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정치학 - 와인 라벨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최고급'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타일러 콜만 지음, 김종돈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술 먹는 일이, 조금 일찍 술 먹는 문화가 부끄러운 일이 아닌 사회, 우리가 자란 문화는 그러했다. 오히려 술을 제대로, 어느 정도 먹지 못하면 부끄러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촌에서 자라며 막걸리부터 시작한 녀석들도 있었고 나처럼 고교시절부터 벗들과 어울려 술질을 시작한 이들도 있고 적어도 스무살이 지나서는 대부분이 술과 함께였다. 
 
 특히 남자들, 사내들의 세계에서 술 없이 이루어진 역사가 있었던가? 스무 살 남짓 무렵부터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사내녀석 둘 이상이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공통점은 술 밖에 없지 않던가? 그런데 그 술이 이제는 담배만큼 문제가 되는 시절이 와 버렸다. 담배야 개인의 취미라지만 백해무익이라고 워낙 드러난 바라 심리적인 저항감 없이 포기하였다가 다시 피기도 하는 사이에 잊어버릴 수 있지만 술은 아니었다.
 
 술때문에 망가지는 삶들과 술때문에 버려지는 몸뚱아리들이 쏟아져나오는 요즈음에야 술을 다시 보는 시간들을 갖게 되었다. 농담삼아 술 없는 세상은 뭐하러 사느냐고 호기롭게 지껄이던 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하는 시간들이다. 이 대목에 우리 곁에 문득 다가오는 술, 술이면서도 술 아닌 듯한, 와인이라는 술이 우리 곁에 어느새 쑤욱 들어와 있다. 
 
 와인, 우리말로는 포도술? 아니던가, 근데 이 술이, 포도술이 뭐가 어때서 이처럼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와인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나오는가? 서론이 길었다. 이 책은 여타 와인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저장하고 알려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와인이라는 술이 어떻게 세계의 술로 자리매김하고 그 와인의 이면에 얽히고 설킨 경제적인 밀고당김이 얼마나 많은지 짚어주는 이야기들이라니. 한마디로 술맛 떨어지는 얘기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는데...
 
 "(하지만) 원산지제도 자체는 너무나 정치적입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지리적 특징과 포도 재배의 특징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만 전혀 그렇질 않아요. 정치적일 뿐입니다. ~" (139)
 
 와인의 등급 등이 원산지에 따라 판명되는 시스템의 허구성이 한 방에 드러나는 문장이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 와인 매니아가 아니기에 이런 사실에 그닥 씁쓸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어느 잡지의 평에 따라 와인을 가려 먹을만한 경제적 여유도 되지 않거니와 내 입도 그렇게 정형화되지는 않았기에, 가끔 마트에 가서 와인을 구매할 지라도 평소의 입맛에 맞는 술들만 찾아 마시기에, 이 정도에 실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통하는 술과 세금, 그리고 정치와의 관계를 여기서 다시 만나는 일은 여전히 씁쓸하다. 최근에 정부에서 다시 논의 되는 담배와 술에 대한 추가 증세 논의 등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술 한 잔을 마셔도 빌어먹을 정치와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니….쩝..이다.
 
 자유시장 원칙을 강조하는 국가라고 하기에 놀라운 사실은 미국 시민의 28퍼센트가 거주하는 8개 주가 주류의 유통이나 판매 수단을 스스로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160)
 
 그만큼 돈이 된다는 이야기리라. 결국 어느 사안이나 그 이면에는 한마디로 돈이 되는 쪽으로 흐름이 기운다는 것이다. 우리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따라가지만 매번 한 발 늦다. 그나마 이런 책들이 있음으로 알음알음 다시 길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러니 혹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지은이가 들려주는 아래의 이야기를 곰곰히 한 번 생각해보시라. 진정 지금 즐기는 와인이 내 입맛에 맞아서 즐기는 것인지? 자신이 있으시던 없으시던 '블라인드 테스트'로 좋아하는 맛을 다시 한 번 점검하여 늘 즐기시기를.... 
 
 와인 소비자들은 평론가들의 평가를 즐긴다. 일반적으로 영화 평론가들이 혹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블록버스터들이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대부분 영화 관람객들이 평론가들의 평가를 무시하곤 하지만, 수많은 와인 소비자들은 훌륭한 와인 평론가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른다. (207)
 
( 여러 종류의 소주로 몇 번을 테스트 하였지만 저는 아직 제 술맛을 완전히, 자신있게 찾지는 못하였답니다. ^^* )
 
 며칠 잘 참아왔습니다. 술이 나를 부르는 소리….
 
 
2009. 7.10. 다시 비 내려, 님 떠나시는 길 배웅하고 있습니다.
 
들풀처럼
*2009-15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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