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문체, 이야기, 등장인물, 그 모든 게 대단한 작품입니다. 당신의 미래는 열려 있습니다. 당신은 이래 비비 꼬이고, 힘들고, 복잡한 이야기에서 진실의 핵심을 짚어낼 줄 알고 있다는 겁니다. (463)
 
 작가 스스로 책에 표현한 바처럼 정말 '문체,이야기,등장인물, 그 모든 게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책을 들고 일주일 가량 꼬박 읽어가는 동안 모험소설, 로맨스, 탐정소설 등을 거쳐 끝내 우리는 '진실의 핵심'을 찾아냅니다. 
 
 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가 그랬다고 믿는 것이다. (67)
 
 대필작가인 주인공이 소개하는 『콩고의 판도라』라는 대본- 소설의 얼개- 과 이어지는 주인공 스스로의 생활, 그리고 이 책의 큰 줄기를 이루는 노튼 변호사와 피고 마커스 가비의 콩고에서의 경험담(소설 속의 소설이지요. '액자소설'이라고 하지요.)이 얼키고설켜 큰 흐름을 이뤄냅니다. 그렇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만나게되는 진실은 우리가 '그가 그랬다고 믿는' 바로 그것일겁니다. 하여 이 책은 모험소설이었다가 연애소설이었다가 반전이 있는 스릴러물로도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600여 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통하여 우리가 찾아내고 얻어가야할 이야기는 여러 갈래입니다. 물론 그 처음은 글을 읽는 재미이겠지요. 이 글의 아래에도 몇 문장 옮겨놓았지만 이 책에는 오래된 잠언투의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정의도 몇가지 등장합니다. 나중에는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헷갈리게 해놓은 - 스포일러이므로 이 이상 언급은 자제합니다.-  액자소설 속 인물들의 영원한 연인이자 유일한 여자인 암감과의 사랑이야기가 더하여져 이 책을 더 흥미진진하게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토미, 사랑을 이해하는 건 무척 힘들어. 왜 그런 줄 아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이거든. 토미, 사랑을 이해하는 게 힘든 건 바로 그 때문이야. (207)
 
 꼭 그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여겨지는 일들, 예를 들면 사랑 같은 것 말이다. 사랑이란 정확한 컴퍼스 같은 이성으로는 잴 수 없는 것 아닌가. (341)
 
 그는 그녀를 소유했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 동시에 그는 지상의 세계와 지하의 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기에. (445)
 
 작가인 주인공은 대필작가 생활을 해나가는 동안 자신의 소설 속 인물에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사랑도 키워나가게됩니다. 현실에서는 스스로 이뤄내지못하면서도 바라만보는 그 사랑, 사랑은 생각만으로도 가능한 것일까요? 따라가는 저도 주인공의 사랑에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됩니다.
 
 
 내가 그렇게 끌려다녔던 까닭은 너무 빗나가서 그 깊이조차 알기 힘든 지독한 삶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 ~ 우리 두 사람의 차이는 사랑에 있었다. 사랑이 나를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구의 중심으로 데려간 데 반해, 맥마흔은 아늑한 집에서 자신의 사랑을 찾앗던 것이다. (367)
 
 자신의 하숙집에 있던 어떤 이, 맥마흔,은 하숙집 주인과 사랑을 일궈내는데 지은이는 대필작가의 딱지를 떼고 드디어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해피엔팅!으로 끝이 나는 듯하지만 반전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 돌아보는삶의 모습, 초라하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1918년 어느 가을 날, 거리에서 나는 문득 손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께달았다. 우리가 감옥에서 꺼내고자 했던 죄수는 마커스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몇 푼 안되는 돈을 호주머니에 넣어 둔 채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죄수. 원고를 쓰는 동안에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무관심이 삶을 완전히 흡수해버렸던 것이다. (465)
 
  "정글의 가혹함, 부패한 형제들의 광기 그리고 지하문명의 급습에 대항한 영국청년의 신기한 모험" (475) 으로 요약되는 액자소설의 내용들과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그 중심에 액자소설을 대필하는 주인공 지은이가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 소설 속 이야기를 풀어놓는 지은이는 60년 전의 이야기라 얘기하고 있으니… 어지러워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592)라고 까지 자신있게 자신을 변호하며 막을 내립니다. 그렇습니다. '콩고. 거대한 숲의 바다' '그 나무들 밑에는 아무 것도 없다'(593)고 지은이는 끝말을 맺지만, 아니지요. 비록 우리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만나보지 못하지만 지하세계에 사는 텍튼 족에서부터 마커스 가비와 지은이의 연인 암감도 콩고, 그 어딘가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된다, 그러리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것, 그것이 이 소설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랍니다. 
 
 밀림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마침내 그는 그 차이는 풍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콩고의 풍경은 예전의 그가 아닌, 지금 그의 마음에 따라 달라졌던 것이다. (425)
 
 
2009. 6.28. 새벽, 머나먼 땅, 콩고에서 울려오는 그 소리를 듣습니다.
 
들풀처럼
*2009-146-06-13
 
*책에서 몇 자 옮겨둡니다.
 빛이란 위에서 오는지, 아래에서 오는지 방향에 따라 달리 변한다. (90)
 
 인생이란 역시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나 봅니다. (137)
 
 콩고는 참으로 이상한 곳이었다. 고통과 행복이 포개지는 곳이자 식물성 퇴비처럼 차곡차곡 층으로 쌓이는 곳이었다. (221)
 
 그러나 무엇이든 그것은 그가 스스로 가야 할 우주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240)
 
 주인 없는 노예는 자유인이지만, 노예 없는 주인은 아무 것도 아니다. (257)
 
 콩고, 콩고란 어떤 곳인가. 콩고는 어느 한 곳이 아니다. 콩고는 지구 저편에 있는 세상이다.  콩고와 콩고 중에서 속죄의 장소로 사용되는 콩고가 없으라는 법은 없다. (346)
 
 모든 게 잘 해결될 거야. 두고 보라고. 이 전쟁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전쟁이 끝나면 영웅도, 탈영병도 존재하지 않아.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뉠 뿐이네. (370)
 
 마커스는 지옥이란 어떤 장소가 아니라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지옥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지옥이라는 것을. 결국은 여행 시간과 비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388)
 
 우리의 삶에서 사랑이 수백 만 개의 바위 밑에 숨어 있다는 상상을 해보라. 나쁜 사랑은 있을 수가 없다. 아니, 있을 수 있다. 삶의 후미진 곳에서 사는 것, 아무도 우리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곳 말이다. (525)
 
 인간에게 가장 명예로운 본능은 약한 자들을 향한 사랑이라는 것 (535)
 
 총알은 하강이 고통스러웠다. 많은 것을 보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것을 놓쳐야 하며, 경이로운 경험을 할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539)
 
 좋은 작가는 고전 작가들이 열어놓은 여백을 걷더군요.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입니다.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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