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사 -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지구사 연구소 총서 1
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서형.김용우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류의 간결한 역사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세계사의 모형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  '간결함'은 이 책의 결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 번에 읽는 것이 가능하다. ( "영어판 저자 서문"에서 ) (15)
 
 과연 그러하다. 지은이의 말처럼 '거대한 세계사'를 한 눈에 조감한다는 원대한 욕망에 이 책은 불을 지른다. 그러나 그 불은 흐릿하다. 나는 이 책이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현대에까지 이르는 장대한 파노라마를 보여줄 것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하였나보다. 개별적으로 만나보던 역사와 지구과학의 내용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내는 곡조가 낯설다. 아마도 처음이라 그러하리라.
 
 지은이는 지구史를 '전편-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33-18=15쪽) 과 '인류의 시작-수렵·채집 시대'(69-34=35쪽), '가속화 단계-농경 시대'(129-70=59쪽), '우리의 세계-근대'(183-130=53쪽) 로 구분한다. 뒤에 계산해 놓은 것은 그 시대가 지은이에 의해 다루어진 쪽수이다. 우리는 오래전 고대의 수많은 시간들에 비하여 전해지는 적은 유물로 인하여 기술되는 내용이 훨씬 적음을 알 수 있다.
 
 수렵·채집 시대가 20만 년 이상, 농경 시대가 1만 년 정도 지속되었던 반면, 근대는 약 25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짧은 시기 동안에 일어난 변화는 이전보다 훨씬 급속하고, 중요하다. (131)
 
 책은 간결하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은 거의 다 담겨있다. 수 십년 전 초중고 시절에 배우고 익히고 잊어먹었던 내용들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하여 내용들이 낯설거나 어렵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새로운 맛이 없어 안타까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 얇은 책 속에 全 지구의 역사가 담겨있다. 게다가 '더 깊이 생각하기', '토론해 보기' 등으로 더해지는 공부할 거리도 넘쳐난다. 만만히 볼 책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개별 나라의 역사를 넘어서 동시대에 전 자구적으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정리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다. 우리는 이러한 구분을 통하여 인류가 다른 종들과 구분이 되는 특징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인류는 상징언어를 사용하여 소통하는  유일한 존재이다.'(44) 물론 다른 종들도 언어 비슷한 것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인류가 쓰는 언어만이 무한대의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다가온다.
 
  인류는 수렵과 채집의 시대에 전 대륙으로 이주, 확산을 거쳐 농경시대에 다다른다. 그동안 중요한 사실 한가지를 만나는데 그것은 수많은 종들이 멸종한다는 사실이다. 왜, 언제,… '고고학자들이 이들의 멸종 시점을 더욱 정확히 추정하게 됨에 따라, 인류가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때와 멸종 연대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멸종의 주된 원인이 인류였을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63) 결국 인류가 많은 종들의 멸종 원인이라는 이야기이다. 인류는 그렇게 성장하여 왔을 것이다. 
 
 그리고 알려진 바대로 '메소포타미아에 걸친 고대 회랑지대에서'(103) 최초의 도시국가가 출현했다. 농경시대의 산물이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간다. 참, 이 부분의 책 아래 부분에 조그마하게 '더 공부할 주제'라고 별도의 항목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만으로도 해야될 공부는 차고 넘치는 샘이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만나는 '더 깊이 생각하기'중 한 곳에서 눈길을 멈춘다. '1981년과 2001년 사이에만 에이즈로 죽은 사람의 수가 인류사의 그 어떤 질병으로 죽은 사람의 수를 능가한다.' (125)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가 과연 '수렵·채집 시대' 혹은 '농경 시대'를 능가하는 좋은,훌륭한 삶을 살고 있는가? 과연 우리들의'생애에서 에이즈가 정복될' 수는 있을까? 생각이 깊어진다.
 
 근대에 들어와 전 지구적 격변을 겪으며 인류의 성장은 커녕 오히려 퇴보에 이르는 듯 보인다. 물론 경제적 혹은 과학적으로 놀라운 업적들은 쏟아지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과 참혹한 죽음들 속에 세계는 존재한다. 지은이는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둔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기를 기다린다. 그러한 생각이 우리를 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줄 것임을 믿으며….
 
 마지막으로, 가장 실현 가능한 미래를 생각해보자. ~ ~ 여러분의 대답이 옳든 틀리든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미래 세계를 상상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그러한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 '더 깊이 생각하기'에서 ) (182)
 
 
2009. 8. 3. 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대이기'를 바랍니다.^^*
 
들풀처럼
*2009-17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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