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라고 노골적으로 표지에 김훈은 썼다. 물은 고루 퍼져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면서도 우리에겐 강을 건너지 마라 한다. 비루하고, 치사한 이 세상을 떠나 보았자 그곳 역시 던적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미련이나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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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런 그의 말이 더욱 우리를 이 세상에서 악착같이 살게 한다. 여전히 서늘하고 날카로운 그의 말이 우리를 더 깨어 있게 하고 기어코 이 강을 건너게 한다. 백화점 화재진압시 보석을 빼돌려 서울을 떠나온 전직 소방관 박옥출이나 고향 창야를 떠나온 장철수나 업무상 이들을 알게 된 기자 문정수나 모두 해망에서 만나고 풀어진다. 아니 풀어진다는 말은 착각이다. 그저 떠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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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의 몰락해가는 어촌, 해망에 모여드는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정든 곳을 떠나온, 그리고 또 이곳을 떠나갈 사람들이다. 그 연결지점에 이들을 바라보고 소식을 전하는 기자 문정수와 그의 어설픈 연인이자 장철수의 대학 후배인 출판사 편집자 노목희가 있다.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해망이라는 마을을 매개체로 얽히고설키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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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여기에 김훈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리라. 뻔한 이야기지만 그 속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다고,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고. 하나하나 따지고 좋아할 수는 없지만, 마침내 어우러져 바다로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해망은 특별하다. 하구가 매립으로 막혀버려 죽은 땅이 되어가고 공사중 소녀가 사고로 작업차량에 깔려 죽고…. 도대체 얼마나 더 파고들어야 우리가 모르는 낯선 이야기가 나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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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그가 처한 시대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쓸리고 또 넘어서면서 역사를 형성하는 한 모습 ~' (90)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개에게 자식을 잃은 못난 엄마(오금자)와 베트남에서 팔려왔다 도망쳐 오금자와 살아가는 후에와 고향을 등지고 떠나와 해망의 해저 고철을 주워 팔며 이들과 함께 기거하는 장철수가 나중에는 박옥출의 신장이식 제공자가 되고 …. 소소하거나 큰 뜻 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벌어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살아간다. 어떤 크낙한 목적이나 목표지점을 향해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골고루 '퍼져'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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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사람의 몸속에서 절여지면 이런 냄새가 날 것이라고 노목희는 생각했다. (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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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냄새와 맛 들이 펄 위에서 삭고 또 절여져서 오래고 또 오랜 시간의 맛이 배어 있는 것이고, 그것이 해 지는 바다의 물맛일 것이라고 후에는 생각했다. (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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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김훈은 기자 시절 '신문에 쓸 수 없었던 세상의 바닥'(한겨레 신문 인터뷰'에서)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를 '삭히고 절여서'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처럼 우리에게 전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야기는 쓸쓸하고 또 씁쓸하다. 묵은 그 이야기에서는 사람의 냄새가 난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 것 아니냐고 그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이와 다른 어떤 삶을 당신들은 살아가느냐고, 그렇게 물은 흘러서 퍼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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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 끝을 알 수 없을지라도,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모를지라도 우리는 저 물처럼 흘러가야 하리라. 그렇게 흐르고 흘러, 제 갈 길을 가다보면 바다에 닿을 수 있으리니 '사랑은 강을 건너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사람은 강을 건너가야 하리라. '바람에 흔들리고' '끄달리면서' (267)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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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씨는 그 가벼움에 실려서 퍼졌다. 풀들의 세력은 바람 속으로 산개散開했고 풍향에 따라 전개되었다. 그것들은 바람에 올라타서 이동했고 바람의 끝자락에서 착지했다. 한 점의 솜털로 떠돌던 그 하찮은 것들은 땅 위에 재집결해서 세력을 확장했고, 뿌리를 박으면 물러서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에 끄달리면서 그것들은 또다른 연안에 당도했다.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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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2. 19. 그렇지요, 따로 갈지라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그토록 간절하고 목마른' (143) 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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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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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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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옮겨 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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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수계水系를 벗어날 수 없지만, 물은 기어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어서 수계가 따로 없고 물이 가는 방향이 수계였다.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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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 이 씨발놈들아. 니들만 살자고 물을 남의 동네로 밀어붙여! 물은 고루 퍼져야 하는 거야.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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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그 비루하고 난폭한 말투는 세상을 들여다볼 뿐, 만질 수 없고 개입할 수 없는 자들이 겉도는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근거 없는 적개심이거나, 위악으로 연륜을 과장하려는 허세라는 것을 문정수는 모르지 않았다.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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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은 고루 퍼졌습니다. 양쪽이 똑같이 잠겼지요.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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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시간과 공간들이 거기에 몸을 적시는 자의 마음을 통과해나오면서 글을 빚어내고 있었다. 폐허의 돌무더기 위에 빛이 내렸고 모든 시간과 공간이 현재의 빛을 받아 소생했는데, 그 빛의 발원지는 살아 있는 인간의 생명이었다.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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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 (35), (1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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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자란 없다. 당사자가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당사자이다.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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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왜 덤벼들지를 못하니? 뭘 그렇게 쭈빗거려. 힘을 줘서 밀어내봐.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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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사와 형용사는 품사로서의 경계가 모호하고 서로 뒤섞이면서 흘러가는 언어입니다. 형용사는 자동사에 접근하려는 성질을 가진 언어일 것입니다. 정처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정리하려는 것입니다. |
| 출판사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문정수는 노을로 번져서 스러지고 바람으로 흘러가는 말들의 풍경을 떠올렸다.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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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하진 않지만, 막막하잖아. 답답하고 ….. |
| - 그래도 기사는 쓰지 마. 치사해. 막막한 쪽이 치사한 쪽보다는 견딜만한 거야.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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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으나 문정수는 개별적인 죽음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이 세상의 헤아릴 수 없는 죽음과 끝없이 되풀이되는 죽음 중에서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죽음은 저 자신의 죽음뿐일 테지만, 그 죽음조차도 전할 수 없고 옮길 수 없어서 이해받지 못할 죽음일 것이었다. (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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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이 가야 할 길은 그토록 간절하고 목마른 것이어서 각자의 길을 따로따로 갈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젊은 그들(원효와 의상)은 해망의 바닷가 동굴에서 헤어졌다. (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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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서식지에 대한 추억의 힘으로 신생의 자리를 찾아가는 강력한 개체의 생명력이 멸절하는 중족의 운명을 넘어서는 생생한 사례를 ~ (1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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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는 한 말하기를 단념할 수 없다고 ~ 말하기와 듣기는 다른 것이 아니라고 타이웨이 교수는 썼다. (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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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출국장에서 그는 청바지 차림에 , 부여에서 산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그는 가벼움의 힘으로 먼 길을 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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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나기를 원치 않고 과장되기를 원치 않으며 다만 전달되기만을 바라는 선의를 느꼈다. 디자인은 장식이나 부수적 요소가 아니며,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따라서 진실의 일부라고 타이웨이 교수는 추신에 적었다. (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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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라. 그게 그 사람 버릇이야. 대상이 누군지도 모를 욕을 늘 해대지. |
| -욕이 아닐 거야. 신음이겠지. (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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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재와 존재가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을 때 도시의 품격은 유지되는 것이며, 이 떨어짐은 전체의 실용성과 개별적 존재의 품격을 동시에 보장해주는 것 ~ (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