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정보를 기호화하고(기록하고),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게 할 수 있는 기능이다.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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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억'이라는 말보다 '추억' 그리고 '기억력'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서 '추억'이란 '저장하고 다시 불러'온 기억에 해당될 것이고 '기억력'은 기억을 활성화하는 능력을 일컫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의 기억은 왜 그토록 불안정할까] 라는 의문이 이 책에게 나를 다가서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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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우리의 추억과 지식의 정신적 표상을 재구성하는 역동적인 현상이다. 같은 사건을 경험한 두 사람이 그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흔적을 보유하고 있다. (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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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내랑 이야기를 하다 말문이 막히는 때가 늘었다. 몇 년 전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하다가 나의 기억이 끊겨버리는 경우이다. 도대체 이러한 기억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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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사건을 지속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의 관심이 우리 인생의 어느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해도 그 순간은 똑같이 보존되지 않는다 (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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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이러한 기억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사람들의 불완전성과 우리들 행동의 엇갈림을 통하여 많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고 있는데 이 역시 '기억'의 불완전성 탓에 비롯된 얘기이리라. 여기 '기억'과 '기억상실증'과의 연관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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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결과) "처음으로 환자를 만나면 손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그런 다음 환자를 떠났다가 2~3분 뒤에 다시 가면 환자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환자에게 나를 이미 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환자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질문에 대한 답에서 환자는 의사의 방문을 잊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이 대답은 3분 전에 의사와 만났던 일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에서는 예견된 대답이다. |
반면 더 이상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은 정상적인 태도다. 몇 분 전에 본 사람에게 또다시 손을 내밀지는 않으니까.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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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몸은 본능적으로 앞서 인사한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뇌는 기록을 하고 있는데 의식은 다시 만난 의사를 불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기록하고 저장하고'는 몸에 되어 있는데 '다시 불러'오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책에는 약간 어려운 표현들로 설명되고 있지만 간단히 말해 두뇌의 어떤 부분이 손상되어 특정한 기억을 불러오지 못하는 것이 '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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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상적인 기억도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 왜냐하면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에 대한 표상은 시간이 흐르면 주체의 경험과 바람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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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영화 한 편을 떠올린다. 10분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 이야기, <메멘토>라는 영화는 '기억'이 '기록'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조작하는지, 그리고 그 남겨진 기록이 다시 지금 나의 기억 - 좀 더 근접한 느낌으로 말하자면 회상, 또는 추억 - 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에 관한 모범답안 같은 내용으로 많은 이들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던 작품이다. 우리의 기억은 얼마든지 엉망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기억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마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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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에 걸쳐 주체의 관심과 욕망에 따라 기억이 구축된다는 점은 실제적인 사건과 이 사건에 대한 기억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부정확성은 우리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긴 하지만,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기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만한 정도여야 한다. 기억은 우리의 정체성 한가운데 있다. 기억은 주변 환경의 요구와 우리의 내적 일관성 사이에서 바람직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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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억에 관한 연구는 뇌에 관한 연구와 거의 동일시되며 뇌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점점 더 넓고 깊은 세계로 진화중이다. 물론 나는 그만한 지식이 없으므로 그 연구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으련다. 다만 이 책을 통하여 위안이 되는 것은 부족하고 모자라고 왜곡된 나의 기억이 나의 어떤 모자란 성향 탓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뇌의 일반적인 활동의 일부분임을 알게된 것이다. 이래서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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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실증 환자는 지난주에 비행기를 탔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툴루즈가 분홍빛 도시고 로마가 이탈이라의 수도라는 것은 안다. ~ 왜냐하면 그 환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훨씬 전인 아주 오래전에 로마가 이탈리아의 수도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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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기억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하루하루를 좀 더 조신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설사 기억상실증이 오더라도 이미 각인된 기억은 그대로일 것이기에 곱씹고 되씹으며 좋은 기억들만 챙겨두어야겠다.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대비하여서라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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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이해하고 기억 관련 질환을 않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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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5. 흐릿해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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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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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5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