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봄, [오늘의 시]란 책에서 "몽해항로"를 처음 만났다. '이 시는 시린 무릎에 담요를 덮고 썼던 몇 편 중의 하나다.'라는 시인의 고백을 거기서 들었다.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 "몽해항로 2"에서 ) (34)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떠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떠올랐나 보다. 그렇게 2009년 봄날이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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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것 시들해 |
| 배낭 메고 나섰구나. |
| 노숙은 고달프다! |
| 알고는 못 나서리라. |
| 그 |
| 아득한 길들! |
| - "달팽이"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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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2010년 설 무렵 시집으로 만나는 [몽해항로]는 삶의 바다를 건너가는 우리네 모습, 그대로다. 때론 흔들리기도 하고 때론 떠밀려가기도 하면서 우리는 한 시절을 항해중이다. 먼 길을 나선 저 '달팽이'처럼 언젠가는 닿으리라는 꿈을 안고…. 특히, 이 시는 평소 즐겨 부르는 패닉의 노래 <달팽이>랑 건네주는 느낌이 비슷하다. 와락 가슴에 와 안긴다. '알고는 못 나서'는 이 길, - 난 인터넷상의 '퍼스나콘'도 달팽이를 사용 중이라 더욱 눈에 들어온다.- '아득'하지만 함께 가니 덜 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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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들 얼룩이 되고 싶었으랴. - "얼룩과 무늬"에서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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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우, 살아 있으니까, |
| 겨우, 사랑을 견딜 수 있을 뿐이니까. - "겨우"에서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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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며 '누군들 얼룩이 되고 싶'으랴. '겨우' '살아 있으니까' 살아내는 삶을, 우리는 꿈(夢)처럼, 안개 낀 바다(海)처럼, 이 생(生)을 항해하는 중이다. 그 '항로(航路)'에 이런 따듯한 시집 한 권 있음이 적지않은 위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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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몽해항로" 연작 시편과 다른 시들을 따로 나누어 놓지는 않았다. 그처럼 굳이 똑같은 이름을 달지 않더라도 시들은 연작 시편에 이어지는 이야기들로 지나간 날들과 다가오는 삶에 대하여 속삭이며 다독거려준다. 그 목소리는 부드럽고 다정스럽다. 마치 항해에 지친, 해 저무는 저녁, 함께 나지막이 부르는 노랫가락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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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를 놓치고 부분에 집착한 탓, |
| 이기는 법은 단순하나 |
| 지는 이유는 천 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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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단순하고 |
| 불행은 복잡하지 않던가. |
| 거울의 뒷면 같은 진실, |
| 더 큰 진실일수록 |
| 잘 보이지 않는다. |
| - "바둑 시편"에서 (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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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는 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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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잎은 푸르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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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가 지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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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집은 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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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생(今生)을 용서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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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욕이 푸르렀다. |
| - "나의 한때는 푸르렀다"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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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통하여 만난 시들은 잔잔한만큼 조금은 심심하기도 하다. 가슴을 뒤흔드는 격문은 찾기 어려웠다. 아마도 세상에서 충분히 겪는 큰 격랑을 시(詩)에서라도 피하라는 시인의 격려!이리라. 그리하여 삶은 모자라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면서 출렁이며 잔잔해지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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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바람이 와서 나를 데려가리라' (101)고 시인은 이야기하지만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좋은 것들은 늦게 오'리라. '가장 늦게' (103)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그러니 우리는 이 삶을 꿈결처럼 넘실거리며 살아내야만 한다. 그러다보면 언제든 어디에서든 우리는 살아갈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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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이면 물것들이 |
| 살냄새를 맡고 몰려든다. |
| 기절한 듯 몸 뉜 |
| 물설고 낯선 여숙(旅宿), |
| 영월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
| 물것들이 일러 주는 것이다. |
| - "영월"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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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2. 14. 설, 우리네 삶을 다시 돌이켜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
| 새날 새봄처럼 피어나시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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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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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5-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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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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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가뭄은 길고 꿈은 부쩍 많아지는데 |
| 사는 일에 신명은 준다. |
| 탕약이 끓는데, 이렇게 살아도 |
| 되나, 옛날은 가고 도라지 꽃은 지고 |
| 간고등어나 한 마리씩 먹으며 살아도 되나. |
| - "몽해항로 2 - 흑해행"에서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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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습관은 무섭다. - "저공비행"에서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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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고요 속에서 시들고 마르고 바스러지는 |
| 저 무수한 멸망과 죽음들이 |
| 이 가을에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인지를 |
| 부디 깨닫게 하소서. |
| - "가을의 시"에서 (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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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은 창가에 매단 편종을 흔들고 |
| 제 몸을 쇠로 쳐서 노래했다면 |
| 지금보다 훨씬 덜 불행했으리라. |
| 노래가 아니라면 구업을 짓는 |
| 입은 닫는 게 낫다. |
| ~ ~ |
| 누런 해가 뜨고 흰달이 뜨지만 |
| 왜 한 번 흘러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 |
| 바람 불면 바람과 함께 엎드리고 |
| 비가 오면 비와 함께 젖으며 |
| 곡밥 먹은 지가 쉰 해를 넘었으니, |
| ~ ~ |
| 곧 바람이 와서 나를 데려가리라. |
| - "몽해항로 5 - 설산 너머"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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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좋은 일은 아직 오지 않았어. |
| 좋은 것들은 |
| 늦게 오겠지, 가장 늦게 오니까 - "몽해항로 6 - 탁란"에서 (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