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새로운 마음을 다짐했다가도 내일이 되면 다시 시들해지는 그런 반복적인 일상을 누구나 겪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좀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가를 굳게 다짐하곤 한다. 그러다가도 마치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또 금새 무기력해지는 일상들, 재생모드를 설정해놓으면 무한반복되는 카세트의 테잎처럼 같은 모습이 그렇게 계속해서 재연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 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꿈을 꾸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지만, 이미 일주일 전에도 한 달 전에도 난 무기력한 하루하루에 우울모드에 빠져있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도 난,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지 잘 모르겠다.

  책 속의 호랑 애벌레 또한 '그저 먹고 자라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속으로 뛰어들어 높은 기둥을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려 애를 쓴다. 그렇지만, 곧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노랑 애벌레와 함께 하는 행복한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기둥에 대한 미련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 호랑 애벌레는 결국 노랑 애벌레와의 이별을 선택하고 다시 기둥위로 향한다. 혼자 남은 노랑 애벌레는 늙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것을 보게 된다.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되기 위해 '가장 안전할 수도 있는' 애벌레로 사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고치를 만드는, 그 늙은 애벌레를 통해 자신도 나비가 되는 길을 택한다. 



 
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는 호랑 애벌레를 찾아가고, 기둥 거의 끝까지 올라간 호랑 애벌레 또한 노랑 나비의 도움으로 결국 아무것도 없는 기둥에서 내려와 나비가 되는 길을 택한다. 그렇게 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와 호랑 애벌레 그렇게 이야기는 끝... 아니, 새로운 시작.....

  나비가 되고 난 후, 이야기가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뭔가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에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결국 인생의 목표는 어느 한 시점에의 도달이나 끝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결국 늘 새롭고 더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 어느 순간 어느 한 지점에 도달을 하긴 하겠지만, 거기에서 멈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 즉, 중요한 것은 도착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향해 가는 지도 모른 채 치열한 경쟁만을 펼치는, 간혹 기둥에서 떨어져버리는 어리석은 애벌레의 모습이 아닌, 번데기라는 힘든 고통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멋진 나비가 되는 것 처럼 다른 사람의 인생속에서의 그저 그런 경쟁자가 될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진정한 길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지금보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도 감동도 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 책이 쉬운 동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가 설계해 나가야 할 나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다고나 할까.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라는 과정을 과감하게 선택한 애벌레처럼, 우리 아이에게 또 그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내가 선택하고 견뎌내고 거쳐야 할 삶의 과정들이 무척 무겁고 힘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번데기가 되는 나비처럼, 나 또한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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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범 2011-01-0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전에 읽은듯한 이 책을 오늘 문득 찾아보았습니다. "벌레탑"으로 검색을 해 보니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제목으로 나오더군요.
님께서 적어주신 글을 보고 이 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적으신 글이 아니었다면, 이 책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을거예요.
감사합니다.
복받으세요.

맹달이 2011-01-07 20:15   좋아요 0 | URL
와, 꽤 오래전에 읽으신 책이군요. (^-^)
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기쁘네요. 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2011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