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없는 물리 - 9/E
폴 휴이트 지음, 엄정인 옮김 / 홍릉(홍릉과학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80년대 후반 재미있는 물리여행(김영사)을 읽었다. 어려웠지만 내가 물리학쪽 공부를 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참고로 아래는 내가 재미있는 물리여행을 읽고 대학때 쓴 서평이다(이제는 절판되어 나오지 않기에...)

고등학생때 이 책을 처음 알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내가 가진 책은 93년도에 출판된 것이다. 재미있는 물리여행 책을 고등학교 때 빌려 읽고서, 나중에 헌책방에서 책을 샀을 것이라는 추측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아무튼 적어도 한번 읽은 책이다. 그리고 그때 제목과는 달리 물리가 재미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어렵게 느껴졌다.

다시 이책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서평을 남기고 싶었다. 학부때에도 많이 이야기하던 책인데, 이제는 내용도 기억이 안 나고, 그동안 그래도 공부를 했으니 얼마나 물리실력이 늘었는지 알고 싶었다. 1권은 역학-유체-열-진동에 대한 내용이다. 2권은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내 기억으로 1권이 조금 더 쉽고, 재미있었다. 지금은? 2권을 읽은 후에 답을 쓰겠다.

이 책의 원저자 중 Paul Hewitt는 Conceptual Physics라는 유명한 책을 지은 사람이기도 하다. 주로 정성적인 설명을 위주로 일반물리 수준의 책을 썼는데, 실제로 두 번 얼굴을 보고 강연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책도 정성적 물리를 강조한다.

다시 물리학을 생각하게 되어 기뻤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때로는 감도 잡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불만이 큰 것은 아니다. 전보다는 확실히 더 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기회가 되면 또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때는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다.


물리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쉽고 간단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으로, 계산보다는 “생각”이 더 중심이 되는 것이다. 바른 아이디어가 없으면 몇 페이지에 달하는 수식을 복잡하게 써나가도 풀어지지 않는 문제들이 생각 하나가 떠 오르면 몇 줄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기쁨을 느끼는 것도 이때가 아닌가 한다. - 추천의 글 (소광섭 교수) 중에서 -


<이 책의 사용법 중에서>

예컨대 3살짜리 꼬마에게 못을 박으라고 망치를 손에 쥐어 주면 꼬마는 좋아라 할 것이다. 그런데 망치 대신 돌멩이를 하나 쥐어 준 다음에 4살이 되어서야 망치를 쥐어 주면 그때는 망치에 대해 “놀라운 발명품”이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문제를 깊이 음미하지 못하면 해답 또한 정말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물리학의 문제란 무엇인가? 어려운 계산을 해내는 것인가? 그렇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다.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직관력이다. 즉 관념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그려내는가, 핵심적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을 가려내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스스로에게 어떻게 질문하는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수학적인 계산과는 거의 무관하며 예, 아니오 식의 간단한 답을 요한다....중략...

우리는 물리학의 정량적인 상부구조가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정성적인 기초를 잠식하는 일이 없도록 예의 주시하여야 한다. 실제 계산을 하기에 앞서 직관적으로 답을 구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문제를 진짜 이해한 것이 된다. 이 말은 비단 훌륭한 물리학자 한 명만이 언급한 사실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물리학적 직관력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직관력을 기르는 방법일까? 신체를 단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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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 대한 내용이 너무 길었다. 이 책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 평가가 좋았다. 하지만 이 번역본의 단점은 좀 서두른 탓인지 완전히 잘못 번역된 곳들이 있다는 점이다. 영어가 좀 된다면 원서를 적극 추천한다.

정성적 물리개념에 관한 한 지금도 이 책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이공계 고등학생용, 인문계 고등학생용, 대학1학년용 교재 등으로 나뉘어 팔리고 있다. 하지만 여러 직업을 두루 거친 저자의 경험(아마도 이것이 다른 과학자와 다른 점일듯) & 글솜씨가 어려운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덜 지루하게 만들어준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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