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인간아 >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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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떠올린다. 기억은 가라앉은 것, 상처와 고독의 심지로 마음을 헝클어 휘저어야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을, '떠올린다' .
공짜이거나 훔친 책들은 소중하다. 기억이 깃든 책은 단 한 권의 책이 된다.
책이 사라지면 책에 담긴 기억도 사라진다, 영원한 침몰, 시간의 조류에 떠밀려 영원히 부유하게 된다.
그러니까 책에 많은 걸 담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은 결연하다.
하지만 기억만큼 삶도 마음대로 안된다. 그래서 헌책방 다니며 책을 뒤지는 일은,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찾고, 더듬어 읽고, 뿌리가 잘린 기억을 내게 이식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가끔씩 기억이 접붙어 나는 완전히 새로운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