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궁리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끝까지 읽었다.

처음엔 조금 지나면 본론으로 들어가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읽었고

중간엔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뒷부분은 꼭 끝까지 읽어서 자신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대학원 시절 아니 학부 시절에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최고는 원서, 다음은 번역서, 할 수 없을 때 국내서.'

그런 이야기가 왜 생겼는가 이해했다. 차라리 그냥 수필집으로 기획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각주없는 인문서는 또 참으로 새롭구나!

 

이책의 문제점을 대강 짚어보자면,

먼저 밀도가 없다. 문장은 매끄러우나 그 매끄러운 문장들이 담고 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처음부터 밀도있는 책은 매우 어렵게 읽게 된다. 어떤 책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정보량이 늘어나며 열과 성을 다해 읽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한 권의 책안에 담긴 정보량 자체가 인문서라고 보기엔 너무 적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별로 중요치 않은 예도 두 세번씩 나오곤 한다.

죽음론에 대한 책이라고는 했으나 우리나라에서의 죽음에 대한 풍습, 설화, 인식 등을 쉽게 이야기하고 거기에 개인적인 인상을 쓴 책에 불과하다. 풍습의 의미를 해석할 때도 어떤 근거와 자료를 정확히 제시하기 보다는 그저 자기 생각이 그렇다거나 그렇지 않겠는가 하는 정도이다.

저자의 시각이 매우 재미있다. 저자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어떻게 보면 본능적으로 한국 전통의 장례 의식이 사라져가는 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죽음이 좀더 존중되어야 하며 따라서 장례 절차가 길고 복잡하고 힘겨워야 함을 주장한다. 불교적 색채는 철저히 우리 고유의 것과 분리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유교적 색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꺼내지 않는다. 아마 저자는 유교적인 것을 우리 고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거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기분만 상하니 하지 않기로 하자. 

김열규 교수의 책은 학부때 숙제를 위해 부분부분 읽었을 뿐이다. 그래도 유명한 교수니 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샀다. 나도 국문과 출신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 국문학계에 대해 불신 하나 추가다. 궁리 출판사에 대해서도 불신 하나 추가다. 편집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죽음론이라고 저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편집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기획, 편집했을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의심스럽고 궁금하다.

이 책을 산 돈을 벌기 위해 쓴 시간, 책을 읽느라 쓴 시간, 화를 참느라 노력한 시간, 계속 읽을까 말까를 고민한 시간. 다른 분들이 이런 시간을 쓰게 되지 않길 바란다.

남에게 아픈 소리를 하면 나도 언젠가 아픈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좋지 않았던 책에 대한 리뷰는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심한 것 같아 두서없이 지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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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ee 2006-01-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절대 공감입니다. 지금 읽고있는 중인데 왜 이 책을 괜찮은 인문서로 기억하고 있었을까? 의문이 일어 다른 이의 감상을 찾아보려고 들렀는데 역시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네요.

뿔란 2006-01-1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기쁩니다.^^ 죽음에 대한 좋은 책을 찾고 싶어서 검색하다 샀었는데 그만 이렇게 되어버렸어요.

icetomato 2006-01-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죽음에 대한 책을 찾다가 이 페이지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괜찮은 책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으신가요?

뿔란 2006-01-1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 책에 혼나고 포기했어요. 그리고 '자살 - 자살의 역사와 기술, 기이한 자살 이야기'라는 새움에서 낸 책은 정말 재밌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읽다 포기하고 비싼 책마저 버렸답니다. 무섭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은데 머리칼이 쭈뼛서더라고요. 정말 누구 죽음에 대해 좋은 책 아시는 분 없으신가요?

icetomato 2006-01-1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저두 무서운 책은 별로 달갑지 않으니, 그 책은 통과해야겠네요.
깊이가 있으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책을 찾고 있는데;;,,참 어렵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