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후배님, 오랜만이지요. 그날 이후 스무 해가 더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시간 참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즘입니다만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와 잊고 있던 시간을 돌아보게 합니다. 후배님께 이렇게 공손한 말투로 말을 전하기도 처음이지요. 옛날이라면 당연히 편한 말투로 이야기했겠지만, 세월은 그만큼 달라졌지요. 그리고 오늘은 그리운 후배님께만 이야기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 지나온 내 젊은 날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많은 젊은 분들께도 말을 건네기 위하여 굳이 높임말을 사용합니다. 어색해도 웃으며 들어주시기를....... 

 


     - 책 표지 안쪽의 젊은날의 사진과 띠지의 요즘의 선생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1985년에 대학을 입학하고 겨우 스무 몇해 지나왔는데 꽤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그렇게 그리던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루었고 우리 손으로 우리의 대통령도 뽑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듯한 시간, 2009년의 겨울입니다. 겨우 두 해가 지나가는데 너무도 엄청난 속도로 과거로 돌아가는 듯하지요. 현명한 후배님이 예상했던 그대로입니다. 아마도 이 겨울은 길고도 힘든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하여 책장 속에 잘 보관해두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에세이' 집 [처음처럼]을 다시 손에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책은 신영복 선생님의 신간이 아닙니다. 기존, 여러 곳에 발표되었던 그림글에 새롭게 작성한 서화를 더하여 만든 일종의 기념집에 가까운 소품이지요. 그런데, 이즈음 다시 꺼내본 이 책은 책장에 꽂아 두어야 할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보며 날마다 자신을 벼리는 자성록(自省錄)으로 삼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사실보다 더 따뜻한 위로는 없습니다.
 이것은 밤하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어둔 밤을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에서 (21)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왔다.'라는 말과 함께 고난의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말이지요. 후배님도 자주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이처럼 짧지만 소중하고 귀한 성찰의 말씀들이 신영복 선생님이 손수 그린 그림과 함께 빛나고 있습니다. 글의 제목만 몇 개 훑어보아도 우리가 자주 만나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답니다.

 

 


        - 지남철(指南鐵)
 

        - 나무의 나이테
 
 

 지식인의 날 선 정신을 강조한 <지남철> (23), 겨울 나무의 나이테에서 배우는 단단함 (2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충격적인 깨달음으로 우리를 일깨우던 <목수의 집 그림> (36)과 <여름 징역살이> (135) 같은 글들이 차거운 겨울밤, 다시 한번 우리를 일깨웁니다. 후배님께 이 책의 많은 글을 다 들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2010년에는 이 책을 곁에 두고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저는 연말연시에 어울릴만한 이야기 두 가지만 해보렵니다.

 

 


       - 목수의 집그림
 


          - 여름 징역살이
 
 먼저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지만 [강의] "주역편"에서 만났던 <항룡유회(亢龍有悔)>  ([강의], 131) 라는 말입니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라는 뜻으로 '절제''겸손'을 강조한 말입니다. 한 해가 저무는 끝에서 지나온 시간 속에 '절제'와 '겸손'이 묻어나오는 생활을 해왔는지 돌아봄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간,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 우리가 놓치거나 무시하였던 행동 속에, 혹여 무절제자만에 빠진 적은 없었는지, 함께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후배님, 지금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속에 새해가 위치함은 달뜨거나 늘어지지 말고 꼿꼿한 정신으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라는 뜻이겠지요. <태산일출을 기다리며> 에서 선생님이 전해주시는 말씀이 후배님께 제가 전하고자 하는 새해 인사이기도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함께 지내왔지만 아직도 더한 어려움이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마지막 엽서를 끝내고
 옆에다 태산일출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에
 그림 속의 해를 지웠습니다.
 물론 일출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산에 일출을 그려넣은 일은
 당신에게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곤경에서 배우고, 어둔 밤을 지키며,
 새로운 태양을 띄워 올리는 일은
 새로운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 <태산일출(泰山日出)을 기다리며> (55)

 

 


           - 태산일출(泰山日出)을 기다리며

 
 
 
 

2009. 12. 20.  이제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후배님,

               함께 만나 술잔 기울일 새봄까지 건강하십시다.

               늘 부족한 선배가...
 
들풀처럼
*2009-252-12-10
 
 

신영복 선생님 누리집 : http://www.shinyoungbok.pe.kr/

* 이 글에 포함된 그림글은 모두

   선생님의 누리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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