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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구판절판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으로 이별할 때 그 아픔은 표현할 길이 없지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어쩌면 그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고 언젠가 좀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입니다.
(중략)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겁 속에서 하루는, 1년은, 아니 한 사람의 생애는 너무나 짧은데, 그럼에도 우리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봐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인지요.
(중략)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51쪽

내가 살아 보니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잘게 조각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120쪽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131쪽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라고.-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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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하고 지금 이 책을 읽은 게 아닌데
밑줄 부분은 마치 요 며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2009/05/29
 
성경은 왜 이렇게 말할까? 2 : 주님, 제가 고통 받을 때 어디 계십니까? 성경은 왜 이렇게 말할까? 2
이명기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9년 3월
품절


모세는 절망의 상처가 너무도 깊어서 그만 죽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 이는 진정한 지도자라면 누구나 겪는 아픔이다. 다행히 모세는 우울증에 빠져 자기를 학대하거나 자신 속에 갇히지 않고 주님께 자기의 고통을 낱낱이 표현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참된 기도다.-60쪽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엘리야가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주님께 자기 심정을 말씀드렸다는 사실이다.
-65쪽

고통 받는 사람이 짜증을 내고 울며 온갖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는다고 그들은 비난하는 사람들은 고통에서 오직 비극적 · 비관적 정서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 중에 괴로워하고 슬퍼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만일 이런 능력을 부정하고 마치 고통이 없는 것처럼 헤픈 웃음으로 위장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해치는 병이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병적일 정도로 고통에 집착한다면 자신과 이웃을 파괴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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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4-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05/26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구판절판


만일 혼돈과 공허에 참회의 눈물이 보태진다면, 어쩌면 무언가가 새로이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사실이 태어나기 전에 반드시 영혼의 어두운 밤이 있다"고 조셉 캠벨은 말했다.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이 캄캄해진 후에야 비로소 필요했던 새 인생이 오는 법이라고.-22쪽

나는 제복이 싫었고 지켜야 할 규율이 나로 말미암지 않고 남의 마음대로 정해진 게 싫었고 복종해야 하는 게 싫었다. (중략) 아무도 나를 길들일 수 없을 거라고 확신도 하고 있었다.-59쪽

서양이나 동양이나 기독교를 믿거나 불교를 믿거나 생은 고달파서 골목길 모퉁이마다 돌을 올려가며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138쪽

신에게 돌아가 항복을 선언하고 내가 자유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사실은 전혀 자유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나니 나는 비로소 나 스스로의 강박과 어둠으로부터 서서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성서의 말씀은 그러므로 진리를 통해 자유를 얻기까지의 그 사이, 각 개인마다 특수하게 다를 미묘한 그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그건 고통일 수도 있고 그건 방황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엎드려 중얼거린 대로 항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을 거치지 않고 방황을 거치지 않고 보다 큰 것에 복종하는 겸허함 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보다 큰 자유, 보다 큰 진리에 순종하는 자만이 가짜 자유와 가짜 진리에 진정으로 불복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167쪽

단순하지도 소박하지도 못한 우리 같은 인간들은 숱한 우회로를 통해서만이 신심을 찾아낸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바로 신심의 출발이며 우리들이 믿어야 할 신은 우리들 마음 가운데 있다.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신을 긍정할 수 없다. (헤세)-193쪽

내 생이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인생은 나의 것이어야 한다는 이 딜레마.-195쪽

"난 쉽게 용서하는 사람들 믿지 않아요. 무작정 너그러운 사람도 믿지 않구요. 예수님도 십자가의 형이 다 끝나갈 무렵에야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했잖아요. 십자가의 고통도 거치지 않고 잘도 용서하는 거, 그거 교만이거나 위선이거나 둘 중의 하나 아니에요? 아닌 건 아니라고 먼저 인정하구 그 다음에야 용서를 하든지 이해를 하든지…. 안 그러고 건너뛰면 꼭 후유증을 앓게 되더라구요."-216쪽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 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장 루슬로)-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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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4-2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01/20
 
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천 개의 공감》은 한겨레신문에 2005년 5월부터 만 1년 동안 연재됐던 칼럼 ‘형경과 미라에게’ 중에서 소설가 김형경 님의 상담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관련 책을 읽어 왔고 2년에 걸쳐 정신분석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치유했던 경험을 앞서 나온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여행에세이 《사람풍경》에서 풀어냈다. 여행지에서 겪은 일을 통해 우리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감정을 파헤친《사람풍경》이 조금은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교과서와 같다면 《천 개의 공감》은 예제를 들어 하나하나 설명한 쉬운 해설서라 하겠다.

