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메타과학
장회익 지음 / 지식산업사 / 199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공서적으로 분류하기보다는 과학철학에 관련된 교양서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책 내용은 과학철학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전문용어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과학철학책이 대부분 번역서인데 비하여, 저자가 직접 쓴 글이기 때문에 읽기 편하며, 나름대로 우리 나라 과학철학쪽에서 권위있는 학자의 글이라는 점도 매력이 있다. 물론 국내 과학철학에서 장교수가 주류는 아니라고 하지만, 상당히 널리 알려진 교수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은 크게 1부인 과학과 인식, 2부 우주와 인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과학과 인식은 과학이론의 구조에서 출발하여 인식론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우주와 인간은 생물체의 진화를 중심으로 하여 생명과 물질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론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두 가지 큰 이론을 나름대로 펼치고 있다. 하나는 과학철학에 관련된 것으로 “의미기반”이며, 다른 하나는 “온생명”이다. 의미기반은 언뜻 보기에 쿤의 ‘패러다임’과 비슷하다. 의미기반은 "시간 공간 내에 존재하는 어떤 임의로운 대상에 대하여 그것의 물리적 ‘특성’을 표상하고 그것의 ‘상태’를 서술할 어떤 일반적 방식들"로 정의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서술공간, 서술모형, 서술양식에 따라서 다른 의미기반을 가진 과학이 존재한다. 의미기반이 다른 과학은 서로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대표적으로 고전역학의 의미기반으로는 양자나 상대론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온생명은 생명체가 온전하게 자기의 삶을 보존하며 영위할 수 있는 독립된 단위를 말하는데, 태양과 지구를 포함한 물질계가 하나의 온생명으로, 우주 속 어디에 있더라도 태양과 지구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지구의 작은 생물체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온생명은 하나, 또는 생물체의 군집인 개체생명과 그 것을 제외한 보생명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상호작용이 온생명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환경문제는 바로 온생명에게 있어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온생명의 보존을 위하여 모두 의식개혁을 할 필요가 있음을 지은이는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자연계를 물질과 생명으로 크게 나누고 이에 대한 독자적인 철학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 간혹 너무나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여, 다른 사람의 비판에 대하여 강하게 대응하지만, 그만큼 학자로서 자기 이론을 다듬은 결과로 생각된다. 이 책은 과학학이나 과학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한번쯤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뒷부분은 ‘삶과 온생명’이라는 책에서 더욱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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