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척 매뉴얼 - 명작을 읽지 않은 이들을 위한
김용석 지음 / 홍익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유쾌, 상쾌, 통쾌' 한 책 읽기를 하였다. 그 책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책을 읽고 기억하고, 되새김질하는 과정 모두가 결국, 자신의 새로운 책이 됨을 경쾌한 문체로 일러주었다. 
 
 그런데 이 책은 또 뭔가? 아예 드러내놓고 [읽은 척 매뉴얼]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읽고픈 책은 넘쳐나는데 다 따라잡을 수는 없으니, 이런? 책을 통하여 읽지 않고도 읽은 티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얼른 책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앞의 책이 책 읽는 행위와 이야기에 집중한 인문학에 가까운 책이었다면,  이 책은 정말 읽지 않은 책을 사람들에게 읽은 척!  얘기하게 해주는 '실용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17권의 고전에 관한 지은이의 썰! 은 순수하게 읽은 티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시면 뭐, 이런 책까지 읽은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실 분이 많으시리라. 하지만, 젊은(!) 지은이가 만만찮은 내공으로 토해내는 썰! - 설(說)이 아니라 썰! 이라고 하는 까닭은 책을 보셔야만 확인할 수 있는 문체의 매력때문이다. - 을 읽노라면 진짜 나도 이 책들을 모두 다 이해하고 읽은 것만 같아진다. 
 
 책에 등장하는 17권의 고전 중 내가 읽은 것은 12권에 이르니 나름대로 책은 좀 읽긴 읽었나 보다. 그런데 그 읽은 책들을 다루는 지은이의 솜씨가 '괜~찬타.~'^^*   예를 들어  "06 고우영 삼국지"  한 편만 보더라도 그 글맛을 느낄 수 있다. '삭제판'과 '무삭제판'의 비교를 통한 원작의 위대함을 만나는 기쁨이라니…. 고우영 삼국지를 읽으며 웃고 울어본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통해 읽은 척해야 할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236)
 
 결국 우리는 고전을 통하여 '인간''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책을 읽는다는 말씀인데, 뭐, 꼭 그렇지 않더라도 즐겁게 만날 수 있다면 책만 한 벗이 또 어디 있으랴. 그러니 다들 책을 읽는 것이리라. 이 책은 그런 독서의 대상으로 오히려 더 좋은 그런 책이다. 읽은 척하기 위하여 만나는 것보다 읽고 나서, 읽기 전에 맛보기로 즐기다 보면 어느새 푸짐한 상차림을 한 상 받은 그런 느낌 말이다. 얼씨구나. 배부르다.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발췌할 경우, 읽은 척 매뉴얼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독자로 하여금 진짜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오류를 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정도로 줄인다. (32) 
 
 
2009. 9. 28. 비 그친 가을밤, 또 읽은 척 좀 하였습니다…. ^^*
 
들풀처럼
*2009-223-09-20
 
 
*책에서 옮겨 둡니다.
 영장류 최강의 악플러라 할 만한 니체마저도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의 심리학자이다. 그를 만난 것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운 가운데 하나이다.'  (35)
 
 한 청년이 전당포 노파를 살해 후 자수한다. (38)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허위의식으로 가득한 인류에게 조만간 종말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일종의 예언서이자 묵시록이라 할 수 있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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