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무의식중에 아이의 감정이나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고, 아이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거나 무작정 혼부터 내는 경우가 많다. 처음 부모가 되었을 때, 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무슨 이야기든 다 들어줄 수 있는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혹은 알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 나도 마음이 있어요>라는 책 제목하나만으로도, 난 또 나의 교육방식에 대해,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에 대해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반성할 기회가 생겼다. 제목만으로도 생각이 많아졌지만, 좀 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애니어그램이라는 영성 즉 올음, 사랑, 성취, 품위, 지혜, 충실, 기쁨, 강함, 평화로 나뉘어진 신의 아홉마음을 뜻하는데, 이러한 에니어그램으로 각자의 재능을 알 수 있고 또 그것이 얼굴 하나에 다 담겨있다니 귀가 솔깃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자고 펼친 책이지만, 단지 아이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약간의 종교적인 요소가 들어간 책이기도 하지만, 나처럼 종교가 없는 사람이 읽기에 특별히 거부감이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책에서는 여러유형의 얼굴을 아이들이나 성인의 사진을 통해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제시해주고 있어 이해가 더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유형은 나이, 성별, 인종 등의 차이를 불문하고 상황에 반응하는 감정상태가 같아서 같은 얼굴의 근육의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신기하기도 하고 또 나의 유형은 나의 아이의 유형은 나의 남편의 유형, 가족의 유형 등등 주변사람들의 유형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성형으로 얼굴을 수정했다 하더라도 10년이상의 오랜 시간이 흐르면 차츰 예전의 얼굴모습을 회복해간다고 한다.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부분은 우리 아이의 힘과 생명력의 중심을 알아보는 부분이었다. 얼굴사진을 볼 때의 지침과 항목선택을 통해서 가장 가깝고 정확한 우리 아이의 유형을 찾아보았다. 유형은 머리형, 심장형, 장형으로 나뉘는데 앞서 말한 아홉가지의 영성이 각각 세 가지씩 분류된다. 책에서는 아이의 유형을 찾는데 있어서 항목외에도 부연설명을 보태어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유형별로 각각의 성격적인 특징을 알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 상처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처는 대상자체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통한 내 해석 탓으로 생겨난 망령 때문에 증폭된다"는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다 제 각기 해석을 하기 때문에 누구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문제들을 누구는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렇게 상처를 받는 상황을 알았으니 이제 알아야 할 것은 부모가 특정유형에 처한 자기의 아이를 위해 어떠한 행동으로 대처해줘야하는지이다. 책에서는 바로 그 문제까지도 상세히 이야기해주고 있다. 위에서 분류된 머리형, 심장형, 장형이 행동방식에 따라 확산형, 더불어형, 응축형으로 분리된다. 아홉가지의 유형이 앞의 분류와는 또 다르게 섞이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들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데, 부모와 아이가 서로 맞지 않는 유형일 경우에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각 유형의 구체적 특징과 극복방향까지 책에서 제시해주고 있다.
타고난 성격이라는 것은 쉽게 무시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대학시절 교육심리 수업을받을때 교수님께서 "누군가의 성격을 내 의지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다. 경험상으로도 그렇다. 한 부모 아래에서 낳고 자랐지만, 각각의 성격은 다 다른 것 처럼말이다. 우리 아이가 타고난 성격에 대해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시켜주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나아가 교육문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을 만나고 생활하면서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소홀히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하라고 하기 보다는 내가 먼저 그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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