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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대학원을 다녔던 내게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다. 이 책에는 “‘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대학원 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고 고민하던 내게, 학부 동기가 추천해준 책이다. 7월경에 읽었는데, 이제야 정리하려고 한다. 학문이란 무엇인가, 내게 연구란 어떤 의미인가, 정말 내가 연구를 좋아하는지를 고민하던 차여서 더욱 느낌이 달랐다.
간단히 말하자면, 참 좋았다. 이런 연구 집단도 있구나,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내게 이런 집단에서 같이 하자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호기심도 들지만, 솔직히 두려움이 앞선다.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겁나기도 한다. 내가 정말 이렇게 학문에 미쳐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이렇게 연구 집단이 운영된다는 점이 신기하고, 이렇게 멋지게 살지 못한 내게 화가 나고... 그래서 창피했다.
그리고 정작 내게 중요한 것이 학문과 연구인가 하는 의문에 와서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 다만 3년 정도의 망각이 점점 내게 예전에 아픈 기억을 지워버리고, 겉에서 보이는 모호한 이미지만 남겨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이 더욱 이러한 과거를 미화하고, 동경하는 듯 하다. 그럴까? 과연 다시 돌아가면 잘 할까? 정말 가고 싶은가?
이 연구모임에 대한 기사는 한겨레 등을 통하여 접해봤다. 하지만 사실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 지금도 정확히는 잘 모른다. 다만 인류학적 보고서라는 형식답게, 소설 같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필력이 있어서 그런지 재미도 있다. 내가 있던 연구실도 이런 식으로 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뭘 담을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연구실, 어떤 인생을 꾸미고 싶은가?
무언가 거리낌없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미치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