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많은 성공사례와 성공학 서적들이 넘쳐나는 성공 만능의 시절이다. 거기에 또 하나의 사례가 더해진들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도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단 하나의 스포츠,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의 이야기니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심정으로 만나보려 하였다. 결과는 명장은 그냥 명장이 아니라는….
 
 야구의 野는 들이다. 그러니까 밖에서 함께 어울려 球, 공과 함께 하는 운동이라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잘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축구는 단 한 사람의 특출한 능력으로도 뒤집히곤 하지만 야구는 기껏해야 최대 4점, 만루 홈런의 기회뿐이다. 그리고 그것도 8명이 돌아야 자신에게 타격의 기회가 온다,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순서가 오는 것이다.
 
 흐름이 왔을 때에는 반드시 잡아야 하고, 잡으면 지켜야 한다. 흐름이 넘어 가면 가급적 빨리 뺏어와야 한다. 이게 야구다. 야구는 흐름 싸움이다. 야구 감독이 하는 일은 온몸으로 경기의  흐름을 감지하며 그때 그때 전술을 펴나가는 거다.  (10)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흔히들 말하는 '롯빠'다. 한때 나도 중학 야구 선수 생활을 잠시라도 했던 덕분에, 모든 롯데 타자들의 변동되는 타율을 다 외우고 다녔을 정도였다. 물론 이제는 조금 쉬고 있지만…엊그제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놓쳐버리는 장면을 보았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져도 좋지만 이렇게 지는 것은 너무 참담하고 가슴 아프다. 어,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주장하는 야구가 바로 이런 꼴을 보이지 말자는 그런 야구란다.
 
 나는? 나는 지지 않는 야구를 한다. 이기는 야구와 지지 않는 야구가 뭐가 다르냐고? 상대의 실수로 이길 수도 있다. 우리 팀이 엉망으로 못해도, 상대가 더 엉망이면 이길 수 있다. 지지 않는 야구는 실수 같은 것으로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하지 않는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지지 않는 야구를 공략하기는 매우 어렵다. (235)
 
 얄밉도록 잘하는 SK선수들의 배경에 감독의 이런 철학이 있었음을 이제야 알게 된다. 배우고 공부하고 생각하는 야구라니, 그렇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고민하고 생각한 뒤에야 발전이 있는 법이다. 그 과정을 스스로 겪은 김 감독은 솔직히 고백하고 있다. 배우고 또 배운다고.
 
 경기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싫어하던 감독이었는데 그의 일대기를 읽으며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수많은 밑줄을 긋는 나를 본다. 헉, 왜 이리 이야기가 다 재미있어? 자세히 보니 글을 꾸며주는 이가 있다. 그렇지. 이야기에 손질은 했구먼. 그래도 기본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삶 자체에서 만나는 진실함이 주는 감동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맘에 든다. 쉬 읽히는 것이다.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게 만 배는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의 독서가 시작되었다.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야구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지만 일반적인 교양과 상식도 풍부해야 한다. '무조건 해라!' 라고 해서만은 안 될 일이었다. (151)
 
 그리고 이 책에서만 느껴지는 다른 부분이 있다면 혼자만의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성공 사례들은 이렇게 저렇게 하여 주인공이 성공했다, 그래서 잘 되었다로 끝나버리지만, 야구 감독의 이야기에는 선수들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사연들이 넘쳐난다. 단체, 모둠이 주는 감동이 더해진다. 팀워크의 중요성은 어느 조직이든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팀워크의 기본은 팀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서로의 존재감을 깨닫는 거다. 태평양 돌핀스는 한겨울 오대산에서 고난의 행군을 함께하면서 동료 의식과 협동성을 가지게 됐다. (211) 
 
 팀워크는 전력의 50% 이상이다. (212)
 
 감히 어설픈 시각으로 지난주 1승5패로 마무리된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를 볼작시면 이 팀워크가 문제였던 것이다. 투수도 타자도 영 못하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인 실수가 나오며 승리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몇 번씩이나. 팬들은 이럴 때 더더욱 흥분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경기장에 함께 나선다. 그래야 열광적인 팬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 흐름을 잡거나 지키려는,  또는 뺏으려는 선수들 간의 집중력과 의지의 강도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11)
 
 재일교포로서 한국에 와서 자리를 잡고 성공한 감독으로 인정받는 순간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연히 많은 토막이야기가 소개되고 있고 재미도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어쩌면 나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를 옛날 추억까지 새록새록 샘솟는다.  SK의 야구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재미있으니 망설이지 마시고 지피지기면 불패하리라 생각하고 덤벼들 보시기를….
 
