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임응식 -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 예술가 이야기 3
권태균 지음 / 나무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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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80여쪽의  얇디얇은 책이다. 흘깃 보면 아이들 동화책 같은 두께에 판형까지….그런데 책을 펼치고 찬찬히 만나보니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 이야기"시리즈의 한 권인데 책을 덮고 나니 나머지 분들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일단 편집과 판형, 책의 아름다움에서는 앞서간다. 맘에 든다. 인정하고 책을 다시 넘겨본다.
 
 [사진가 임응식 카메라로 진실으르 말하다]는 제목 그대로 '한국 사진계의 대들보라 불리는 임응식' (7)의 사진과 관련한 일생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내가 갖고 있는 조그만한 사진기로 장면장면을 붙여넣고 싶지만 삼가련다. 이 분이 찍은 사진을 어지럽힐 수야 없지 않겠는가. 
 
 일제시대부터 사진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 임응식은 수많은 작품을 남기게 된다. 물론 사진 본래의 특성이 살아있기에 수 십년 전에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낯선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소년 - 1946년 부산"(13) 속의 두 소년은 그 시대의 꼬맹이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어렴풋한 사진의 배경에는 머리에 보퉁이를 진 평범한 아낙네의 모습도 놓치지 않고 담겨 있다.
 
 사진기자는 불가능에 도전해야 하고 목숨을 걸고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찍으려는 대상 속으로 자신이 빠져들어야 한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도 셔터에서 손가락을 떼어선 안된다. (23)
 
 종군기자 시절, <라이프>지의 사진기자 선생으로 부터 배운 깨달음으로 임응식은 종전 후 폐허의 서울 거리를 누비며 역사의 현장을 사진 속에 담아낸다. "폐허의 명동 - 1950년 서울 명동"(24)에는 처참히 파괴된 당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이 당시의 체험을 통하여 임응식은 '생활주의', '사실주의' 작가의 길을 걷는다. 
 
 책에는 그 당시부터 찍은 명동 및 서울 거리의 풍경들이 있는 그대로 잘 나타나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들'(38) 그 속에서 다르게 다가오는 모습을 만나게 해주는 것, 그리하여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것, 그것이 작가의 능력이자 할 일이리라. 책을 들고 지금도 뒤적거리기만 하여도 만나지는 낯설지 않은 우리네 삶의 풍경들, 그 잔잔함이 우리에게 오히려 감동으로 밀려오는 것이다. 
 
 요즘에야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너나없이 생활 속 사진들을 많이 찍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하였다. 그리고 요즘에도 무턱대고 찍어대는 수많은 사진들 속에 이처럼 간결하고 정제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진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흔히들 하는 말로 디카로 100장 또는 1000장쯤 찍다보면 그 중에 한 장은 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 만큼의 양을 만나려면 아마도 수 만장의 사진을 찍어야 하리라, 우리는.
 
 "사진의 본질은 기록과 사실성에 있다. 다른 예술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  사진은 조금도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담아야 한다." (36)
 
 이렇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만나게 해주는 작가의 눈은 폐허의 거리에서 진심을 담은 사람들의 얼굴로, 그리고 우리 옛 건물들로 뻗어나간다. 60~61쪽에서 흑백 사진으로 만나는 "송광사 - 1968년 송광사" 풍경은 두 해전 가을여행 때 다녀온 송광사의 번잡함과는 또 다른 고즈넉한 모습이다. 그 속에 나도 조용히 안겨있고 싶다. 
 
 1982년 6월, 덕수궁에서 진행된 임응식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최초의 사진작가 회고전이었다고 한다. 420점의 작품이 영구히 미술관에 소장되었다고하니 언젠가는 가보아야겠다. '일생동안 사진 예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진가 임응식'(69) 의 작품을 통하여 다시 살아오는 우리 옛 풍경들과 사람들, 그리고 유적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무섭도록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세상 속에서 오래전 풍경들을 대하는 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우리는 되새김질 할 수 있으리라. 아마도 그 사진들을 보고 있는 동안은 많은 걸 잊고 따뜻하고 고요한 시절로 돌아가 잠시라도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쉴 수 있다면 어찌 만나보지 않으랴. 곧 떠나서 만나보리라.
 
 

2009. 8. 4. 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들은 있는 법이지요.

            지나고보면 힘이되는 그런 시간들 말입니다. 
 
들풀처럼
*2009-17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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