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새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5
마르턴 타르트 지음, 안미란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재밌게 본 책을 두어 달 가까이 놓아두었다가 다시 바라보는 일은 약간은 괴로움이다. 훌쩍 지나버린 시간을 되짚어서 이야기와 느낌을 갈무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 책, [015. 검은 새]는 지난번 만난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014. 콩고의 판도라]를 능가하는 재미와 속도감으로 단숨에 읽어내려간 추리소설이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결정적인 범행증거, 침묵하는 남편, 증폭되는 의혹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반전의 순간, 놀라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늘어가던 심장박동!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는 자제하련다. 다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아내이자 나중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어버린 와 범인으로 의심받으면서도 끝끝내 진실의 한 측면을 부여잡고도 말하지 않던 도입부의 화자(話者)이자 주인공인 ,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주검과 목격자, 경찰, 실험실, 마약… 그리고 부부 사이의 믿음... 모든 게 사라져 버린다.
 
 아무 뜻이 없는 건 하나도 없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세세한 것들까지도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어. (100)
 
 추리소설의 기본이라 할 위의 말처럼 이 책에는 가까이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되씹고 사실적으로 추론할 수 있어야만 살인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다.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이 책을 만나는 큰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왜 추리소설로 소개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작가>시리즈로 소개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책읽기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단순 살인사건을 둘러싼 아내와 남편 사이의 심리상황,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의 정서 등이 어울려 미묘하고 복잡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추리소설의 흥미에, 더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재미를 건네준다. 물론 '기막힌 사건의 결말'이 이 모든 이야기를 받쳐주고 있는 셈이지만. 결국, 우리는 각자의 성을 쌓아두고 그 틀 속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나중에 큰 역할을 하게 된 목격자의 증언조차도 바라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게 다가옴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또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뒷이야기는 각자 살아나가는 모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잠시나마 이야기 속에서 즐겁고 행복했다. 그로써 넉넉하리라.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또 한 사람의 행복한 독자를 위하여 말을 아끼고 삼가련다. 이 책의 재미는 마지막 결말을 조금이라도 알면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서들 이 [검은 새]를 붙들어 잡으시라. 우리 속에 머물며 오락가락하는 그 마음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가 오고, 새해가 시작될 것이고, 내가 죽는 날까지도 밤과 낮은 엄격한 순서에 따라 계속 이어질 것이며,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에 세 번 밥을 먹고 밤에는 다시 잠들 것이다. 엄청난 사건을 경험했지만, 뭐가 크게 바뀌거나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298)
 
 
2009. 12. 1.  새롭게 시작합니다. "1日1作" ^^;
 
들풀처럼
*2009-243-12-01
 
 
 
 
 
*책에서 옮겨 둡니다.
 "버림을 받는다는 건, 음……. 다리가 쑤시는 것과 비슷해. 하지만 일어나는 곳은 다리가 아니라 머릿속이야." (13)
 
 '나는 언제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인용한다오. 고통이 없다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겠습니까?" (24)
 
 "아빠,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뭐야?" 내가 대답했다. "함께 의자에 앉아서 얘기하는 거지." (42)
 
 우리는 고통과 근심과 괴로움을 통해서만 무언가를 배운다. 불행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43)
 
 넥타이는 덴마크인과 노르웨이인이 침략하던 시절의 잔재라고 한다. 정복자들은 남자들에게 넥타이를 매게 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아무 때나 목을 조르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이걸 매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지만, 그 끔찍스런 기원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60)
 
 "사람들 대부분은 가장 가까운 일을 잘 보지 못하고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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