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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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하지만 죽을 만큼 강렬하게' - [행복만을 보았다]
 책장을 덮고 없던 약속까지 만들어가며 부러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행복만을 보았다"라는 아주 쉬운! 제목에 끌려 선뜻 손에 든 책이었고 마무리도 행복해 보이지만 저는 약간 우울해졌습니다.
 여보, 끝났어. 끝났다고, 미안해. 그래도 당신은……. 아니야, 제발 날 그냥 놓아줘. (44)
 쌍둥이 자매 중 한 아이의 죽음을 기점으로 찾을 수 없는 남편의 사랑을 빌미로 엄마는 어린 아들과 더 어린 딸을 버려두고 떠나버립니다. 그리고 다시는 가족을 찾아보지도 않습니다. 이런 부모도 있다! 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어머니는 열정 없는 삶보다 강렬한 고독을 원하셨고,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추락을 감수하셨지. 죽도록 사랑하고 싶었지만 그냥 그렇게 살아갔던 거야.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꼭 해야만 한다면 짧게, 하지만 죽을 만큼 강렬하게. 끝나고 나면 죽을 만큼. 이런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거야, 아들.  (132)
 이야기의 흐름은 생각보다 강렬하고 충격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이 작가, 말을 다루는 실력이 좋습니다. 툭툭 던지듯 시작하는 에피소드들은 가벼운 수필을 읽는 듯 끌어당기고 나중에 펼쳐질 놀라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 줄거리를 알고 나면 책 자체를 접할 맛이 확 줄어들기에 저는 그저 감탄사만 늘어놓으렵니다. 아주 잘 만든 영화 한 편 본 듯하였다고. 아마 곧 영화로도 제작되겠지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더디고 힘겨운 재회가 되지 않겠어요.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지요. 당장은 이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다른 것부터 해요. 멈추지 마요. 멈춰 있다가는 쓰러지고 말 거예요. (161)
 세상에 용서받을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고 생각해 온 저에게 작가가 주인공의 가족사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조금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른 것부터 해'야함은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삶을 놓아버리지만 않는다면…
 정말 '어째서 우리는 그토록 그리웠던 사람들을 그들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걸까 (170)' 요.
 부모님의 어긋난? 부족한! 사랑이 결국엔 아이들까지 이어지고 자신의 삶과 친구와의 관계 등도 한순간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그리고 도망치듯이 아니라 쫓겨가서 정착한 다른 삶에서 찾아드는 안식과 위안,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아픈 이야기까지. 세상에는 불행한 이야기들이 그득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여전히 살아가며 자라나고 있습니다.  
 어릴 땐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더욱 멀리 보이고 꿈은 더욱 크게 보이는 거란다. 나무에 열린 사과를 따고 체리를 따기 위해 높이 뛰어올라 보렴. 무수히 많은 승리의 영광을 누릴 테니까. (214)
 어차피 살아가야 하는 삶이라면 좀 더 따듯하고 행복하게 긍정적으로 지내야 함은 당연한 말이지만 어릴 적 부모의 모자란 사랑이 가져오는 참담한 미래를 이 책은 세세히 보여줍니다. 어쩌면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어릴 적 배우지 못하였지만 결국은 지금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사랑이야기일 겁니다.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295)
 작가의 맺음말에 공감하며 즐겨 읊조리는 말 하나 덧붙입니다. 
 아무리 길고 복잡한 운명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삶은 실질적으로 단 하나의 순간으로 이루어진다.
       - 보르헤스, "알레프" 
 

 

2015. 1. 9. 흔들리며 돌아오는 밤길,

            꽃샘추위 몰아침은 봄이 곁에 와있는 까닭이겠지요. ^^;

들풀처럼
*2015-00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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