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십니까? 아니, 책에 담긴 내용, 책이 전해주는 지식이나 이야기 말고, '책', 그 자체를 좋아하시냐구요?  도서관 혹은 집안의 책장 속에 차곡차곡, 비뚤배뚤 놓여져 있는 책들을 바라보며 어떤 만족감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제부터 제가 내미는 손을 잡으시고 '책 순례자'의 길을 함께 떠나보시죠?
 
 책과 관련된 10가지 이야기들이 시대와 지역을 가로지르며 다양하게 펼쳐지는 이 책, '책' 자체에 조금이라도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정말 즐겁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게다가 한 꼭지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펼쳐지는 <소설 속 책 이야기>는 또 다른  만찬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세상에 없는 책을 상상하고, 그런 책들이 꽂힌 도서관을 꿈꾸는 마음 ~ 불가능한 것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서 책의 세상은 풍요로워집니다. ( '상상의 도서관, 상상의 책'에서 ) (27)
 
 죽어서 완전한 열반의 세계, 니르바나로 넘어가려면 우리 스스로의 삶을 자서전으로 갈무리해야만 된다는 첫 번째 이야기 "저승은 커다란 도서관"을 지나 조선 시대의 '패설'이야기에 솔깃("상동야화")해하며 길을 걷다가 사람의 살갗으로 만든 책이야기("비블리오마니아의 도서관")까지 읽노라면 무더워진 이 여름밤도 금방 지나갈것입니다.
 
 사람이 책의 역할을 대신하는 "살아 있는 도서관"을 지나 여러 갈래길을 따라가다 "꿈"에도 들어가 보고픈 도서관 '장서각' 앞에서 서성거리노라면 이 황홀한 책의 이야기, 도서관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막을 내립니다. 어쩌면 장편(掌篇)소설인 이야기들이 이쉽게도 끝이나면 우리는 지은이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책의 적을 찾아서"를 만나 허전함을 달랠 수 있습니다. 최초의 책, 책의 적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납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의 끝에 이 책, [순례자의 책]이 드디어 등장합니다. 그래서 책 이야기는 끝이 없이 다시 시작됩니다. 
 
 한마디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를 잘 버무려 소설로 빚어들려주는 이 책, 무조건 권해드립니다. 게다가 이 아름답고 흐뭇한 책에 대한 순례의 이야기가 우리 작가의 손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은 더욱 읽는 이를 기쁘게 합니다. 여태 만나온 책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대부분 외국의 책들임을 생각할 때 우리도 이제 책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한 권을 가질 수 있음을 조금은 기뻐해도 될 것입니다. 지은이 스스로 소설이라고  하지만 제게는 소설을 넘어서 책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즐겁게 만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책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참고자료"에 지은이가 더하여 놓은 서른 권 남짓의 책들이 우리를 또 기다립니다. 아마도 저 역시 이 책들을 따라 기나긴 '순례'를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먼훗날, 스스로 쓰는 자서전, 혹은 "순례자의 책 2"를 통하여 행복한 열반의 세계로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럼 함께 가시렵니까? 행복한 순례자의 이 길을? 
 
 나는 이제 책을 소유하는 것은 책을 짓는 것보다 더 큰 욕심임을 안다. 그러나 품어선 안 되는 꿈을 꾸었다고 스스로를 원망하지는 않으련다. ~ 생이 한바탕의 꿈이라면 죽음이 꿈이 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나는 꿈을 꾼다. 세상의 우러름을 받는 장서각에 들어, 어리석은 꿈을 꾼 나를 비웃고 나를 기망한 세상을 조롱하는 꿈, 짦은 봄꿈. ( "꿈"에서 ) (192)
 
 
2009. 6.26. 그 "꿈"에 젖어 뒤척이는 여름밤입니다.
 
들풀처럼
*2009-14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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