책은 크게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 네 부분으로 나뉜다. 우리의 마음은 빙산과 비슷하다. 겉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나 행동은 사소할지 몰라도 그 내면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 그것도 여럿 숨어 있다.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 아니 사랑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던 - 사람들인 부모, 형제, 배우자, 아이와 부딪히며 상처 입고 상처 주며 힘들었던 사람들은 이제껏 고민하고 숨겨왔던 일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서 먼저 위안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차분한 안내에 따라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 왔던 자기의 내면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긴 마음 여행 끝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36쪽)는 결론에 다다른다.

사실 좋은 점을 먼저 얘기했지만 이 책이 그리 편안한 책은 아니다. 읽는 동안 한 마디로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대목 저 대목에서 어쩐지 껄끄러운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작은 문젯거리를 해결하고 싶을 뿐인데 그런 나의 내면에 분노, 우울, 불안, 무기력이 숨어 있다니! 게다가 연거푸 나오는 투사니 동일시니 나르시시즘이니 에로스니 하는 용어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모든 문제에 프로이트 이론을 기계적으로 갖다 붙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 법하다. 성인이 되어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어린 시절에 부모, 특히 어머니와 제대로 애착 관계를 맺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는 진단도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점 중 하나다.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무의식 속에 묻어둔 기억을 다 파헤치는 것이 좋은 일일까.” “이제 와 부모를 원망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천 개의 공감》을 마음의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종종 권한다. 내가 만약 미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면 나 또한 마음을 들쑤시는 듯한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터이다. 별 것 아닌 문제를 괜히 크게 떠벌이는 느낌이 들거나 내 얘기 같으면서도 부인하고 싶어지는 바로 그 대목이 ‘나’를 만나러 떠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에 이 책에 신뢰가 간다.

이미 자기치유의 여정에 나선 이들에게는 때때로 들춰보며 힘을 북돋우는 책으로, 직접 상담을 받을 여력이 없거나 이쪽 분야의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길잡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경우이든 책 한 권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일 생각도 없이 무조건 비난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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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데미 입문반 서평과제
 
to cats
snowcat(권윤주)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
다만 요즘 들어 이곳저곳 다니는 사이트에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금까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가끔 흥미가 이는 정도랄까.

날마다 그림 일기 읽는 재미로 들르는 snowcat 홈에 올라오는 '나옹' 사진도 그래서 보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 여러 모습을 훔쳐보는 건 재미있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는 동네에서 뛰노는 누렁괭이 내지는 얼룩괭이들. ^^ )

그래도 그다지 살 생각이 없었던 (snowcat 일기가 아닌, 나옹 사진집이라니) 이 책을 얼마 전 홍대 앞에서 열렸던 와우! 북 페스티벌에 갔을 때 충동구매해 버렸다. 아마도 또랑또랑 눈을 뜨고 쳐다보는 표지 사진에 끌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집에 와서 책을 몇 장 넘겨보다가 이 글에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양이 친구

‘고양이’ 하면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새끼 때야 귀엽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겠냐만은
특히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럼 그 후에는?
고양이는 당신의 동반자로서 함께 사는 것이다.
그저 돌봐줘야 하는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로서.

그러니 당신의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금방 커버렸다고,
이젠 살갑게 굴지도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장담하건대 그보다 훨씬 멋진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본문 18~20쪽에서)



요즘 부쩍 커 버린, 그래서 내 곁에서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드는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은 내게 들려주는 듯한 얘기. 저 글에서 '고양이'를 '아이'로 바꾸면 내 마음 그대로겠지.
저런 마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에 푹 빠지는구나 생각하니 나옹이, 그리고 많은 고양이들이 새롭게 보이고 그 주인들이 새롭게 보였다. 아니, 애완동물(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들 한다지만, 아직은 내게 낯선 말이어서)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마음이 듬뿍 깃들어 있는 글과 사진을 보는 건 참으로 즐거웠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200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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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2-01-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방치해 놓다가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에 올린 글이었는데
그 달의 우수 리뷰로 뽑혀서 화들짝!

10만 원 적립금 받은 김에 살까 말까 망설이던 아홉 권짜리 <초원의 집> 시리즈를
콱 질러서 딸내미한테 안겨 줬던 기억이 난다.
그 <초원의 집>은 딸내미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읽고 읽고 또 읽는 책이니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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