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구판절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178쪽

너를 보내고 싶지 않단다. 너에게 못 해준 많은 것들을, 이제 어여쁜 여자로 서 있는 너와 하고 싶었어. 여행도 가고, 백화점도 가고, 함께 책도 읽고, 맛있는 것을 먹고, 널 내 곁에 꼭 붙여두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거야. (중략)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엄마는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달빛 아래서 엄마는 거실에 엎디었지. 그녀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거실에 엎디어서 엄마는 깨달았다. 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은총이라는 것을 말이야.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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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모르게 울었다...

2010/04/15
 
노부코 미야모토 유리코의 작품모음집 1
미야모토 유리코 지음, 한일여성문학회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11월
절판


노부코에게 그의 괴로운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결혼한 후 남편을 좋게 보기는커녕 노부코는 늘 제멋대로인 아내였다. 그를 혼자 남겨두고 여행을 떠났다. 늦잠을 잤다.
노부코에게는 그러한 일상의 사소한 작은 자유조차 아내가 되면 큰 특권처럼 공공연히 부여받는다는 것에 대한 표현하기 어려운 우울함, 남편이 그것만이라도 건네주면, 불만을 말할만한 것이 없는 것처럼 다른 것을 배려하지 않는 영혼의 고독함이 있었다.
-340쪽

그렇지만 노부코의 정열은 쓰쿠다 한 사람에게 전부 쓰이지 못했다.-480쪽

자신의 본질이 열렬하게 자유와 독립을 사랑해 마지않는 본능인 점이었다.-480쪽

그녀는 20에서 25살까지의 젊고 어떠한 정열과 환희로도 순수하게 불같이 받아들였던 시대를 허망하고 빈약하게 보내버리고 만 것과, 그들의 세월은 일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통감했다. (중략)
세상에서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여자는 한 명뿐일까. 자신이 얻고 싶고 원하는 생활의 기쁨은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만큼 사치스러운 것일까.-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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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이 책이 80여 년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현대의 연애와 결혼에 비춰봐도 별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 많으니, 그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대에서 작가가 느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
내용과 상관없이 번역은 읽을 때 걸리는 데가 꽤 많았다.

2010/03/21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구판절판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할 때 그 아픔은 표현할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어쩌면 그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언젠가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입니다.
(중략)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겁 속에서 하루는, 1년은, 아니 한 사람의 생애는 너무나 짧은데, 그럼에도 우리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봐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인지요.
(중략)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51쪽

내가 살아 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120쪽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131쪽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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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하고 지금 이 책을 읽은 게 아닌데
밑줄 부분은 마치 요 며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2009/05/29
 
성경은 왜 이렇게 말할까? 2 : 주님, 제가 고통 받을 때 어디 계십니까? 성경은 왜 이렇게 말할까? 2
이명기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9년 3월
품절


모세는 절망의 상처가 너무도 깊어서 그만 죽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 이는 진정한 지도자라면 누구나 겪는 아픔이다. 다행히 모세는 우울증에 빠져 자기를 학대하거나 자신 속에 갇히지 않고 주님께 자기의 고통을 낱낱이 표현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참된 기도다.-60쪽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엘리야가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주님께 자기 심정을 말씀드렸다는 사실이다.
-65쪽

고통 받는 사람이 짜증을 내고 울며 온갖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는다고 그들은 비난하는 사람들은 고통에서 오직 비극적 · 비관적 정서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 중에 괴로워하고 슬퍼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만일 이런 능력을 부정하고 마치 고통이 없는 것처럼 헤픈 웃음으로 위장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해치는 병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병적일 정도로 고통에 집착한다면 자신과 이웃을 파괴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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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4-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05/26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구판절판


만일 혼돈과 공허에 참회의 눈물이 보태진다면, 어쩌면 무언가가 새로이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사실이 태어나기 전에 반드시 영혼의 어두운 밤이 있다"고 조셉 캠벨은 말했다.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이 캄캄해진 후에야 비로소 필요했던 새 인생이 오는 법이라고.-22쪽

나는 제복이 싫었고 지켜야 할 규율이 나로 말미암지 않고 남의 마음대로 정해진 게 싫었고 복종해야 하는 게 싫었다. (중략) 아무도 나를 길들일 수 없을 거라고 확신도 하고 있었다.-59쪽

서양이나 동양이나 기독교를 믿거나 불교를 믿거나 생은 고달파서 골목길 모퉁이마다 돌을 올려가며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138쪽

신에게 돌아가 항복을 선언하고 내가 자유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전혀 자유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나니 나는 비로소 나 스스로의 강박과 어둠으로부터 서서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서의 말씀은 그러므로 진리를 통해 자유를 얻기까지의 그 사이, 각 개인마다 특수하게 다를 미묘한 그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그건 고통일 수도 있고 그건 방황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엎드려 중얼거린 대로 항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을 거치지 않고 방황을 거치지 않고 보다 큰 것에 복종하는 겸허함 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보다 큰 자유, 보다 큰 진리에 순종하는 자만이 가짜 자유와 가짜 진리에 진정으로 불복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167쪽

단순하지도 소박하지도 못한 우리 같은 인간들은 숱한 우회로를 통해서만이 신심을 찾아낸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바로 신심의 출발이며 우리들이 믿어야 할 신은 우리들 마음 가운데 있다.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신을 긍정할 수 없다. (헤세)-193쪽

내 생이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인생은 나의 것이어야 한다는 이 딜레마.-195쪽

"난 쉽게 용서하는 사람들 믿지 않아요. 무작정 너그러운 사람도 믿지 않구요. 예수님도 십자가의 형이 다 끝나갈 무렵에야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했잖아요. 십자가의 고통도 거치지 않고 잘도 용서하는 거, 그거 교만이거나 위선이거나 둘 중의 하나 아니에요? 아닌 건 아니라고 먼저 인정하구 그 다음에야 용서를 하든지 이해를 하든지…. 안 그러고 건너뛰면 꼭 후유증을 앓게 되더라구요."-216쪽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 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장 루슬로)-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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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4-2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