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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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심화와 그에 따른 세계의 붕괴, 공산주의적인 단일 정부의 세계를 거쳐 정부없는 소규모 공동체들의 세상. 대략 이정도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이다. 

저자는 이런 미래의 모습을 가상의 인물, 사건, 사상과 저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간중간 삽입된 편지나 문서 등은 우리로 하여금 그런 세상을 직접 느끼게 해 준다. 이런 점은 저자가 얼마나 고심하며 이 책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인 동시에 얼마나 즐겁게 작업을 했을지도 알려주는 부분이다. 

재미로 따지자면,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에 어려울 만큼 재미없지도 않았다. 

최후의 소규모 공동체 사회는 그야말로 유토피아적이었다. 다만 내가 그런 세상에 태어나 사는데, 재수없게 내 맘에 안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태어난다면, 이라고 가정해 보니 끔찍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물론 자유였다. 그것은 내가 사는 현실에 부족한 것이고, 이 책 속 어디에서도 늘 부족한 것이었다.  

결국 자유란, 역사나 세상이 아닌 마음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마음 속의 자유마저도 엄청나게 희귀한 것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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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거기에 백제가 있었을까 - 백제사에 던지는 15가지 질문
엄기표 지음 / 고래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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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수수께끼를 즐길 때, 깍으면 깍을수록 커지는 것은? 이라는 수수께끼가 있었다. 답은 물론 '구멍'이다. 다른 여타의 지식도 구멍처럼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질 것은 물론이다. 다만 역사는 인간의 문제이기에 복잡 미묘한데다가 이미 많은 자료가 다 사라졌기에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알고 싶은 것만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참으로 읽고 나면 너무나 많은 궁금증이 일어나 잠들 때까지 백제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온조는 어떤 사람인가? 책에 나온 구세관음상의 그 말로 표현 못할 멋진 모습이 진정 성왕의 모습일까? 성왕은 그토록 멋진 사람인가? 그나저나 대륙백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어찌 된 건가? 온조와 비류가 대륙에서 처음 나라를 만들다 건너왔다는 이야기도 다른 책에는 있더만 왜 이 저자는 그 얘기는 안해주는가? 일본의 국보 1호를 내 눈으로 직접 보려면 어찌해야 할까? 등등등. 

무엇보다 좋은 점은 구세관음상과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사진. 참 감동적인 사진이었다. 다른 사진 자료도 많아서 정말로 흥미를 돋운다. 아무것도 확실히는 알 수 없는 백제, 도대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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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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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한아와 친한 사람이 썼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뒤의 인터뷰까지 보니, 친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를 작년도 수상자인 정한아 작가가 했습니다. )

 

제가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둘 다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쉽게 썼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설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죠. 

저 역시 어둡고 뭐랄까, 찡찡대며 괴로워하는(죄송합니다) 소설은 좀 지겨웠던 터라 

밝은 소설, 긍정적인 전망이 보고 싶기야 이미 오래전부터였지요. 

그런데 이 밝은 소설이라는 게, 좀 쉽게 질리네요.  

아마, 밝고 긍정적이라는 것 자체보다는 그 긍정적인 전망이 너무 쉽게 와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물론 두 작가 다 충분한 절망 뒤에 긍정이 옵니다만, 뭐랄까요, 그 절망에서 긍정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물론 충분히 눈물도 나고 감동적인 면은 있습니다만, 아무튼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밀도의 문제랄까요. 정한아 작가의 작품은 밀도가 꽤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좀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얼마나 열심히 노력한 작가인가는 후기며 인터뷰를 보고 잘 알겠는데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드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느낌이니 양해를. 

쉽게 읽히고 나름 재미있으며, 일면 새롭고,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 더 이상 할말은 없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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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설 2009
문학나무 편집부 엮음 / 문학나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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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도 있고 시시한 작품도 있다. 

내가 가장 좋게 읽은 소설은 "이로니, 이디시"이다. 일제시대때 우리나라에 태어나 버려진 샴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그 자매의 몸종. 독일인 부부의 양녀로 들어간 쌍둥이는 몸종과 함께 지내며 한국을 떠날 날만 기다린다. 그러던 중 몸종인 화자가 먼저 집안 일로 떠나게 되고... 6.25가 끝나고 화자는 남편을 전쟁통에 잃고 아이를 업고 다니다 길에서 이제 혼자가 된 샴 쌍둥이 중 한 명을 마주친다. 이로니인지 이디시인지 모르겠는 그 한 명은 글 쓰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문체가 유려하고 샴 쌍둥이의 일상, 정서를 이야기하는 통찰력이랄까 상상력도 놀랍다.  

 

이 작품 외에는 그저 그냥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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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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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 알라딘에서였다. 두번째 살때, 알라딘에서 경고가 뜨더라. 이미 산 책인데 정말 살 거냐고. 엄마집에서 나올 때 책을 너무 많이 팔았다. 그때 이 책도 절찬리에 팔렸는데,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었고, 사 두면 두 번, 세번 읽을 것 같아 다시 샀다. 

 어쩌면 이 소설은 완벽하게 내가 사랑하는 스타일의 소설인지도 모른다.  

주인공 파이는 행복하게 지내다가 이민선에 올라 그 배가 난파되면서 엄청난 시련과 모험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시련과 모험은 바다 위에서 맹수와 지내는 이야기로 나타난다. 마지막에, 난파된 배를 소유한 선박회사 직원들과의 잦은 인터뷰, 진상에 대한 집요한 추적끝에 파이는 말한다. 자신이 동물들로 묘사한 존재들이 실은 사람들이었다고. 먼저 죽은 오랑우탄 암컷은 자신의 엄마였고 결국 자신이 탐욕스런 요리사를 죽였다고. 배 안에 있던 짐승들을 사람으로 바꾼 순간 세상은 너무나 더럽고 어지럽고 탐욕에 가득 찬, 비정하고 못 살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의 온유하고 성격좋은 파이는 이야기끝에 다시 말한다. 이런 이야기가 좋으냐고. 그러니 그냥 원래대로(동물과의 모험) 가자고. 

나는 이런 소설이 좋다. 세상이 더럽고 치사하고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며 살아갈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소설. 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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