖아요.
말장난만 가지고 웃기려면 한계가 있습니다.
안일권, 이상구 이런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배우적 자질이 있어요.
남도쪽 상가'라...
남도 가면 항상 깨닫는 게 음식 참 맛있구나, 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18 16:57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대로 코미디는 "극"이니까요.
연기력이 안되면 안되는 거죠, 사실은.
안일권, 안상태처럼 연기가 되는 배우가 코미디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전에 윤도현 러브레터 공개방송을 어디 대학 운동장에서 하길래 봤었는데
변기수가 바람잡이 했거든요.
아, 그 사람. 그 전에도 좋아했었는데 그날 이후 팬이 됐어요.
참 겸손하더라구요.
자신을 진짜 낮출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무리 코미디라지만 "전 쓰레기니까요" 이렇게 한 마디 날리는데 감탄했습니다.

남도에서 맛없으면 난리나죠.
다른 건 참아도 맛없는 건 못 참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3-18 17:16   좋아요 0 | URL
아, 안상태가 있었지. 마자요. 안상태. 제가 항상 주장하는 거지만
우는 연기만큼 쉬운 건 없습니다. 제일 쉬워요. 반대로
웃는 연기는 어렵습니다. 연기자가 웃을 때 사용하는 근육이 소근'입니다.
웃을 소'를 써서 소근인데 신기한게 이 소근은 웃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진짜 웃음은 소근의 사용이 아니라 눈가 근육이거든요. 연기 잘하는 사람은 이 근육을 사용하고
연기 못하는 배우는 소근을 사용해요. 소근은 입꼬리 부근에 있습니다.
변기수가 겸손한 사람이군요. 좀 까칠할 거 같았는데 말입니다. 의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