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도 힘들고 바쁜데
왜 하필 지금 개혁이니 친일청산이니 하냐구요?
거칠고 허약한 제 논리로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판단이 듭니다.
나라의 살림을 보면 수입 수출을 비교해서 수출이 많으면 돈버는 것입니다.
갖가지 복잡할테지만 아무튼 우리 내부에서 안망하고 잘 운영해나가고
다른 나라에 수출까지 잘되면... 대한민국은 먹고 사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안에서는 결국 우리 국민들끼리 돈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공존을 연결짓는 방법으로 돈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든 나만 잘살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돈좀 벌면 이 나라 떠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사주는 내돈으로 내가 차려서 내가 돈버는데 무슨 상관이냐하고
종업원은 대충대충 일하고 월급이나 챙기자고 한다면,
그래서 언제든 이나라에선 더이상 못살겠다, 떠야겠다, 뜰수있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에 과연 미래라는게 있습니까?
이기심만 있고 이타심이 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나"만 있고 "우리"는 뒷전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어디 대단한 곳에서부터 나오는게 아닙니다.
내 존재의 뿌리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나는 대한민국인이며 한민족이라는 최소한의 성찰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늘상 싸우기만 하면 "헤어지자"고 관계의 근간마저 포기하는 부부는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싸우더라도 "부부의 관계"만은 놓지 않을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속에서 신뢰와 사랑은 쌓여갈수 있는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났을때 돈가방 들고 공항으로 먼저 달려갈 국민들만 있다면 더이상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먹고 살기 바쁘고 힘들어도 최소한 가져야만 하는 가치는 있는 것입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 아니라,
태어나고 살아가고 또 내 자식들을 키워내야하는 터전인 대한민국에 대한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한민족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내 삶속에서 그 가치를 지켜나가야 겠다는 희망과 의지가 필요한거 아닙니까?
분배냐 성장이냐 말할때 그 핵심은 말하는 이의 마인드와 가치관 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눈으로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가 핵심입니다.
엄연히 시장경제법칙에 의해 돌아가더라도 "더불어 사는 한민족"이라는 가치관이 있고 "저 사람이 없으면 나도 존재할수 없다"는 공생의 마인드가 있어야 서로가 만족할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거 아닙니까?
극단적인 민족주의는 저도 경계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말할때 뿌듯한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상생(?)도 하고 용서도 하면서 함께 묻혀 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함께 살아가는 한민족이기에 베풀며 넉넉해 질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인류애, 종교적인 사랑과 자비도 중요하지만,
제겐 대한민국에 사는 한민족이라는 끈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먹고 사는거 중요합니다.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위해서라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 것입니다.
자기 살자고 같은 민족을 희생시킬순 없는 것입니다.
자기 좀더 잘먹자고 민족의 아들딸들을 팔아넘겨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먹고 살기위해서 공존을 위한 최손한의 가치마저 포기한다면...
결국은 우리의 미래는, 먹고 살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의 것이 될것입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팔아 기업하는 이들의 배를 채우고,
기업하는 이들은 더 큰 기업, 더 큰 강대국에 우리 민족과 나라를 야금야금 팔아 자신의 배를 채울 것입니다.
결국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고 살기 바빠서, 먹고 살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버리고, 같은 민족을, 내 이웃을 유린하고 팔아먹을수 있다고 한다면...
그런 야비한 행위를 묵인하고 용인하며, 적절한 평가마저 할수 없는 세상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버려선 안되는 포기할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힘들하는 이들에게도 대한민국이 오직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떤 별짓거리도 허락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가 되어선 안된다고 당당하게 설득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먹고 살기 위해서 나라와 민족마저 버릴수 있는 수준이하의 나라가 되어선 안된다고 왜 말할수 없습니까?
제겐 먹고 살기 힘들기에,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필요합니다.
자랑스러운 한민족이 필요합니다.
옆동네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 기웃거리며 부동산 시세 계산기 두드리고,
싸게 백화점 이용할수 있는 카드깡 하는 백화점 카드 없나 알아보고,
아는 공무원 선배 연줄대서 편하게 해결하려 편법쓰고,
세금 줄이려고 있지도 믿지도 않은 종교계 영수증 끊어달라하고 ...
매순간 찾아드는 금전적 고민과 갈등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굳건히 뿌리박게할 튼튼한 토양이 필요합니다.
자랑스럽고 떳떳한 대한민국인,
도덕적 가치를 지켜가는 한민족이라는 비옥한 토양이 필요합니다.
내 밥그릇 때문에 민족도 나라도 친구도 이웃도 없는 대한민국이라면
북녘땅에서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아이들도 관심없습니다.
우리의 소원이 통일일 이유도 없습니다.
이제 겨우 집안살림 0원이 된 저로서는 굳이 대한민국을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수년간, 야근을 밥먹듯 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점점 좋아지고 살기좋아진다는
희망과 자부심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지금 오늘을 살아가는 제게 여전히 그것이 필요합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하필 지금 친일청산을 해야하냐면,
먹고 살기 힘들더라도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이땅에서 살수 있는 최소한의 이유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 최소한의 가치를 지켜야만 대한민국이 계속 먹고 살아 볼만한 터전이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