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김훈은 요즘 정말 잘 나간다. 대통령까지 언급할 정도로 화제를 몰고 왔던 칼의 노래(이순신). 그리고 뒤이어 현의 노래도 그랬지만, 최근에는 남한산성이 엄청 잘 팔린다. 오늘 신문을 보니 남한산성은 27만부가 팔렸단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기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김훈은 그동안 책 시장에서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30, 40대 남성 독자층들이 관심을 가지는 작가여서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모두 안 읽은 나는 사실 김훈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고 할 말이 없다. 다만 나는 그냥 책꽂이에 있기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ㅠ명작가이기에 김훈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보고, 밤에 잠자기 전에 편하게 읽는 책으로 골랐다. 뭐랄까? 대충 보자면 별로 특별한 내용이 없다.

 

그런데 찬찬히 읽어보면 느낌이 좀 다르다. 이외수의 수필집을 읽었을 때 느낌도 다시 생각나고,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같은 느낌도 난다.  글쓰는 사진가 이지누씨가 쓴 한겨레 꼭지를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김훈만의 느낌이랄 수 있는 무언가가 섞여 있다.
기자 출신(시사저널 편집장이었음)이라서 그런지 주로 짧은 문장, 짧은 호흡이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들 사이 사이에 있는 무언가는 읽다가 다시 한번 김훈 이라는 사람을 생각하게끔 만든다. 책의 뒷표지를 보면 정끝별이라는 문학평론가가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는 표현을 하였는데, 나는 인문주의를 잘 모르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라보는 독특한 지은이의 인간적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책 내용은 간단하다. 전국의 각지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글을 쓴 것이다.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다 나온다. 내가 자기 전에 읽으려고 생각하였기에, 편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편하게 읽는 내 자신이 좀 미안해질 정도로, 자전거로 다닐 때 육체적으로 힘든 경험을 군데군데 글로 나타내었다.

아직도 연필을 깎아 원고지에 육필원고를 쓰는 작가라서 그런지, 자전거 타는 것마저도 그리 쉽게 하는 것 같지 않다. 전라도 바닷가도 나오고,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태백산맥도 나오고, 서울도 나온다. 읽다보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뒤따라 다닌 것 같다.


다만 사진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음 편하게 여행기처럼 읽고 싶어서 였나보다. 물론 이 책은 에세이라서 사진이 많아지면 오히려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구절에서는 사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소설가에게는 모욕일 수 있기에 더 이상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글을 읽었는데 사진을 찾는다면, 글만으로는 부족하고 답답하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재미난 것은 책표지에 있는 글이다. 이 책을 쓰면서 타고 다녔던 풍륜이라는 자전거가 망가져 새 자전거를 샀는데,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한단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라는 문장을 보고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아마 이제는 다 갚고도 남았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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