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 10년 살면서 처음 맞는 새벽 폭설입니다.

부랴부랴 뜨순 물 부어가며 차를 출발시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태어나서 처음맞는,

이 폭설에

 

부끄럽게도 저는 감상에 젖습니다.

 

 



 

 

 



견인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출근길 풍경입니다. ^^;)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니었던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 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그 쪽으로 내 마음을 다 쏟아버리고  


 나도 당신 품을 따뜻해하며 나란히 식어갈 수 있는지  

 

    *이 병률,  시집 [바람의 사생활]에서

 

 

 



새벽, 출근길, 공사중인 길위의 모습들이

쌓이는 눈과 어둠과 유리창의 빛깔과 어우러져

마치 머나먼 어딘가에 잠시 떠나온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남해 고속도로 위로, 차들도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쏟아지는 폭설을 한탄할 시간입니다.   -.-;;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철없이.....
 

눈만큼이라도 밝은 하루 보내시기를 ~
 

2010. 3. 10.  아직도 눈은 내리고.....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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