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어떤 대상이 수시로 떠오르거나 보이는 현상. 이를 들림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지금 내 상태가 바로 들림의 상태이라 하겠다.  

지난 봄 식식거리며 내 곁을 스쳐지나는 자전거에 홀딱 반했다. 달리거나 보관되어 있는 자전거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였으리라. 하지만 세상에 식지 않는 사랑이란 게 존재하던가! 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그렇게 식어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자전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전에는 세상에 자전거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관심을 갖고 보니 사방에 자전거다. 신문 잡지에는 자전거에 얽힌 사연이 간간히, 거리에는 원색의 화려한 '쫄쫄이'를 입고 자동차들 사이를 유유히 헤쳐 나가는 자전거족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짝사랑처럼 그저 멀리서 바라볼뿐 쉽게 다가갈 수는 없는 세계였다. 물론 거기에는 나의 의지나 용기가 부족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럭저럭 시간이 흘렀다. 짝사랑이란 으례 이런 것. 그러다가 최근 자전거로 떠난 여행기를 차례로 읽었다. 이창수의 <원더랜드 여행기>와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에 관심이 생기던 무렵부터 점찍어 두었던 책이지만, <원더랜드 여행기>는 알라딘 검색창에 '자전거'를 입력해서 우연히 찾은 책이다. <원더랜드 여행기>의 원더랜드는 쿠바. 카스트로 정권이 무너진 뒤 달라질 쿠바를 그 전에 직접 체험하고 싶어 자전거로 체 게바라의 발자취를 따라 간 쿠바 여행기가 바로 <원더랜드 여행기>.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제목 그대로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한 홍은택 기자의 80일간의 여행기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간접체험할 수 있었다. 두 저자가 두 발로 힘겹게 페달을 밟았다면, 나는 한장 한장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그 사이 한강변에서 실전 경험도 세 차례 가졌다. 이렇게 조금씩 자전거와 내가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힘! 

사소한 관심에서 출발한 자전거에 대한 사랑이 두 권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 듯하다. 요즘은 틈 나는대로 인터넷에 올라온 자전거의 구조에 관한 글을 찾아 읽고 있다. 알고 보니 <바이시클라이프>라는 자전거 관련 월간지도 있다. 그야말로 '웰컴 투 바이시클 월드, 웰컴 투 원더랜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