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과학과 사회 3
프란시스 위스타슈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기억이란 정보를 기호화하고(기록하고),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게 할 수 있는 기능이다. (16)
 
 우리는 '기억'이라는 말보다 '추억' 그리고 '기억력'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서 '추억'이란 '저장하고 다시 불러'온 기억에 해당될 것이고 '기억력'은 기억을 활성화하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라는 의문이 이 책에게 나를 다가서게 하였다.
 
 기억은 우리의 추억과 지식의 정신적 표상을 재구성하는 역동적인 현상이다. 같은 사건을 경험한 두 사람이 그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흔적을 보유하고 있다. (45)
 
 최근에 아내랑 이야기를 하다 말문이 막히는 때가 늘었다. 몇 년 전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기억이 끊겨버리는 경우이다. 도대체 이러한 기억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기억은 사건을 지속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의 관심이 우리 인생의 어느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해도 그 순간은 똑같이 보존되지 않는다 (111)
 
 그러고보니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이러한 기억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사람들의 불완전성과 우리들 행동의 엇갈림을 통하여 많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고 있는데 이 역시 '기억'의 불완전성 탓에 비롯된 얘기이리라. 여기 '기억'과 '기억상실증'과의 연관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실험결과) "처음으로 환자를 만나면 손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그런 다음 환자를 떠났다가 2~3분 뒤에 다시 가면 환자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환자에게 나를 이미 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환자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질문에 대한 답에서 환자는 의사의 방문을 잊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이 대답은 3분 전에 의사와 만났던 일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에서는 예견된 대답이다.
 반면 더 이상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태도다. 몇 분 전에 본 사람에게 또다시 손을 내밀지는 않으니까. (26)
 
 그러니까 몸은 본능적으로 앞서 인사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뇌는 기록을 하고 있는데 의식은 다시 만난 의사를 불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기록하고 저장하고'는 몸에 되어 있는데 '다시 불러'오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책에는 약간 어려운 표현들로 설명되고 있지만 간단히 말해 두뇌의 어떤 부분이 손상되어 특정한 기억을 불러오지 못하는 것이 '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기억도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 왜냐하면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에 대한 표상은 시간이 흐르면 주체의 경험과 바람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74)
 
 나는 여기서 영화 한 편을 떠올린다. 10분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 이야기, <메멘토>라는 영화는 '기억''기록'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조작하는지, 그리고 그 남겨진 기록이 다시 지금 나의 기억 - 좀 더 근접한 느낌으로 말하자면 회상, 또는 추억 - 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에 관한 모범답안 같은 내용으로 많은 이들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던 작품이다. 우리의 기억은 얼마든지 엉망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기억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마시라. 
 
 오랜 시간에 걸쳐 주체의 관심과 욕망에 따라 기억이 구축된다는 점은 실제적인 사건과 이 사건에 대한 기억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부정확성은 우리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긴 하지만,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기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만한 정도여야 한다.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 한가운데 있다. 기억은 주변 환경의 요구와 우리의 내적 일관성 사이에서 바람직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73)
 
 사실 기억에 관한 연구는 뇌에 관한 연구와 거의 동일시되며 뇌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점점 더 넓고 깊은 세계로 진화중이다. 물론 나는 그만한 지식이 없으므로 그 연구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으련다. 다만 이 책을 통하여 위안이 되는 것은 부족하고 모자라고 왜곡된 나의 기억이 나의 어떤 모자란 성향 탓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뇌의 일반적인 활동의 일부분임을 알게된 것이다. 이래서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것이다. 
 
 기억상실증 환자는 지난주에 비행기를 탔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툴루즈가 분홍빛 도시고 로마가 이탈이라의 수도라는 것은 안다. ~ 왜냐하면 그 환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훨씬 전인 아주 오래전에 로마가 이탈리아의 수도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102)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하루하루를 좀 더 조신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설사 기억상실증이 오더라도 이미 각인된 기억은 그대로일 것이기에 곱씹고 되씹으며 좋은 기억들만 챙겨두어야겠다.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대비하여서라도…. ^^
 
 기억을 이해하고 기억 관련 질환을 않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116) 
 
 
2009. 7.5. 흐릿해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들풀처럼
*2009-15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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