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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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권이다. 이제 한권 남았다. 시대가 저물어가는 느낌이 곳곳에서 읽힌다. 우아하게 물러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로마가 로마가 아닌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국을 통치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만큼 자신의 의도대로 만든 정책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사후에 다시 제국은 이런 저런 이유로 삼분된다. 그러나 삼형제의 삼분 통치는 다시 정리되고 콘스탄티우스가 단독 황제가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어난 내전의 상처는 결국 국방력의 손실로 이어진다. 망하는 집안은 무얼해도 결국 제살 깍아 먹기 밖에 안 되는 모양이다. 어쩌면 지휘자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꼭 그 지휘자만의 탓일까?




콘스탄티우스는 핏줄이라도 자신에게 방해가 된다면 무자비하게 숙청한 인물이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모두 도태시켰다. 물론 율리아누스가 콘스탄티우스와 친척 간이기는 하지만, 콘스탄티우스는 율리아누스의 형인 갈루스를 부제로 삼았다가, 쓸모를 다하자 조용히 처형시킨 사람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참 권력이란 무엇이고, 또 핏줄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한 손에 꽉 쥐고 싶은 것이고 마음 먹기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른 하나는 한 손에 꽉 쥘 수 없으며 희망하였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특이한 것은 율리아누스 황제 부분이다. 이 황제는 2년 정도 재위하였지만, 이 권에서는 약 3분의 1이 이 황제에 대한 내용이다. 어쩌면 지은이가 보기에 마지막 로마 황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도들에게 ‘배교자’라고 불리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관으로는 오히려 로마 후기의 다른 황제들보다는 율리아누스가 정통 로마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율리아누스에 대하여 로마 문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의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22쪽). 그래서 짧은 재위기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는 경험이 전무한 철학자에서 시작해, 맨몸으로 군사경험을 쌓고 실력으로 후계자가 되었다. 그러나 기독교도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결국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쟁터에서 요절하게 된다.




이 권은 다른 시리즈와 다른 것은 황제가 아니라, 주교가 책표지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부제도 그리스도의 승리다. 콘스탄티우스 황제, 율리아누스 황제,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주로 나오는데 3부는 소제목조차 암브로시우스 주교다. 그만큼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고, 주요한 부분이다. 그 핵심에 바로 암브로시우스 주교가 있다. 로마의 교양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정치 권력의 핵심을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주교가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실제 권력의 막후 실력자가 된다. 신의 뜻을 대신하여 전달하는 주교로 인하여 황제 자리를 보장 받는 황제. 결국은 주교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암브로시우스 주교에서 몇 번 버텨보지만, 결국은 주교 앞에서 속죄의식을 하기까지 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더 많이 기독교를 알게 되는 것은 역설적이기는 하다. 지은이는 기독교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데, 오히려 나는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와 유대교의 차이, 삼위일체설에 얽힌 논란 등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수호신과 수호성인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종교의 정치권력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정말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깊게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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