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 2000년 전후 한국문학 논쟁의 풍경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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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소장의 가치가 있다. 돈을 주고 사서 볼 뿐 아니라 한 권 정도 가지고 있을 만 하다는 말이다. <비평과 전망>의 편집주간으로 있는 이명원은 성대에서 박사를 수료하게 된 과정을 통해서 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이명원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언로가 열리게 된 것은 정말 한국 사회에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러한 생각은 굳어지고 있으며 그의 성실함과 그간 쌓아온 내공의 깊이는 항상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번에 이명원이 내 놓은 <파문>은 한국의 문단 전반의 논쟁거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으며 문제의 본질과 그에 대한 이명원의 선택과 옹호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문단의 특성 상 어떠한 논쟁이 있는 경우에 그것이 면밀하게 드러나지 않고, 단순히 유명인의 이름이나 들먹이면서 누구와 누구가 논쟁했다는 이른바 스포츠 신문 식의 선정적 기사가 몇 번 오가다가 이내 그 텍스트는 담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런 연유로 누군가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혹은 진위가 적절하게 드러나지 않은 그러한 논쟁을 잘 정리하고 그 사건의 경위와 과정, 그리고 세세한 내용들을 가감없이 일갈해가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일독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교수란 직함을 가지고 있는 부류 중에 상당수는 평이한 내용을 어려운 용어들로 뒤범벅시켜서 그 가치를 높이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문학 분야에서 이러한 일들은 상당히 심한 편이며 그러한 난해한 용어들과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만 책을 제대로 읽어갈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명원의 글은 적당한 표현들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불필요하게 치장하지 않은 점이 좋다. 진정한 성실함은 표현의 고고함이 아니라 텍스트의 충실함이란 생각을 더더욱 굳히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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