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조금 허전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더니 점심에 식탐을 냈고 결국 저녁 무렵엔 체하고 말았다. 먹고 소화하는 능력으로는 아직 20대라고 큰소리 치던 내 위에 탈이 생긴 것이다. 반나절을 앓다 겨우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과욕', '과속', '자만'의 결과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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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는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우리 시대의 지성인들을 8명이나 한꺼번에 만났다. 잠깐, 여기서 지성인이라는 표현을 감히 쓰는 까닭은 이분들이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이들의 역할 모델이거나 지친 삶을 쓰다듬고 어루만져 주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기에 뭉뚱그려 '지성인'이라 부른 것이다. 학식의 많고 적음에 따른 호칭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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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동갑내기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난 8명의 '인터뷰이'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거칠게 요약하자면 '견딤'에 대한 '희망' 또는 '어루만짐'이다. 이 팍팍한 시대를 건너가며 살아가는 방향에 대하여 거창하게 제시하거나 주장하는 게 아니라 그저 '돌아보고', '기다리며' 함께 '견뎌내자'는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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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다 외로운 거지. 끝까지 책임을 지라고 하면 너무 억울한 거죠. (김미화)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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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라. 들어갈 시간도 없고, 들어갈 방법도 없다' (김영희) (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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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보기에 요즘의 문제가 혼자서 소화하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거든요. ~ 꼭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라~ (김혜남) (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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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임을 이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지금 우리가 있다. 흔들리며 부대끼며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들려주는 관계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조금 쉬면서,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물론 각자의 논지가 명확히 펼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각자의 행동반경 혹은 저작물을 통하여 만나면 될 터이고 우리는 우리랑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위안을 받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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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화의 부드러운 이야기와 김어준의 확신에 찬 말들, 김영희의 '재미'이야기도 좋고 우석훈, 장하준, 조한혜정, 진중권의 있어 보이는 말들도 좋다.^^ 하지만, 오늘 내 눈에 유독 다가오는 인터뷰는 심리학을 통하여 30대를 넘어 우리 시대의 삶을 쓰다듬는 김혜남의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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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무언가에 미쳐 보는 경험을 해보라. 그것이 일이든, 취미이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을 던져보라. 미치도록 무엇엔가 열중했던 경험이 훗날 무엇에도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당신을 도와줄 것이다. 또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당신에게 안겨줄 것이다." (김혜남) (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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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계발서에 있음직한 이런 말들이, 길지 않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리라. 미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음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포기 하였던 그 수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해본다'는 말의 중요성을 안다. 정말 무엇에든 미처 지내본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조금 더 수월하게 이 삶의 길을 건너고 있으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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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인터뷰 시기가 편차가 있다보니 시의적으로 어색한 부분도 간혹 눈에 띄지만, 평소 관심이 있던 인물들에 대하여 속살 깊은 이야기를 이처럼 깔끔하게 만나본 것은 큰 수확이다. - 이는 전적으로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능력이리니!- 앞으로 이들의 저작이나 활동을 지켜보고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하여 젊은이들이 이 책을 입문서로 받아들여 여기 소개된 8명의 삶과 학문 속으로 넓게 펼쳐 들어가면 좋겠다. 김영희 PD의 말처럼 '즐겁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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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길게 보고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즐겁게 살아야죠. 즐겁게 하는 거지. ~ 포기하지만 말고, 뚜벅뚜벅, 천천히, 길게 가다가 보면 조정기간도 거치면서 발전되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영희) (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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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3. 21. 밤, 그래요. 오늘도 '뚜벅뚜벅, 천천히, 길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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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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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4-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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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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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눈물이 가장 중요하고, 절절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소리 없는 말들에 귀 기울여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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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실제로 한 종이 어떻게 갈라지는가를 보면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그냥 다양성이야. (김어준)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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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것의 누적일 뿐, 그 선택에 대한 설명은 핑계고, 언제나 그 선택이 자기인 거라고 생각해. (김어준) (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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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라는 것은 무시되어야 될 가치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휴머니티와 거의 동등한 가치가 재미다. 인간은 재미라는 가치가 없으면 행동하지 않는다' (김영희) (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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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은 움직여라, 뭘 해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주변에서라도 머물러라. 그렇게 열심히 하면 누군가의 눈에 띌 거고, 기회는 다가올 것이고, 그 기회는 준비된 자한테만 오는 거고, 준비된 자만 잡을 수 있다' (김혜남)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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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인데 ~ (김혜남)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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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기러기 아빠처럼 이해 안 되는 것이 없어요. 사춘기의 아이들과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가족이 아니거든요. (김혜남)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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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침착함이 제일 중요한 때 같아요. 증오는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고, 개인도 못 도와주거든요. 침착하게, 명랑하게 지내려고 하고, 전체적으로 다들 조금씩 움직이면 해법이 나오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석훈)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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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얘기하는 복지는 유럽식의 보편적 복지예요. 누구나 다 세금을 많이 내고, 그 대신 누구나 그 혜택을 보는 거거든요. 돈 많은 사람은 세금을 더 많이 내고, 받는 혜택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니까 상대적으로 보면 돈 많은 사람이 손해를 보는 거지만, 미국처럼 완전히 돈을 빼앗기는 체제가 아니죠. (장하준)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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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제 30, 40대 활동가 내부에서 혁신을 해야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50, 60대는 좀 물러서서 그런 창발성이 나오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지요. 조급한 것은 금물이지만 내부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었으면 합니다. (조한혜정)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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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은 결국 사람들의 의식이 진보적으로 전진을 해야 되고, 그러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겪었잖아요. (진중권) (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