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바람은 시원했고 하늘은 높았다. 밀림의 오후는 끝없이 싱싱했다. 아프리카는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의 땅이다. (139)
 
 삶의 희망봉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는 머나먼 곳의 아픔다운 풍경을 만나고자 손에 든 책이었습니다. 먼 길 떠나 여행하듯 책 속에서 지은이가 전해주는 아름다운 경치와 멋진 음식들,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어느 여행 서적에서나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바람이 하늘을 베일 듯 파랗습니다.
 하늘이 바다를 닮아 시리게 파랗습니다.
 하늘이 바다를 닮았거나 바다가 바람을 닮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하늘, 바다, 바람 이 모든 녀석들이 서로를 닮았거나 내게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어쩌면 이렇게 하늘가에 앉아 있는 나도 마음 어딘가 하늘, 바다, 바람의 작은 언저리만큼 닮아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기대하고 싶어지는, 그렇게 심장이 잔잔해지는 순간입니다. 랑가방 비치 레스토랑의 런치 테이블에 앉아 하늘을 보는 시간은 말입니다. (47)
 

 이런 풍경들 말입니다. 지난해 봄, 우연히 떠난 브루나이 여행에서 저도 느껴보던 그런 마음, 세상이 절로 아름다워 보이는 여행 자체의 매력들… 이 책 곳곳에도 넘쳐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뿐이었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여행기로 끝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은이가 아끼듯 끼워놓은 몇 가지 이야기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이끌고 갑니다. 

 

 



 

 
 수컷의 권위를 잃어가는 사자왕 이야기, 인종차별을 넘어 빈부차별의 벽으로 여전히, 제대로 걸어 다니기도 힘든 분리 거주 지역 하라레 골목길,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 우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케이프타운을,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으로만 기억할뻔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밀림에 석양이 내리고 있다. 붉은 커튼이 온 밀림을 덮고 있다. 가슴 한쪽을 오래 굶은 것 같은 쓸쓸함으로 채운 인간의 수컷이 밀림을 달리고 있다. 석양에 묻힌 밀림의 저녁을 달리고 있다. 어느 밀림에서나 사냥에 실패한 수컷은 쓸쓸하다. 그러게 젊었을 때 암컷에게 잘 좀 해 주지. (145)
 
 세상사에 힘들고 지칠 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사냥에 실패한 사자왕을 통하여 지은이는 스스로 자신에게,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것이 살아가는 것이고 살아내는 것이고 그래서 삶이지요. 여행을 통하여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아니 여행을 가지 않고도 얻을 수 잇다면 더욱 좋겠지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 사진들, 펭귄 친구들까지. 당장에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그대로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당신께 고백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배운 방법대로 당신 앞에서 한 마리 펭귄처럼
 누구에게도 유혹받지 않고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자카드 펭귄이 되어 당신만 사랑하겠습니다.
 진심.  (120)
 
 끝까지 달려본,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본 사람들만이 그곳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희망봉은 그 존재만으로도 희망을 안겨주나봅니다. 지은이도, 우리도 이 책을 통하여 마음의 위안을 적지않게 받습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좀 더 그곳 사람의 생활이, 구체적인 일상이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늦더위도 계절도 지나가는 시간입니다. 서늘한 밤바람도 불어오는 오늘은 가을의 문턱, 처서랍니다. '편안한 옷을 입고'  그대와 함께 바다를 걷고 싶습니다. 약간의 설레임, 약간의 용기면 충분히 떠날 수 있을 겁니다. 돌아오는 가을, 저도 이제는 떠나야겠습니다. 멀리 못 가더라도 제 마음속 어디로든 떠나보렵니다. 저에게도 희망봉은 있을 테니까요. 
 
 희망을 생각합니다. 이 고된 항해의 끝을 상상합니다. 차갑고 거친 바다를 지나 따뜻하고 풍요로운 바다에 도달하는 당신의 모습을 희망합니다. 그때 먼 곳에서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빛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남쪽에 선 작은 등대로부터 당신의 희망에 관해 속삭이는 빛의 위로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일어서고 다시 키를 잡습니다. 흔들리는 배를 일으켜 다시 바다를 가르기 시작합니다. 희망봉을 향하기 시작합니다. (188)
 
 
2009.8.23. 제법 선선한 바람, 불어 옵니다. 모처럼 걷다 들어온 밤에….
 
들풀처럼
*2009-195-08-23
 
 *오타? →  40쪽 : 밑에서  셋째 줄 = 섞었 말이지? → 섞었 말이지?
 
*책에서 옮겨 둡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은 때로 행운을 가져다 줍니다.
 의외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15)
 
 그런데 뭐가 문제야? 골고루 섞었잖아. 누가 더 먹고 덜 먹고 하는 것도 아니고 골고루 섞었는데 뭐가 불만이야.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으라고. (40)
 
 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산은 여행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나는 그래서 산이 좋습니다. (79)
 
 우월이 아니라 다름의 차이.
 돈을 많이 버는 것과 한가해지는 것과의 차이.
 부자가 되는 것과 자유로워지는 것과의 차이.
 과정을 견디고 미래를 즐길 것인가와 과정 자체를 즐길 것인가의 차이.
 다름.
 그뿐.  (84)
 
 이봐, 터프한 친구. 오늘밤 또다시 사냥에 실패한대도 너는 여전히 사자왕이다. 밀림의 제왕이다. 크루거의 주인 쟈카다. 쓸쓸해하지 마라. 실패에 익숙해지지 마라.  너와 나는 내일 그리고 모레 또 그 다음 날에도 계속해서 사냥을 떠날 것이며, 결국에는 살찐 사슴을 물어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저 무서운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맛 좋은 살코기를 배가 터지도록 먹여 주게 될 것이다. (146)
 
 편안한 옷을 입고 당신과 함께 캠스베이 해변을 걷고 싶습니다.
 남극의 푸른 바다와 맞닿은 차가운 해변을 걷고 싶습니다.
 그다음 하얀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바다를 들으며 당신과 함께 오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긴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185)
 
 사람들은 누구나 꿈꾸고 있습니다. 어디를 향한 꿈인지, 무엇을 바라는 꿈인지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꿈꾸고 있다는 사실. 당신 가슴속에서 희망이 싹을 틔워 자라고 있다는 사실. (187)
 
 모험, 그것은 바다 위로 몸을 실을 수 있는 용기.
 새로운 항해를 떠날 수 있는 용기.
 다음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
 먼 곳을 향해 고개를 들 수 있는 용기.
 우리 인생이 어느 바다를 지나든 그 끝에는 희망봉이 있습니다.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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