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좌파와 우파 살림지식총서 1
이주영 지음 / 살림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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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 중 제 1권이다. 가격은 3천원대원이고, 100쪽도 안 되어 부담이 없다. 특히나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에 대한 서평도 좋은 편이다. 특히 1권부터 10권까지는 미국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런데 1권치고는 좀 실망이 크다. 어쩌면 내가 살림지식총서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1권은 대개 제일 공들여 만든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중도를 가장한 위선(?)을 범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미국의 좌파와 우파를 적어도 거의 반반씩, 또는 좌파를 먼저 썼으니 좌파가 더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전체 중에서 약 20쪽만 좌파이고 나머지는 거의 우파이야기다. 뒷부분에서는 거의 노골적으로 우파 편을 든다. 우파가 득세할 때, 미국이 흥했고(소위 미국적 체제), 우리도 미국을 뒤따라가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좀 정치적으로 과장하자면, 한*라당 기관지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차라기 책 제목은 조금 더 솔직하게, “미국의 우파”라고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미국 우파의 장점'이라면 모를까?


내 돈 주고 산 것이 후회스러웠을 정도다. 물론 내가 사상적으로 좌파라고 할 정도는 정말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파에 대하여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좌파에 대한 비판이나 우파에 대한 찬양이 논리적이지 못하다. 왜? 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미국 사회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특히 미국의 기성 백인들)의 생각이 왜 좌파에 가깝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고(1960년대까지 좌파가 집권하였으므로), 미국과 유럽이 생각보다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미국의 클링턴 전 대통령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미국에서 일어났던 오클라호마 폭탄 사건 등에 대하여 전혀 다른 관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란 말도 있듯이, 미국의 역사는 변화가 많았다. 내가 조지 부시의 재선을 정말 반대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지금 미국 남부는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1990년까지만 해도 텍사스 주(인구도 2000만이 넘어 미국내 2위(1위는 캘리포니아)이고, 면적도 가장 크고, 텍사스가 플로리다와 더불어 미국 남부의 중심임) 주지사는 민주당이었다고 한다. 120년간 공화당 주지사는 딱 한번 이었단다. 또 미국남부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텃밭(농장주와 학자 중심의 보수적 분위기, 노예제도 폐지 반대) 이었고, 오히려 지금 민주당 지지가 강한 블루 스테이트들(주로 동부 해안가, 공업 중시, 노예제도 폐지에 찬성)은 전통적으로 공업을 중시하는 공화당 지지세력이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남부 민주당 텃밭을 띠모양이라고 하여 루즈벨트 라고 하였다고도 한다. 어떤 이는 월남전을 이후로 양당의 지역기반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한다.


지은이 이주영은 미국이 자유민들로 이루어진 자유사회로 출발하였으므로, 미국은 자유방임주의가 미국적 체제라는 것이다. 이것까지는 그럭저럭 동의한다. 자유주의가 미국에 맞는 체제라는 점은 동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마치 진리고 선인 듯이 말하는 글투는 솔찍히 부담스럽다.

미국은 원래 자유주의지만, 대공황과 같은 경제위기에서 개인의 자립심과 자유는 정부의 개입에 자리를 넘겨주고, 그 이후로는 루즈벨트의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뉴딜정책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자유주의에도 단점과 한계가 있음을 명백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대중서지만, 학자의 글이다. 조금 더 근거있는 주장과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다른 시리즈물을 이어서 사려다가 이 1권때문에 더 사지 않았다.

결코 책에 대하여 안티를 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실망했다는 것일 뿐이다. 미국에 대하여 이해를 하고, 미국과 유럽을 구분하여 볼 수 있는 시각을 준 것은 분명히 이책의 장점이다.

 

(딴 이야기 - 텍사스에서는 주택가 옆에 공장이 와도 된단다. 자기 땅에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일에 정부는 개입할 수가 없단다.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자유방임의 극치이기는 한데, 그것이 바로 미국이 요즘 세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이유가 아닐까? 소위 말하는 미국적 대국주의, 큰 것을 선호하는 현상 등은 바로 텍사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텍사스는 남부이지만, 남북전쟁에서 패하여 군을 해산한 것이 아니라, 이긴 후에 스스로 군을 해산하였다고 하며, 굉장히 자존심이 강하다고 한다. 지난번 텍사스에 가서 느낀 것인데, 땅이 넓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여유 있고(이건 좋은데...), 건물들이 엄청 컸다. 행사가 있으면 그들은 텍사스 깃발을 흔들고 자기는 텍사스 사람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단다. 교과서에서도 텍사스에서 선택한 것이 다른 주에도 큰 영향을 준단다. 미국 인구가 약 3억이고, 텍사스가 약 2천만임을 고려하면 별로 큰 것 같지는 않지만(우리의 경우 전체 남한인구의 절반이 서울-경기에 산다. 텍사스 인구가 이정도니까 비슷하다), 미국에 주가 약 50개이고, 인구가 100만이 안 되는 주도 허다하다는 것을 고려하고, 유전이 가지는 경제적 힘까지 생각하면 텍사스의 영향력은 세계적이다. 사실 캘리포니아의 경제력(인구 약 3천만)이 프랑스와 비슷하고, 텍사스가 캐나다, 플로리다(인구 약 1천 5백만)가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력과 비슷하다고 하니, 미국이 다른 나라를 우습게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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