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9 - 현제賢帝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9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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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책이다. 시간이 많아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면 아마 삼국지와 로마인 이야기를 고를 것이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더욱 재미있었다.


9권은 흔히 말하는 오현제 시대중에서 세 황제에 대한 내용이다. 오현제라고 하지만 사실 이번에 말하는 세 황제야말로 현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세사람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단다. 이유는? 그만큼 뉴스거리가 없었던 것이다. 옛날 요순시대에는 임금이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네르바 황제에 뒤를 이어서, 최소의 속주 출신 황제가 된 트라야누스, 진정한 황금기인 하드리아누스, 그리고 너무나 안정적이었던 안토니우스 피우스. 요즘 우리 나라 정치가 혼란스러워서 그런지(기억이 나는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 정치는 늘 혼돈이었다), 부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트라야누스가 집권한 때가 서기 98년이니, 거의 1900년전이 아닌가? 그때 우리 나라는 아직 삼국시대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인데, 로마는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나라가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그 시절이라지만, 그 넓은 제국을 30만도 안되는 군사(현재 우리 국군의 절반수준)로 방어한 것만 보아도 신기할 따름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 시오노 나나미의 글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 우리는 여전히 로마의 뒤꽁무니를 쫓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역사속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을 통털어서도 로마와 같은 나라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시오노 나나미의 글이 사실이라면). 더욱 무서운 것은 내가 로마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면서 너무나 내 평소 생각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의 근대 교육조차도 로마를 동경하는 서구 문화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트라야누스 황제는 말년에 파르티아 원정에서 실패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우구스투스나 카이사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한 황제였다. 동시대의 로마인들마저 ‘최고의 제일인자(Optimus Princeps)'라고 찬양했단다. 마치 우리 나라의 세종시절이나 영정조 시절을 보는 느낌이었다. 읽으면서 마치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던 것 같아서 기분까지 좋아졌다. (물론 내가 모르는 이면의 아픔을 기억해야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무거워서 이 책만큼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싶었다).

사실 윗글은 내가 처음 읽었을 때 쓴 서평이다. 그러나 정작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하드리아누스의 순행이다. 지은이도 말했듯이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을 한 사람이다. 별다른 업적이 남지 않지만, 정말 필요한 일들을 한 것이다.

가끔 요즘 정치를 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 우리는 무언가 확실한 업적, 가시적 성과를 그리워하지만 정작 힘들고 필요한 일은 질적 성숙이 아닐런지... 누가 알까, 그 고통과 외로움의 시간을. 오직 사명감만으로, 책임의식 만으로 나아가는 지도자의 숙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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