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치더라도 해피엔딩이 되면 모든 것이 다 보상되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자꾸만 나에게 손에서 책을 내려놓으라고만 한다. 바로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런 작가의 말 때문이었는지, 또 어떤 자신감으로 자꾸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얼마나 비극적일지, 그리고 또 얼마나 재미있을지 생각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이미 유명하다고 하지만 난 영화로도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다.
시리즈 물, 특히 소설은 잘 읽지 않는 나이다. 그런 나에게 시리즈물의 소설은 관심밖의 분야였다. 하지만, 이 소설은 왠지 끌렸다. 자꾸만 책을 내려놓으라는 작가의 말이 가장 신경이 쓰였다. 내가 만일 이 책이 재미있다면 정말 재미있는 책일거라는 생각으로 거의 의심을 가득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장면은 그야말로 평화로웠다. 부자집 세 남매의 자유롭고 편한 일상이야기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세 남매가 외출한 사이 갑작스럽게 집에 불이나 세 남매가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기 시작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포아저씨, 난 그를 계속 의심했지만 정말 무서은 적은 따로 있었다. 세 남매의 멀지만 가장 가까이 사는 친척 올라프 백작, 순간순간 그를 당장 혼내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바라며 책을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독특한 주변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을 이용해 세 남매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속셈을 가진 올라프 백작, 아이들은 그 무시무시한 인물 때문에 고난을 겪고 위기를 겪게 되지만, 그래도 작가는 결국 잠시 쉬는 시간을 주었다. 한 순간에 세 남매의 유산이 고스란히 올라프 백작에게 넘어가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 세 남매의 가장 큰 아이 바이올렛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올라프 백작의 만행이 드러나고 그를 잡으려는 순간, 어느 영화, 어느 소설, 어느 이야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치 그는 앞으로 세 남매의 험난한 인생을 예고하듯 다시 나타날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결국 그의 재 등장을 암시하며 1권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리고 세 남매를 부모대신으로 맡아줄 새로운 누군가의 예고도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2권에서 이어질 파충류 박사 몽고메리 몽고메리는 어떤 인물일지 또 그로 인해서 아이들이 겪게 될 무시무시한 사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 들일지, 올라프 백작은 또 어떤 모략으로 아이들 앞에 나타날지 무척 궁금해진다.
재미있다.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한 지 한 시간 가량 되었을까? 어느덧 나는 책의 제일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었다. 책을 펼치고 덮을때까지 나에게 쉬는 시간이란 없었다. 그건 정말 나에겐 드문일이다. 이제 겨우 1권을 읽었지만, 마지막 13권까지 당장 내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연 앞으로 세 남매에게 일어날 일들은 무엇이며, 그 일들을 또 어떻게 이겨낼 것이며, 또 올라프 백작이 결국 어떤 최후를 맞을 것이며, 정말 작가가 예고하는대로 13권 마지막 장은 슬프고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 것인지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결과를 꼭 보고싶다. 이 글을 마치고 난 후 난 결국 2권을 펼쳐들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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