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진보 Real Progressive - 19개 진보 프레임으로 보는 진짜 세상
강수돌.구갑우.김상봉 외 지음 / 레디앙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두 해 전, 딸애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도록 해주었다. 그때, 아이 친구의 엄마가 했다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딸애의 친구는 그게 처음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라는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사느라 바빠서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였다.
 
 어디 영화 한 편뿐이랴. 살아가며 아이들이 함께하지 못한 추억들이 얼마나 많고 적느냐는 부모들의 상황, 구체적으로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우리가 바닥에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이 불완전성이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기본적인 특성의 하나이리라.
 
 "낡은 것은 죽어 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 이탈리아의 위대한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위기'를 이처럼 정의한 바 있다. 그렇다. 현재는 위기다. 낡은 신자유주의는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고 있다.  (손호철)  (326)
 
 여러모로 '위기의 시대'라는 말이 들려온다. 그리고 지금은 위기의 시대임이 분명하다. 정치경제적으로 말이다. [리얼 진보]에는 이 위기의 시대를 건너가기 위한 진보적인 연구자(교수, 연구소장, 철학자, 정치인 등)들의 진지한 논의가 넘쳐난다. 대부분의 논의는 설득력이 있고 시행된다면 좋은, 귀담아 들어둘 만한 이야기들이다. 몇 가지만 뽑아보자.
 
 '양질의 평등한 보건의료'  (윤태호)  (187)
 
 삶이 문화가 되는 사회 : 문화 휴가제   (목수정)  (322)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해 사표를 극소화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소선거구 병용제  (336)
 
 결선투표제 (의 도입)  (344)
 
 몇 가지만 추려보아도 시행만 된다면 모두가 행복해 할 정책들이다. 하지만, 과연 언제쯤, 어떻게 이 정책들이 시행될 것인가, 아니, 시행가능성이 있기는 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게 되는 것이다. 
 
 레닌 이후 운동권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화두는 당위를 강조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에서는 현실적 조건을 강조하는 겸허함이 배어난다. 그만큼 사태의 엄중함을 증언해 주고 있는 것 같다.  (329)
 
 그런데 이 책에는 넘쳐나는 논의 가운데에서도 빠져 있는 부분 두 가지가 눈에 띈다. 그 중 한 가지는 '언론' 관련 논의이다. 지금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행태와 이로 말미암은 피해는 드러난 사실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어떤 까닭인지 언론개혁에 관한 부분은 쏙 빠져 있다. 마치 '리얼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언론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상하고 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쩌면 진보의 위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적!들 중에 '보수 언론'이 빠질 리가 없는데 정말 이상하다. 그리고 한 가지는 지난 한해를 달군 중요한 의제인 '용산' 이야기이다.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만큼의 이야기가 될 것인데 다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그래도 책에는 진보진영 내부의 솔직한 고백도 넘쳐난다. '긴 호흡'의 필요성(36), '진보 진영과 대중의 소통도 문제'(331), '지역 풀뿌리 토대가 극히 취약하다는 점'(355) 등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진보의 재구성'을 위하여 논자들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하여 '진보''성찰'을 통하여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함에 이른다.
 
 (진보의) 재구성이란 것은 결코 정해 놓고 목표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것과 만나고 대화하며 이를 끌어안는 일임을 우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357)

 



 
 진보의 재구성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즉 성찰을 통한 혁신, 생활에 뿌리를 내린 진보, 혁신 진보와 생활 진보에 기초한 진보의 통합으로 이루어진다. (노희찬)  (388)
 
 견고한 벽처럼 보여도 틈새는 있기 마련이고 마침 이즈음에 보수의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였다. 최근 두어 주 사이에 드러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들 - MB의 독도 발언,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조인트 발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불교 외압 발언 등 - 이 2008년 촛불 이후 숨죽여 있던 '시민'들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이 흔들림의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철저한 반성과 깨달음을 얻은 진영만이 '출렁이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떠나가는 민심을 잡을 수 있으리라. 
 
 그리고 [리얼 진보]에서 그 결연한 다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더 대중 속으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유연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부디 이 암중모색이 빛나기를, 그래서 '진보의 재구성'을 멋지게 이뤄내기를 기원해본다.
 
 진보 진영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당위적인 거시적 담론보다 '지금 여기서' 진보적 모델 사례를 만들어 내 대중이 이를 체험하게 하는 일이다.  (오건호)  (238)
 
 
2010. 3. 24. 새벽, '지금, 여기서' 함께하는 '진보의 길'을 보여주기를 ~
 
 
들풀처럼
*2010-037-03-13
 
 
*책에서 옮겨 둡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증이 아니라 긴 호흡이다. 일이 년의 단기 전망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긴 시야다.  (장석준) (36)
 
 참된 정치란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것이다. 참된 만남에 대한 지향이 다른 모든 정치적 이념들을 인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이념도 불화의 씨앗이 될 뿐이다.  (김상봉)  (61)
 
 평등과 연대, 생태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어우러져 삶의 질을 향상시킬 곳이 바로 사회경제 그 터전인 지역공동체이다.  '진보의 재구성'을 진정 원한다면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이 바로 여기다.  (정태인)  (166)
 
 구체적인 제도 개선 : 소득세 제대로 걷자
 1. 소득세에 대한 각종 감면 혜택을 점차 줄여 가야 한다.
 2.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소득으로 확대해야 한다. 
 3. 소득세의 누진도를 강화해야 한다.
 4.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계속 강화해야 한다. 
  (김정진)  (218)
 
 지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일자리를 지킬 것인가, 진보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는 질문이다.  (한재각)  (285)
 
 한글 보듬기
 가장 시급하게 보듬어야 할 정책은 한글 정책이다. 문화를 인간들의 삶이 새겨놓은 풍경의 무늬라고 정의한다면, 그 무늬를 새기게 해 주는 가장 풍성하고 두터우며 넓은 그릇은 언어이다.  ~ 
 2008년 정부와 지자체가 사용한 한글과 영어 관련 사업 예산을 보면, 영어를 위해 쓴 예산이 한글을 위해 쓴 예산의 37배에 이른다. 영어에는 4,457억 원, 한글에는 121억 원을 들였다. 한글학자들은 정부가 영어를 위해 쓴 예산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한글을 위해서 서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가련하게) 말한다.   (목수정)  (305)
 
 진보 진영과 대중의 소통도 문제다. 진보 진영은 구체적으로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관념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관념성이 아니라 급진성이 문제라고 생각하여, 관념성은 그대로 둔 채 우경화하기에 바빴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주영의 아파트 반값 공약이 진보 진영보다 더 급진적이었다.  (331)
 

 지역 풀뿌리 토대가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 대중의 일상생활에 거의 뿌리박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355)

 

 



 
 
 진보 세력은 오히려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모델 사례들을 만들어서 이를 무기로 전국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전략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3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