 언제까지든 나의 야구를 할 것이다. 나는 완벽한 야구를 추구한다. 완벽한 야구는 무지개와 같다. 항상 손에 잡힐 듯만 할 뿐,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완벽한 야구는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다. 그래도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려고 도전한다. 실패하겠지만 또 도전한다. 죽을 때까지. 그게 인생이다. (295)
 
 
2009.8.24. 내일부터 '대구行' 입니다. 롯데 파이팅!!!
 
들풀처럼
*2009-197-08-25
 
 
*책에서 옮겨 둡니다.
 단체 경기는 뭐니뭐니 해도 협동심이 우선이다. 협동심으로 이루어진 팀워크가 전력의 절반이다. 이렇게 힘든 훈련을 하면서 동료애와 상대에 대한 배려, 봉사 정신을 익힐 수 있다. (49)
 
 나는 언제 어디서든 배우려고 노력한다. 배우는 데는 거리낌이나 쪽팔림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나한테 필요하다면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는다. (60)
 
 루를 채운 다음 비우는 게 야구의 득점이다. 채움과 비움의 반복이다. 모자라면 채우고, 넘치면 비운다. 딱 우리네 인생과 흡사하지 않은가. (108)
 
 나는 항상 선수들에게 앞선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앞선 생각을 하게 되면, 공부를 하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면, 준비를 하게 되고 준비를 하면 한발 앞선 야구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발 앞선 야구가 곧 승리다. (129)
 
 한국에서는 운동선수를 좀 아래로 본다. 음악 하는 사람을 '딴따라'라고 부르듯이 말이다. 경기장에서는 열광하지만 경기장 밖에선 자기들과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취급한다. 예우하거나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본에선 무엇을 하든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베테랑이라면 거기에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 야구 선수나 감독도 얼마든지 예우하고 존경한다. (136)
 
 ~ 표정만으로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다. 이런 게 팀워크다. 내가 추구하는 야구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야구, 이게 바로 자율 야구 아닌가. (234)
 
 지지 않는 야구는 과정을 중요시 한다. 결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과정이 헝클어져 프로야구 같은 장기 레이스에서는 치명적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기는 것에 집중하는, 이기는 야구가 빠지는 함정이다. 과정을 중요시하면 꾸준한 전력을 유지하면서 장기 레이스를 마칠 수 있다. (235)
 
 예전에 감독일 때는 혼자서 다 했다. 투수코치고 타격코치고 뭐고 내가 일일이 선수 하나하나를 챙겼다. ~ 내가 만족할 때까지 혼자 다 해야 직성이 풀렸다. ~ 그러나 SK 와이번스에 와서는 혼자 다 하지 않는다. 코치들한테 맡긴다. 일본 롯데 마린스에서 코치 생활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혼자 다 하고 싶은 마음이 곧잘 샘솟지만 꾹꾹 누른다. 혼자 다 하지 않으니까. 다 맡기니까 야구가 더 잘 보인다. 확실히 사람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259)
 
 베테랑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 야구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베테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267)
 
 (내가 해주는) 이야기의 일관된 주제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많이 배우라는 거다. ~ 책도 많이 읽고, 문화적인 것도 두루 경험하고,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는 게 습관이 될 필요가 있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국시키면 야구가 더 잘된다. (287)
 
 한국에서 연줄이 없는 비주류가 성공을 하려면 엄청난 시샘과 뒷이야기를 감수하고 견뎌내야 한다. 실력이 미천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야구 판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실력으로 맞섰고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니까 더더욱 흔들어댄다.  주류의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는 야구를 하며 성공을 하니까 더더욱 심하게 흔들어댄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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