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경제위기의 패턴
게랄트 브라운베르거.베네딕트 페르 지음, 오승구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2007년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한 축으로하여 '인간은 왜 500년 동안 금융시장에 속아왔는가'를 역사적 발생 사건별로 요약,정리하며 만나보는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경제위기의 패턴]은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경제부 편집진에 희해 집필'(11)된 까닭에 몇 가지 특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기획특집 형식으로 주 1회정도 연재되었을 분량의 글들이 여러명의 기자 -지은이- 들에 의하여 간결하고 핵심적인 사항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PART 1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던 금융위기들"에서 만나보는 '위기의 패턴 1~16'가지 사례와 "PART 2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말"은 서로 짝을 이루어 역사적인 금융사태의 상황들(PART 1)을 통하여 현재진행형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PART 2)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게다가 PART 2의 뒷부분에 담겨져 있는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연보"는 일간지의 특성을 잘 살린 편집으로 그동안 이곳저곳을 통하여 흩어져 있던 이 사태와 관련한 주요 사항들을 시간순으로 만나볼 수 있게되어 있어 한마디로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에 첨부되어 있는 "꼭 알아야 할 금융용어"도 금융용어자체를 잘 모르던 이들에게 적지않은 도움이 된다. 개념정리와 이 책의 이해를 돕는 두 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그러면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나는 금융위기의 패턴은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표현을 빌려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이 책의 핵심이자 현 금융위기의 본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원인과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땀흘려 번 돈이 아닌 미래의 이익을 담보로 하여 발생한 대출 등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위기의 가장 주요한 패턴이라는 얘기이다.
 
 일반 시민들도 아주 빠른 시일에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투기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더 이상 투기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 어떤 지식이나 부동산도 필요없고, 힘들여 일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42)
 
 17세기 발생한 '네덜란드의 튤립투기공황사건(위기의 패턴 02)'의 사례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리고 위의 말이 모든 사태의 핵심인 것이다. 현재의 자산을 과대평가하여 서로 주고 받으며 더욱 부풀리다 급기야는 펑!하고 터져버리는 위기가 오는 것이다. 그렇다. 이처럼 '금융위기는 신용공여가 확대되고 자산가치가 과대평가될 때 발생'(45)하는 것이다.
 
 다른 사례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분석이 따른다. 그것이 위기의 패턴인 것이다. 모양은 달라도 그 밑바탕에는 비슷한 흐름이 있고 우리는 그 흐름을 읽어야만 앞으로의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투기가 확대되면서 물가가 급등하다 결국은 가격이 폭락한 것'(56)이라는 진단은 이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그리고 그 '모든 거품은 반드시 꺼진다'(57)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위기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양하다.
 그러나 구조는 단일하다. - 찰스 킨들버거, 미국의 경제학자 (226)
 
 각 사례들마다 위와 같은 경구들이 끝에 등장하는데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어려운 이야기들을 단 몇 줄의 문구로 다시 요약하여 만나는 동안 경제와 관련한 이야기가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진정한 보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분석한 두 번째 글에서 만나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다.
 
 '과거 대규모 자금을 운영하던 투자주체들'은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지분에 따라 배분하거나 자기자산으로 부담했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지나치게 높은 리스크를 간과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주의'(200)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이 지금의 금융위기가 확대의 한 축이 되고 있음은 미처 깨닫지 못하던 바다.
 
 오늘날의 투자은행 및 헤지펀드 운용자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은행의 펀드운용자와 펀드매니저들은 펀드운용 수익이 발생하면 그 배분에 참여하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의 주주나 펀드의 지분참여자 또는 대출제공자가 그 부담을 지도록 만든다. 대구모 투자가 성공을 거둔 해에 이들이 받는 보너스는 대학교수가 평생 벌어들인 연봉보다 훨씬 많다. (201)
 
 잘 되면 이익을 가져가고 잘 못 되어도 책임지지 않는 운용자라니,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위기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것'(203)뿐인가? 그렇게 되기 위하여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원칙을 깨닫고 이제 우리는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금융기관이나 펀드 등의 '규모 자체보다는 오히려 그런 규모가 어떻게 이룩되었는지, 그 과정에 두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219)
 
 나를 제외한 모든 전문가가 100% 틀렸을 뿐이다.
 나는 70%만 틀렸을 뿐이다.
 -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측한 폴 크루그먼의 인터뷰 중에서 (190)
 
 앞서도 이야기한 바처럼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비롯된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경제위기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할 수 가 있다. 제대로 짜여진 편집이 우리의 가는 길을 수월하게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야만 우리는 폴 크루그먼이 얘기하는 '공짜 점심'을 찾는 길에 나설 수 있으리라. 경제학, 어렵고 힘들어도 이 배움의 길을 계속가는 까닭이다.
 
 
2009. 7. 2. 새벽, 자다 깨어 어슴프레 밝아오는 ~
 
들풀처럼
*2009-14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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