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 2000년 전후 한국문학 논쟁의 풍경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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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소장의 가치가 있다. 돈을 주고 사서 볼 뿐 아니라 한 권 정도 가지고 있을 만 하다는 말이다. <비평과 전망>의 편집주간으로 있는 이명원은 성대에서 박사를 수료하게 된 과정을 통해서 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이명원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언로가 열리게 된 것은 정말 한국 사회에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러한 생각은 굳어지고 있으며 그의 성실함과 그간 쌓아온 내공의 깊이는 항상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번에 이명원이 내 놓은 <파문>은 한국의 문단 전반의 논쟁거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으며 문제의 본질과 그에 대한 이명원의 선택과 옹호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문단의 특성 상 어떠한 논쟁이 있는 경우에 그것이 면밀하게 드러나지 않고,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이나 들먹이면서 누구와 누구가 논쟁했다는 이른바 스포츠 신문 식의 선정적 기사가 몇 번 오가다가 이내 그 텍스트는 담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런 연유로 누군가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혹은 진위가 적절하게 드러나지 않은 그러한 논쟁을 잘 정리하고 그 사건의 경위와 과정, 그리고 세세한 내용들을 가감없이 일갈해가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일독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교수란 직함을 가지고 있는 부류 중에 상당수는 평이한 내용을 어려운 용어들로 뒤범벅시켜서 그 가치를 높이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문학 분야에서 이러한 일들은 상당히 심한 편이며 그러한 난해한 용어들과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만 책을 제대로 읽어갈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명원의 글은 적당한 표현들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불필요하게 치장하지 않은 점이 좋다. 진정한 성실함은 표현의 고고함이 아니라 텍스트의 충실함이란 생각을 더더욱 굳히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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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Common English Mistakes in Korea (한국인이 늘 틀리는 영어표현)
Derrick Nault 지음, 지소철 옮김 / 길벗이지톡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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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천을 받고 산 책이다. 내용은 잘 짜여져 있었다. 지적했던 부분은 몇 년동안 영어 회화를 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서 수없이 듣던 바로 그 콩글리쉬 표현들이 죄다 나와 있어서 저자의 감각에 감탄했다. 특히, 예문에서 네이티브 스피커들이 볼 때 황당할 법한 것들을 잘 모아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삽화도 비교적 문제를 잘 드러낼 수 있게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 테입을 통해서 실제 표현들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읽는데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 내용의 책을 불필요하게 페이지를 늘리고, 편집을 깔끔하게 했다는 이유로 가격을 너무 높게 잡은 듯 하다. 문고판형으로 만들고 굳이 색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법한 이런 류의 책을 자원을 낭비해가면서 그렇게 고급 티를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용을 보았더라면 책을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고 넘겼을 것이다. 오디오 테입도 전체 내용으로 보아 네이티브의 속도보다 천천히 녹음했다 해도 1개로 충분할 내용을 늘인 느낌이 강하다. 거품을 빼야 독자도 기쁜 마음으로 주머니돈을 풀어 책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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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의 신화 - 휴전선 남.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
리영희 지음 / 삼인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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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영희 교수의 남북에 대한 총체적 글들을 접할 수 있을 법한 비평집이 나왔다. 부제 '휴전선 남북에는 천사도 악마도 없다'가 시사하듯이 리영희 교수의 진보적 통일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표지에 이 책에서 리 교수가 제시하는 통일에 관한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실려 있는데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50년 동안 각기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온 두 개의 사회가 다시 하나가 되자는데, 어떻게 한쪽만 변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변하지 말아야 하는가? 현실세계에서 어떤 사회는 절대 선이고 어떤 사회는 절대 악일 수 있는가?......그 천편일률적인 주장들이 판을 치는 곳에서 나는 외롭다. '북한이 남한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남한의 얼굴을 한 번쯤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통일에 관한 한 나는-물론, 보수주의자들 같지는 않지만-북한의 체제가 많은 부분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붕괴가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한국 사회 속에서 드러난 자본주의의 폐해들을 접어둔 채 북한은 악, 남한은 선이라는 단순한 양극화에 반대하는 리 교수의 지적을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서에는 실로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실려있어 누구나, 아니 통일을 갈망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리 교수의 글들을 읽어봐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황장엽과의 대담도 흥미로웠고, 또한 책의 전반부에 실린 리 교수의 실제 집안 얘기에서는 개인적으로도 참 마음이 착찹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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